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리조나주립대
애리조나주립대

[한국대학신문 정성민 기자] 대학의 경쟁력은 국가의 경쟁력이며, 대학의 미래가 국가의 미래다. 이에 주요 선진국의 대학은 혁신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본지가 주요 선진국 대학의 혁신 현장을 소개한다.

[혁신 리포트① 애리조나주립대] 새로운 대학모델 선도…혁신 ‘1번지’

최근 전 세계 대학들 중 ‘혁신’ 하면 첫손에 꼽히는 곳은 애리조나주립대(ASU; Arizona State University)다. ASU는 5년 연속 US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US News&World Report)가 선정하는 ‘가장 혁신적인 대학(The most innovative schools)’ 1위를 차지하며 혁신 성공사례로 확고히 자리매김했다.

ASU의 혁신은 단순 교육 프로그램 혁신 수준에서 그치지 않는다. 총장의 강력한 리더십 아래 대학 구조를 완전히 뜯어고쳤으며, AI를 기반으로 하는 적응 학습 프로그램, 무크(MOOC) 플랫폼 활용을 통한 입학 프로그램 제공 등 정보화 시대에 발맞춘 변화도 다양하게 적용했다. ASU가 흔히 말하는 ‘아이비리그’ 대학이 아니며 지역적 여건도 좋다고 말할 수 없다는 점은 시선을 더욱 모으는 대목이다. 공고한 대학서열화라는 우리나라 특유의 현실장벽에 부딪힌 수많은 대학들에 ‘반면교사’로서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보인다.

ASU 혁신의 시작은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신임 총장으로 선임된 마이클 크로(Michael Crow) 총장은 특유의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 ASU를 근본부터 바꾸기 시작했다. ‘New American University’라는 비전을 바탕으로 조직‧교육‧강의 등 대학 전반에 강한 변화를 주는 것이 목표였다.

비전에서 알 수 있듯 크로 총장이 구상한 것은 ‘혁신’이란 표현에 걸맞은 완전히 새로운 대학 모델이었다. 이를 위해 학문 간 경계를 무너뜨리는 등 기존 대학들이 가지고 있던 고정관념을 깨는 데 집중했다. 기존 학과들은 통폐합돼 새로운 학과나 단과대학으로 재구조화했고, 새로운 학위과정을 만들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필요한 인력들은 적극 채용했다. 5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비롯해 퓰리처상 수상자 등 명망 있는 연구자들이 현재 ASU에서 교육을 펼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기업들과의 협약을 통해 새로운 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무크를 폭넓게 활용하며 창업 중심 교육과정을 마련하는 등 혁신의 바람도 불러일으켰다. 특히, 창업을 중심으로 하는 교육과정의 ‘새 판 짜기’는 ASU가 아닌 대학들은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일이다. 현재 ASU의 모든 학생들은 학습-참여-창업의 3단계 교육과정을 따르고 있다. 개별강의를 수강하고 학위를 취득하는 학습 단계 이후로는 기업 인턴십 등의 실질적 경험을 겪는 참여 단계를 밟게 된다. 마지막 단계인 창업에서는 창업입문 과목 등을 수강함으로써 창업 관련 관심을 극대화하도록 했다. 최대 2만 달러의 상금을 수여하고 창업 공간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실제 창업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자주 일어난다.

지역사회와 기업 등 외부기관과의 연계를 충실히 함으로써 대학의 영향력도 극대화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스타벅스와 맺은 협약이다. 스타벅스 직원이 온라인 수업으로 학위를 취득하면 학비를 받지 않는다. 시 단위와의 협약으로 인해 다운타운 캠퍼스를 조성한 것, 저소득층 가정이 많은 지역 사정을 고려해 인근 중‧고교 학생들이 대학진학을 꿈꿀 수 있도록 돕는 Me3프로그램을 만든 것 등 대학의 선한 영향력을 발휘한 사례가 즐비하다. 퍼듀대·미시간주립대·아이오와주립대 등과 컨소시엄을 맺어 대학 운영전략과 성공사례들을 공유한 것은 대학 혁신을 앞당길 수 있는 발판이 됐다.

