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디지털 기반 고등교육 혁신 지원방안(이하 디지털 혁신 방안)’을 9일 발표했다. 앞서 교육부는 7월 2일 ‘포스트 코로나 교육 대전환을 위한 총장과의 대화’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 고등교육 변화와 혁신 지원 방안’을 발표했고 후속 조치로 디지털 혁신 방안을 마련했다.

디지털 혁신 방안의 핵심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 고등교육 변화와 혁신 지원 방안’에서 예고됐던 대로 대학의 원격수업 20% 제한 해제, 고등교육 샌드박스 도입 등 파격적인 안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코로나19 이전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다. 그동안 교육부는 대학가의 호소와 요청에도 꿈쩍하지 않았지만 코로나19 앞에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다. 변화와 혁신이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는 열쇠이기 때문이다.

과거를 돌이켜보자. 미네르바 스쿨은 고등교육 혁신의 모델로 꼽힌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원격수업 교과목 개설 기준 20% 제한 룰과 대학 설립 4대 요건이 한국판 미네르바 스쿨 탄생의 장애물로 지적됐다. 반면 미네르바 스쿨은 어떤가. 별도의 대학 건물이 없다. 1학년은 미국 샌프란시스코 기숙사에서 생활한다. 2학년부터는 서울, 베를린 등 7개 도시 기숙사를 이동하며 생활한다. 수업은 100% 온라인으로 진행된다. 학생들은 시간과 공간 제약 없이 미네르바 스쿨 자체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수업에 참여한다.

우리도 상황이 바뀌고 있다. 이제 한국판 미네르바 스쿨 탄생은 신기루만이 아니다. 디지털 혁신 방안은 원격수업 20% 제한 해제를 포함, 대학 학사운영의 뉴노멀 정립과 △신기술분야 수준별 인재 양성 △대학 원격교육 내실화 지원 △원격 기반 직업교육 활성화로 구성되기 때문에 명칭 그대로 디지털 기반으로 고등교육 혁신이 추진된다.

나아가 교육부는 2022년에 차기 대학기본역량진단 모델을 수립함에 있어 각종 규제 개선과 병행, 전통 여건 지표 비중을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전통 여건 지표 비중라면 대학의 4대 설립 요건이 대표적이다. 한 마디로 과거 고등교육 규제의 고삐를 제대로 풀어보겠다는 의지다.

또한 디지털 혁신방안에서 국내대학의 온라인 석사과정 단독 또는 공동 운영과 국내대학과 해외대학의 공동 온라인 학‧석사학위과정 운영 허용도 주목된다. 특히 국내대학과 해외대학의 공동 온라인 학‧석사학위과정 운영이 허용되면 코로나19 이후 불거진 외국인 유학생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 코로나19 이후 외국인 유학생들의 휴학이 급증하며 대학들이 얼마나 애를 태우고 있는가. 외국인 유학생의 휴학 급증은 대학의 재정난과 직결된다. 실제 본지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자료를 분석한 결과 코로나19 이후 A대학(수도권 대규모)은 1학기 등록금 수입이 14억4000만원 감소했다. 학부 등록 학생 휴학 비율이 2019년 1학기 3.9%에서 2020년 1학기 4.6%로 늘었기 때문이다. B대학(지역 대규모)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손실액이 무려 90억원을 웃돈다. 외국인 유학생 등 미등록·휴학생 증가에 따른 등록금 수입 감소와 특수대학원 비학위과정·한국어교육원·외국어교육원·사회교육원 등의 등록금 수입 급감이 손실액에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외국인 유학생들이 굳이 국내에 입국하지 않아도 자국에서 온라인 강의를 통해 학위를 취득할 수 있다면, 코로나19 사태에도 대학들이 한시름 놓을 수 있다.

‘고등교육 규제 샌드박스’도 주목할 부분이다. 교육부는 올해부터 ‘지자체-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사업’을 본격 추진하면서, ‘지자체-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사업’ 참여 플랫폼을 대상으로 ‘고등교육 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한다. 고등교육 규제 샌드박스가 도입되면 일정 기간 규제 기준이 완화되거나 규제 적용이 배제된다. 고등교육 규제 샌드박스가 ‘지자체-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사업’ 참여 플랫폼부터 성공적으로 도입된다면 전국 대학가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때마침 정부도 K-뉴딜의 일환으로 디지털 뉴딜 정책을 추진하며 고등교육의 에듀테크 실현을 지원한다. 에듀테크 산업은 블루오션이자 유망분야다. 교육부에 따르면 에듀테크 시장은 2018년 1530억 달러에서 2025년 3420억 달러 시장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예측된다. 대학과 에듀테크 시장이 만나면 시너지가 예상된다.

이제 디지털 혁신 방안이 계획 수준에 그치지 않고 현실화되는 것이 중요하다. 사실 후속과제가 만만치 않다. 원격수업 20% 제한과 대학 4대 설립 요건 등 일부 방안들은 법 개정이 요구된다. 국내대학과 해외대학의 공동 온라인 학‧석사학위과정 운영는 해외대학 정부의 승인이 필요하다. 또한 디지털 빈부 격차 같은 부작용도 간과할 수 없다.

하지만 디지털 혁신도 골든타임이 있다. 바로 지금이다. 코로나19로 혁신의 필요성과 당위성이 강하게 요구될 때 고삐를 죄야 한다. 교육부의 디지털 혁신이 계획을 넘어 정책으로 추진되고, 대학가에 성공적으로 실현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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