한국장학재단 창업지원형 기숙사 부산 센터의 창업 활동 공간.(사진=한국대학신문 DB)
한국장학재단 창업지원형 기숙사 부산 센터의 창업 활동 공간(사진=한국대학신문 DB)

[한국대학신문 허지은 기자] 대학생들의 창업 활성화를 지원하기 위한 정부 정책으로 ‘창업지원형 기숙사’가 시행되고 있지만, 전문대생들에게 적합한 지원 형태가 아니라는 주장이 나왔다. 전문대 창업교육 관계자들은 전문대에서의 창업교육은 평생학습의 의미에서 다뤄져야 한다며, 전문대학생을 위한 별도의 지원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저성장과 청년 실업난을 타개하기 위한 방안으로 정부가 대학생 창업을 지원하고 있다. 교육부는 2018년 5월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제2차 대학 창업교육 5개년 계획(안)’을 발표하고, 창업 친화적 학사제도 고도화와 실전형 창업교육으로의 전환 등 대학생 창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했다.

한국장학재단도 대학생들의 창업 공간을 지원하고 나섰다. 2019년 창업지원형 기숙사를 개소한 것이다. 창업지원형 기숙사에 입주한 대학생은 주거공간과 세미나실, 멘토링실, 공유 사무공간과 같은 창업공간을 이용할 수 있다. 대상은 국내 대학 또는 대학원에 다니는 학생 중 창업에 관심이 있거나 기술 창업, 사회 문제 해결형 기업(소셜벤처) 등 다양한 유형의 창업을 준비하고 있는 경우와 이미 창업을 한 경우다.

현재 창업지원형 기숙사는 서울‧부산‧대구‧광주‧대전 등 5개 지역에 있으며 2019년에는 서울 55명, 부산 50명, 광주 52명, 대전 48명, 대구 40명 등 총 245명의 입주자를 선발했다. 그러나 창업지원형 기숙사 입주생 가운데 전문대학생은 단 한명도 없다.

8월 있었던 한국전문대학학생처장협의회 하계 세미나에서 한성윤 한국장학재단 부산센터장은 “전국 5개의 창업지원형 기숙사 중, 이곳에 입주한 전문대 학생이 아직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이유에 대해 전문대의 관심이 부족하거나 홍보가 부족한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전문대 창업교육 관계자들의 의견은 조금 달랐다. 한국장학재단 측 설명처럼 전문대의 관심 밖에 있는 정책일 수 있지만 그 원인이 전문대 학생들의 상황과 맞지 않은 정책이기 때문이라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설명이라는 것이다.

전문대 중 유일하게 중소벤처기업부의 ‘초기창업패키지’ 사업 주관기관으로 참여하고 있는 인덕대학교의 최상열 창업지원단장은 “창업지원형 기숙사는 창업공간을 제공한다는 것이 핵심이지만, 전문대 창업교육을 위해서 당장 급한 것은 창업공간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주원식 전문대학생처장협의회 회장(경남정보대학교 교수)은 창업지원형 기숙사가 ‘창업 시도’를 지원하는 제도라는 점에서, 전문대 학생들에게는 다소 엇나간 정책일 수 있다고 말했다. 주원식 회장은 “기숙사가 넘쳐나는 대학이 지방에 몇 곳이나 되겠나. 대학마다 창업에도 관심이 많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전문대에 입학해 짧은 기간 교육을 받아 바로 실전 창업할 수 있는 학생들은 그다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졸업 후 창업을 기준으로 했을 때 일반대 학생들은 최소 4년의 재학 기간을 창업 준비 기간으로 쓰지만, 전문대생들은 대부분 2년이나 3년의 기간만 주어진다는 것이다.

전문대에서의 창업교육을 평생교육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재학생 신분으로나 졸업 직후 실전 창업을 시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학생이 자신의 생애에서 원하는 시점에 창업을 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 역시 대학의 창업교육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기에 평생직업교육을 하고 있는 전문대에서 그 역할을 하기 적합하다는 것이다.

최상열 인덕대 창업지원단장은 “전문대에서 창업교육은 평생학습의 개념을 함께 갖고 있다”며 “창업 마인드를 고취시키고, 생애 동안 원할 때에 창업할 수 있도록 교육하기 위해 커리큘럼을 만들어 운영하는 데 대한 지원을 하는 것이 전문대에는 보다 현실적”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다만 현재 대학의 창업교육에 대한 평가는 발생한 창업 기업의 수, 매출을 낸 곳의 수, 창업 강좌 수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창업교육의 질, 커리큘럼의 우수성을 평가한다면 실제로 학생들의 창업 의지를 높이고, 창업을 위한 기본기를 탄탄히 하는 데 더욱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평생학습의 의미에서 창업교육을 바라보는 정책도 물론 있다. 다름 아닌 ‘제2차 대학 창업교육 5개년 계획(안)’의 주요 추진 과제 중 하나가 ‘평생교육 차원의 창업지원 활성화’다. 다만 그 대상이 중‧장년, 여성, 현역 군인 또는 제대 군인, 장애인 등 특수 계층에 제한돼 있다.

전문대 한 관계자는 “창업교육에 대해서는 당장 창업에 도전해야 할 때만이 아닌, 대학에 다닐 때 장기적인 관점에서 창업 교육을 받고자 하는 수요도 있다”며 “당장이 아니더라도, 향후 창업에 도전하고자 하는 대학생들을 위한 평생교육 차원의 창업교육도 필요하다. 전문대생들은 대부분 이 경우에 속한다”고 이야기했다.

한광식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산학교육혁신연구원장(김포대학교 교수)은 이러한 상황을 전문대 창업교육의 수요 파악이 부족해 정책이 헛도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전문대에서 필요한 창업교육이 무엇이고, 전문대생들이 원하는 창업 지원 정책이 무엇인지 먼저 파악이 돼야 했다. 그러나 현재 정부의 창업지원 정책은 이 점을 간과했다”며 “대학에 대한 창업지원 정책들이 일반대 위주로 설계되면서 ‘전문대 창업’에 대한 별도의 고민이 부족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학 창업에 대한 정확한 실태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은 2020년 2월 나온 ‘대학의 평생직업교육 및 취업‧창업지원기능 강화 방안 연구’ 보고서에서도 나타난다.

교육부의 정책연구 용역과제로 진행돼 장원섭 연세대학교 교수가 연구책임자를 맡은 이 보고서에서 연구진은 “대학발 창업기업의 성공 및 실패 사례를 심층 진단해, 창업 과정에서의 애로사항 등에 대한 정교한 조사분석 보고서를 발행해 정책 수립의 참고자료로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연구진은 창업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조사한 과정을 밝히며 “연구 참여자들은 창업교육이 단기간의 창업 활성화가 아닌, 보다 거시적인 관점에서의 교육이 돼야 한다고 응답했다”며 “평생직업의 시대에 제2의 인생 설계의 관점에서 창업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는 의견도 있었다”고 밝혔다.

한광식 원장은 “전문대학생들의 특성을 고려한 정책 연구를 통해 맞춤형 창업교육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전문대 학생들은 창업에 대한 도전 의식이 낮아, 창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창업교육 강화가 필요하다”며 “창업교육의 성과를 높일 수 있도록 전문대학생에 맞춘 별도의 정책이 연구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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