ASU가 던지는 시사점은 이러한 성과들이 ‘명문대 뒤따르기’를 통해 낸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ASU는 혁신에 처음 돌입하던 시기부터 하버드대·스탠퍼드대·예일대 등 유수의 명문대학들과 다른 노선을 선택했다. 앞선 대학들의 뒤를 쫓는 후발주자가 돼서는 그 이상의 성과를 내기 힘들기 때문이다. 새로운 모델을 구상해 기존 선행주자들을 따라잡았다는 것은 입시결과나 소재지에 따라 서열이 공고하게 형성돼 있는 국내 대학들에 좋은 교훈을 남긴다.

특히 ASU의 교육 프로그램에는 정보화 기술이 적극 활용되고 있다. ‘적응적 학습’ 프로그램도 그중 하나다. 적응적 학습 프로그램은 AI를 기반으로 하는 교육 시스템을 뜻한다. ASU는 뉴턴(Knewton), 맥그로힐에듀케이션(McGraw Hill Education), 코그북스(CogBooks) 등 기업들이 개발한 프로그램을 통해 강점과 약점, 학습능력을 측정함으로써 학생들에게 보다 나은 학습 방법을 제공하고 있다.

적응적 학습 프로그램이 거둔 성과는 가시적이다. 프로그램 도입 이후 대학기초수학 과목을 통과하는 학생 비율이 64%에서 75%로 높아졌다. 중도 포기 학생 비율은 16%에서 7%로 낮아졌다. 평균 성적은 28% 향상됐다. 생물학 과목 C학점 미만 비율은 28%에서 6%, 미시경제학 C학점 미만 비율은 38%에서 11%가 됐다. 학생 개개인의 역량을 정확히 측정하고, 그에 맞는 학습방향을 제시한 것만으로도 부진한 학생들의 비율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ASU는 같은 기술을 활용해 ‘유연한 학사운영’도 계획 중이다. 강의에서 요구하는 수준에 도달한 학생들을 학기가 끝나기 전 다음 단계로 이동시키는 방식이다. ‘시간 때우기’식 학사 운영이 아니라 학생들의 동기를 극대화하고 불필요한 시간 낭비를 막는다는 점에서 또 다른 혁신도구로 기능할 전망이다. 경직된 강의시수와 시간 등에 매몰돼있는 국내대학들이 향후 나아가야 할 방향이기도 하다.

이외에도 ASU는 학생들의 적성을 파악하기 위한 정보화 기술 분야에서 혁신이란 이름에 걸맞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의 출석부터 학습 진행상황, SNS상의 정보 등을 수집해 적성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전공선택을 유도하는 eAdvisor프로그램이다. 해당 프로그램은 학습속도가 뒤처지면 경고를 주고 유사강의를 추천하기도 한다. 성적이나 대학 ‘네임밸류’에 맞춰 대학‧전공을 선택하는 경향이 짙은 국내 고등교육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수단이라는 점에서 국내 대학들이 도입을 적극 고려해봐야 할 프로그램이다.

[혁신 리포트② 리츠메이칸 아시아태평양대학교] 학령인구 감소…글로벌 혁신교육에서 해답

“학생 50%를 국제학생들로 채우고 50개 이상의 나라와 지역출신 학생들을 입학시키며 교수의 50%를 외국인으로 채용하겠다.” 무모한 설립 조건을 내세워 ‘무조건 실패할 것’이라는 반응을 받았던 한 일본 대학이 이를 완벽히 실현하며 세계적인 교육 혁신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개교 20여 년 만에 일본 톱 글로벌 대학교로 이름을 굳힌 리츠메이칸 아시아태평양대학교(APU)의 비결은 ‘세계화’와 ‘다양성’. 미래 교육 키워드와 그대로 부합한다. 전 세계 각 지역에서 모인 학생이 절반을 차지하는 초글로벌 대학으로 급부상한 APU에는 현재 재학생 6000여 명 중 3000여 명이 외국인 유학생이다. ‘자유, 평화, 휴머니즘’을 기본 이념으로 학생 반수를 세계에서 모집하는, 일본뿐 아니라 세계에서도 지극히 드문 콘셉트로 만들어진 대학이다. 설립 목적 자체가 ‘세계화’인 셈이다.

일본 규슈(九州) 온천도시 벳푸(別府)시. 벳푸 만을 내려다보는 구릉 위 12만여 평 부지에 APU의 갓 지은 교사가 늘어서 있다. 일본대학답지 않게 교정이 널찍하고 교사는 갓 지은 듯 단정하다.

2000년 개교한 APU는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학교를 짓기 전 382개 기업과 그 외 개인으로부터 41억 엔(426억원 정도)의 장학기금부터 조성했다. APU를 지지하는 Adversary Committee(AC)를 만들어 기업을 순방하며 기업들을 AC에 등록시킨 게 후원금으로 이어지는 효과를 냈다. 기부금과 후원금은 고스란히 학생에게 투자된다.

대부분 과목은 일본어와 영어, 2개 국어로 수업이 진행된다. 유학생은 일본어로 말할 수 없어도 영어가 되면 입학할 수 있고, 졸업할 때까지 일본어를 익혀 일본 현지에서 취업할 수도 있다. 일본어에 능숙하지 않아도 해외에서 안심하고 학생들이 모여드는 이유다. 교수와 강사도 인원의 절반이 외국인이다.

2014년에는 일본 문부과학성이 선발한 ‘슈퍼 글로벌대학’에 히토쓰바시대학, 고베대학 등 유명 대학을 제치고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에서도 대학원이 아닌 학부에서 체계적인 글로벌화 교육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대학은 일본 내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다. 전 세계 60여 개국에서 3000여 명 유학생이 모여들어 재학하고 있는 비결이다.

APU에는 ‘아시아태평양학부’와 ‘국제경영학부’가 있다. 아시아태평양학부에서는 국제적 시점에서 지역과제를 발견하고 환경, 관광, 문화 그리고 국제관계 등 다양한 분야를 뒤섞어 새로운 학문을 만든다.

국제경영학부에서는 세계수준의 비즈니스 교육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학생들과 함께 글로벌 니치 톱(GNT; Global Niche Top)에 대해 연구하고 일본과 세계를 잇는 새로운 경영학을 목표로 한다.

강의실에서 일방적인 수업은 이뤄지지 않는다. 대신 우수한 선배학생들을 TA(Teaching Assistant)로 양성해 수업운영에 참가하게 하고 학생들끼리 서로 가르치면서 배우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또한 신입생들의 적응력을 키우기 위해 신입생을 위한 2가지 ‘레시피’가 있다. 1학년 전원이 이수해야 하는 1년 차 교육과목인 ‘워크숍Ⅰ’과 ‘워크숍Ⅱ’다. 특정 전문분야를 배우기 위한 수업이 아닌 ‘배우는 법’을 익히는 과정이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리포트 작성법이나 문헌조사 방법 등을 익혀 리포트와 논문을 자신의 사고와 자신의 말로 논리적으로 정리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운다.

APU의 교육목표는 ‘4가지 100’이다. 첫째 100은 신입생 교육기숙사 100%다. 다문화·이문화 체험 등 교육효과가 높은 국제 교육기숙사 AP하우스를 유학생뿐만 아니라 일본인 학생을 포함한 전 신입생들이 활용할 수 있는 교육기숙사로 활용한다. AP하우스에서는 2인 1실의 방에 각기 다른 국적의 학생이 묵으며 서로 배우는 구조를 만들어 간다. 다문화를 피부로 배울 수 있는 현장인 셈이다.

두 번째 100은 다문화 환경을 활용한 수업에서의 협동학습 실천 100%다. APU의 다문화교육환경을 활용해 학생 참가형으로 유학생과 일본인 학생이 서로 배우고 협동학습을 하는 과목을 100%까지 확대한다. 이를 위해 세계에서 활약하는 졸업생의 전문분야, 경험, 네트워크 등을 활용한다.

일본인 학생의 다양한 해외경험을 100% 이루자는 것도 그중 하나다. 재학기간 중 일본인 학생이 한 번은 해외경험을 하는 구조다. 전략적 연계를 진행하는 해외 거점을 10개 대학으로 확대하면서 유학생과 일본인 학생이 혼재하는 그룹에서 복수의 나라, 지역 조사 프로그램을 확충하고 유학 프로그램도 전개한다.

100개국에서의 유학생 조치도 그중 하나다. 지금까지 아시아를 중심으로 쌓아올린 우수 고등학교와 직접 진학 루트를 아프리카·미국·유럽·러시아 등 세계 각국으로 넓혀가고 있다. 동시에 고등학교 1·2학년 단계부터 다문화 교육환경에서 특색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해 APU와 적성이 맞는 지원자를 찾는다. 이는 ‘50개 이상 나라와 지역출신 학생들을 입학시켜 학생 50%를 국제학생으로 이루고 교수의 50%를 외국인으로 채용하겠다’는 설립 목표를 상회하는 수치로 달성할 수 있는 비결이다.

고레나가 순 APU 전 총장은 도서 『대학의 위기, 뒤집어보면 기회다』에서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를 마주하고 있는 일본은 앞으로 이민국가의 길을 모색할 수밖에 없는데 60여 개국에서 모인 국제학생과 일본 국내학생이 섞여있는 APU 캠퍼스가 일본의 밝은 미래 본보기가 돼 준다”고 밝혔다.

[혁신리포트③ 뱁슨칼리지] 세계 최초 ‘앙트러프러너십’ 학부 교육…국내대학도 벤치마킹

‘창업 교육’ 부문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국내 대학도 “더 배우겠다”며 찾는 미국 대학이 있다. 지금까지 수천 개의 벤처 기업을 창업할 정도로 높은 파급력을 지닌 대학. 바로 미국의 뱁슨 칼리지(Babson College)다. “창업을 하려면 뱁슨 대학으로 가라”고 할 만큼 시류에 맞는 창업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인근에 소재한 사립대학 뱁슨 칼리지. 이 대학이 강조하고 있는 것은 단연 창업 교육이다. 기업가정신 학부전공을 독립적으로 운영한 것은 뱁슨 칼리지가 세계 최초다.

2018년 ‘U.S. News & World Report’지가 MBA 부문 최고 우수대학으로 선정할 정도로 차별화된 창업 교육을 선보이고 있다. 21년 연속 기록이다. 미국 내 가장 가치 있는 대학 2위로도 뽑혔다.

미래교육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뱁슨 칼리지는 미국 대학 졸업생 연봉 랭킹에서 예일대나 듀크대, UC버클리 등 쟁쟁한 대학을 제치고 12위를 차지했다. TOYOTA CEO인 도요타 아키오, 드림웍스 이사 로저 엔리코 등이 뱁슨 칼리지를 졸업했다.

최근 졸업생 창업 비율은 17%에 달한다. △하버드(Harvard)대학 7% △스탠퍼드(Stanford)대학 13% △콜롬비아(Columbia)대학 5%인 점을 감안하면 혁신적인 수치다.

교육 대상은 다양하다. 칼리지 학생들 외에 교원 대상 창업 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교육 콘셉트는 학생들이 이론과 실전을 동시에 배울 수 있도록 하는 것. 이 때문에 교수진은 대부분 실제 경영인(CEO)들이 많다.

학급 크기는 최대 40명. 미국 다른 명문 대학들과 견줄 만큼 질 높은 경영학 교육을 하는 대학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앙트러프러너십(기업가정신, Entrepreneurship) 프로그램은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미국 내 대학 중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전체 학생 중 약 25%는 국제 학생이다. 학교는 학생들의 경험과 기업 연구 활동을 위해 6개 연구소 및 센터를 운영하는데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고 관리하는 것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는 글로벌 앙트러프러너(Global EnterpriseMonitor)는 세계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뱁슨 칼리지의 창업 교육은 크게 4개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있다. 구체적으로 △Price-Babson △Modules For Entrepreneurship Education △Global Symposia △See Asia 등이다.

뱁슨 칼리지는 1984년부터 대표적인 창업 교육 프로그램 ‘프라이스 뱁슨(Price-Babson)’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 30여 년간 3500여 명의 창업 교육자들과 750개의 교육관련 정부 기관에서 온 창업가, 70여 개국에서 온 사람들이 이 프로그램을 수료했다.

교육 참가자들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ET&A(Entrepreneurial Thought and Action)’라고 불리는 뱁슨 칼리지만의 창업교육을 받는다. 이를 통해 관련 기술을 습득하고 최신 이론과 접근법을 교육받는다. 교육받은 내용을 실습하고 적용할 수 있는 기회도 주어진다.

교육은 팀으로 이뤄지는데 이론·학술적인 부분을 맡고 있는 사람과 실무를 맡고 있는 사람이 반드시 팀을 이뤄야 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론과 실습이 병행돼야 좋은 창업교육을 할 수 있다는 게 뱁슨 칼리지의 교육철학이기 때문이다.

커리큘럼은 ‘콘텐트 토픽스(Content Topics)’와 ‘프로세스 토픽스(Process Topics)’로 나뉜다. ‘콘텐트 토픽스’에는 △창업가적 생각과 실천(Entrepreneurial Thought and Action) △창업 정신의 교육 생태계(Entrepreneurship Education Ecosystems) △아이디어 생성(Idea Generation) △디자인 발상(Design Thinking) 등이 포함돼 있다. ‘프로세스 토픽스’에는 △경험과 행동 기반 교육법(Experiential and Action Learning Pedagogies) △기업가적으로 가르치기(Teaching Entrepreneurial) △사례 기반 교육(Case Method Teaching) △교실 내 도전 관리(Managing Classroom Challengers) △커리큘럼과 코스 디자인(Curriculum and Course Design) 등으로 구성돼 있다.

‘시 아시아(See Asia)’ 프로그램은 ‘프라이스 뱁슨’에서 파생돼 나온 프로그램이다. 아시아권 대학에서 기업가정신을 교육하고 있는 교수와 교원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프라이스 뱁슨’과 마찬가지로 ‘ET&A’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교육은 ‘프라이스 뱁슨’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콘퍼런스 센터에서 함께 진행하지만 기간은 ‘프라이스 뱁슨’보다 두 배 이상 길다. 모든 강의가 영어로 진행되기 때문에 참가자들은 고급 영어를 구사할 수 있어야 한다. 뱁슨 칼리지에서는 창업 교육 프로그램에 참가할 자격 요건을 갖춘 사람들을 추천하고, 선발한다. 참가자의 학문적 성취도, 교육 참가자의 다양성 등을 고려해 교육 현장에서 조화가 이뤄질 수 있는 인원을 선발한다.

[혁신리포트④ 올린 공대] ‘미래 교육’이 현실로…‘주입’ 아닌 ‘경험’ 강조

강의실은 시끄러운 작업장을 방불케 한다. 한쪽에서는 나무를 깎고 누군가는 코딩을 한다. 로봇을 조립하고 있는 학생도 있다. 협업을 통해 인공지능 로봇을 만드는 프로젝트가 수행되고 있는 현장이다. 교수들은 큰 틀에서 방향을 제시할 뿐. 답은 학생들이 찾아내야 한다. 수업에서 나온 학생들의 아이디어는 기업에 실제로 적용된다. 배우는 것이 아닌 ‘배우는 방법’을 터득해야 한다는 교육 철학이 담긴 대학의 풍경이다. 프로젝트 기반 교수법을 통해 공학교육의 혁신을 이룬 프랭클린더블유올린공과대학(Franklin W. Olin College of Engineering, 올린 공대)이 ‘대학 변신’의 성공 사례로 꼽히고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근교의 니덤(Needham)에 있는 올린 공대는 최근 몇 년 사이 한국에서 각광받는 미국 대학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이미 미국 현지에서는 아이비리그와 어깨를 견주며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그야말로 ‘미래의 교육’을 현실로 가져왔다는 평이다.

엔지니어였던 프랭클린 W. 올린이 설립한 올린재단은 수십 년 동안 미국 유수 과학 대학들에 기부해오다 1997년 공대를 세웠다. 4년간의 준비 끝에 2002년 70여 명의 학생을 선발하며 정식으로 학교의 문을 열었다.

개교를 한 해 앞둔 2001년 교수를 채용하면서 30명의 학생들을 ‘올린 파트너’로 뽑았다. 교수진과 협력해 교과과정을 꾸리기 위해서다. 설립 초기 30명의 교수를 뽑는 데는 미국 전역에서 3000명이 지원했다.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하버드대학 등에서 이른바 ‘잘나가는’ 교수들도 다수 몰려왔다. 올린 공대의 ‘성공가능성’을 인정받은 셈이다.

학생 수준은 상위 1%로 꼽힌다. 하버드대학이나 MIT에 입학할 만한 실력을 갖춘 학생들이 매년 치열한 경쟁을 거쳐 입학한다. 재학생 350명 규모로 ‘작지만 강한 대학’으로 자리매김한 배경은 무엇일까.

입학의 필수 조건 중 하나는 다른 사람과의 조화 능력을 갖췄냐는 것. 올린 공대는 매년 1차 합격한 210명 정도 학생들을 2차 관문인 ‘후보자 주말’에 초청한다. 2~3월에 이뤄지는 이 행사에서 학교 소개와 그룹 프로젝트, 토론, 인터뷰 등을 진행하면서 학생들의 성향을 파악한다. 1학년부터 그룹 프로젝트 위주로 이뤄지는 교육 과정 특성상 다른 사람과 잘 어울리는 능력도 평가 요소다. 이 과정을 거쳐 최종 합격한 학생 전원은 4년 학비 반 이상을 장학금으로 받는다.

최대 강점은 모든 수업이 프로젝트 중심으로 이뤄진다는 것이다. 이론부터 가르치는 기존 공대 교육에서 탈피했다. 입학 후 처음부터 실험 위주 현장 중심 교육을 시행한다. 실용성 있는 프로젝트를 통해 ‘하면서 배우자’는 교육이념을 실천하고 있다. 학교가 ‘답’을 정해주지 않기 때문에 학생들은 스스로 상상의 한계를 뛰어넘고 아이디어를 모아 문제 해결점을 찾는다. 경쟁 대신 협력의 힘을 깨닫는 것이다. 기존 교육이 단순히 해결책을 찾는 것이라면 올린 공대는 사회를 돕기 위해 해법이 필요한 문제를 찾아내는 법을 가르친다.

학과는 나뉘져 있지 않다. 크게 △전자·컴퓨터 공학 △기계공학 △바이오·재료 공학 전공으로만 나뉜다. 그 안에서 융합 교육이 진행된다. 모든 경계가 사라지는 4차 산업교육의 흐름에 따른 것이다. 공학·과학·기업가·디자이너·수학·예술·인문학 등으로 이뤄진 교수진도 한 과에 묶여있어 여러 전공교수가 공동으로 가르치는 수업들이 많다.

교수에게 정년은 보장되지 않는다. 5년마다 재계약이 이뤄지기 때문에 종신교수는 없다. 이는 5년마다 교육과정을 교체하며 패러다임을 변화시킬 수 있는 기회로 이어진다. 학생 못지않게 교수들도 시대 흐름에 따라 끊임없는 공부와 연구를 하게 되는 이유다. 학생과 교수 비율이 9 대 1로 낮은 편이어서 학생중심의 깊이 있는 교육이 이뤄진다.

올린 공대만의 독특한 이 프로그램은 학교와 기업의 협업으로 운영된다. 학생 4~5명이 팀을 이뤄 여러 전공을 넘나드는 해결책을 도출해내며 현장 감각을 익힌다. 캡스톤디자인 프로그램을 통해 실제 문제 해법을 찾는 현장중심 연구를 실시한다. 학생들은 졸업반이 되면 스코프(SCOPE)라는 컨설팅 프로그램을 거친다. 스코프는 학생들이 실제 기업이 당면한 문제를 직접 발주 받아 그간 배운 모든 지식을 기반으로 직접 해결해 나가는 프로젝트다. 이때 교수의 도움은 받지 않는다. 2015년도 프로젝트 중에는 △방산업체 레이시온의 새로운 전기 발진기 △로커스사의 인간의 개입을 극소화한 공업용 로봇 △보잉사의 737기 조립라인 이물질 제거를 돕는 자동 로봇 △아날로직사의 초음파 영상기기 △육군 연구소의 자동 착지에 필요한 영상채집기 등 14가지의 기계를 만들어내고 해결책을 찾아냈다.

특히 ‘프로젝트 기반 교과과정’이라는 새로운 대학 교육 모델을 구현한 올린 공대는 공학 교육 혁신 대학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미국의 학부 중심 4년제 대학 ‘올린 공대’는 미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대학으로 꼽힌다.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2006년 ‘뉴스위크’가 미국의 25개 명문대학을 선정해 명명한 ‘뉴 아이비스(New Ivies)’ 그룹에 속했다. 학생들에게 전폭적 재정 지원을 바탕으로 ‘실험과 혁신’을 추구하는 교육을 한 결과다. 대학정보 전문 사이트인 칼리지팩추얼(College Factual)이이 선정한 매사추세츠주 톱10 대학 중 5위로 꼽혔다. 이밖에도 △미국 경제방송 CNBC가 뽑은 20개 가치 있는 대학(2019) △프린스턴 리뷰(Princeton Review)가 뽑은 미국 북동부지역 최고 대학(2018) △칼리지 팩추얼 뽑은 미국 최고대학(2018) 등에 이름을 올렸다.

[혁신리포트⑤ 미텔슈탄트대] 강소기업 최적화 핵심 인재 양성의 전당

2000년 6월에 개교한 미텔슈탄트대(FHM; Fachhochschule der Mittelstantds)는 역사는 짧지만 현재 독일에서 대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대학 중 하나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취업률이 굉장히 높기 때문이다. 미텔슈탄트대는 기업에 필요한 기술력을 공급하면서 기업 수요에 부합하는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또한 실용적이고 응용학습에 방점을 두는 현장실습 교육을 제공하고 있어 졸업생의 진학·취업률은 무려 97.7%에 달한다(80.7% 취업, 17% 진학).

미텔슈탄트대는 비영리 조직인 교육과 수공업 재단(SBH; Stiftung Bildung und Handwerk)에 속해 있다. 현재 5000명 이상의 학생들이 밤베르크, 빌레펠트, 하노버, 퀼른, 풀하임, 로스토크, 뮌헨, 슈베린 등 독일 9개 주요 도시 캠퍼스에서 수학하고 있다. 미텔슈탄트대는 기존 독일 대학과 달리 취업을 목표로 삼아 5000개 이상의 독일 강소기업들과의 네트워크를 활용, 현장 전문가의 협력 교육과 현장 교육을 통해 졸업 후 다양한 취업 기회를 부여하고 있는 게 이 대학의 강점이다.

미텔슈탄트대는 강소기업에 필요한 맞춤형 인재 양성을 위해 설립된 독일의 유일한 대학이다. 먼저 이 대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독일에서 강소기업이 의미하는 바를 알아둘 필요가 있다.

독일은 중소기업이 99% 이상을 차지하고 작지만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히든 챔피언 기업(글로벌 강소기업)'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나라다. 독일은 미텔슈탄트(Mittelstand, 중견·중소기업)의 나라라는 말도 있다. ‘미텔슈탄트’는 독일의 전통적 기업 문화로 지역 경제와 사회의 책임성을 중시하는 지역 사회를 지탱하는 기업을 뜻한다. 독일은 특화된 높은 기술경쟁력을 토대로 세계 시장 점유율 1, 2위를 다투는 ‘히든챔피언’을 보유해 제조업·기술 강국으로 등극했다. 특히 강소기업이 독일 경제의 근간을 형성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강소기업은 대부분 소유주가 운영하는 회사다. 이들 회사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기업가적 사고와 행동 △고품질 제품과 서비스 △고객과의 긴밀한 관계에서 비롯됐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미텔슈탄트대가 추구하는 교육 목표는 명확하다. 독일 강소기업에 필요한 인재를 위한 훈련과 교육에 대한 연구를 비롯해 체계적인 커리큘럼을 운영하는 데 있다. 구체적으로 실제 적용 가능한 교수법과 학습을 통해 국내외의 직장, 학문적인 전공분야에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미텔슈탄트대 학생들은 졸업 후 회사에 곧바로 투입돼 업무와 직책을 수행할 수 있도록 기초가 튼튼한 학문적 지식과 방법을 배운다.

미텔슈탄트대가 추구하는 교육의 혁신 포인트는 지역기업 현장과 긴밀하게 협력해 기업에 맞는 인재를 키워내는 데 있다. 이 대학에서 공부하는 학생은 실질적으로 직업을 보장받기 때문에 기업수요를 면밀히 파악하고 지역·기업에 맞는 인재양성에 대학의 핵심역량을 집중해왔다.

졸업생들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현장 적용이 가능한 교육과 산학협력을 통한 교육구상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미텔슈탄트대는 현장 전문가를 교육에 참여시켜 학생들에게 현장과 유리되지 않는 실질적인 교육을 시킨다. 교육을 강의실에서 이론만으로 진행하지 않는다는 점도 주목된다. 또 학생들이 스스로 실험하고,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이론을 체화하는 교육을 실시한다. 이 밖에 지역 기업이나 지역 사회를 발전시키기 위한 연구프로젝트에 학생들을 참여시켜 현장에서 실천 가능한 지식을 습득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디어의 본거지인 쾰른(Cologne) 지역은 미디어 관련 학과를 중심으로, 구동독 지역인 슈베린(Schwerin)은 지역 산업에 필요한 학과를 중심으로, 독일의 수도이자 정치의 중심지인 베를린(Berlin)은 국제정치와 연관된 학과를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미텔슈탄트대는 혁신연구에 방점을 두고 대학과 기업이 긴밀히 협력하는 체계가 잘 갖춰져 있다. 이를 위해 강소기업을 위한 혁신적인 학위 프로그램을 개발하면서 경제·사회와 연계되는 새로운 학습 과정을 만드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국내외 연구 개발 프로젝트를 적극 습득해 이를 강소기업뿐만 아니라 사회에서 적용 가능하도록 하는 전달 시스템도 구축했다.

실용적이고 응용학습에 초점을 둔 현장실습 교육은 미텔슈탄트대만의 강점이자 차별점이다. 이에 따라 학습과정 전반이 지역 내 강소기업에 맞춰져 있고 졸업생 3분의 2는 강소기업에서 일자리를 찾을 수 있어 학생과 기업 모두 윈윈할 수 있다. 또한 전일제 학습인 50개의 학사코스와 석사 과정을 학습 프로그램으로 제공하는 한편 직장인을 위한 시간제 학습도 수강할 수 있도록 했다. 온라인-대학 학습과정과 자격증과정을 운영해 학문적 교육의 지속성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이 밖에도 미텔슈탄트대는 영국의 파트너 대학과의 협력으로 박사학위 취득을 위한 국제적인 박사과정도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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