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실의 모든 학문은 AI로 통한다’···7일 AI비전 선포식 개최
최고의 AI전문가들 ‘집결’…‘AI시대 교육·연구·기업’의 현재와 미래 짚어

황준성 숭실대 총장이 'AI-TOPIA' 실현을 위한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황준성 숭실대 총장이 'AI-TOPIA' 실현을 위한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한국대학신문 허정윤 기자] 숭실대학교(총장 황준성)가 인공지능(AI) 융합 분야 대한민국 최고 대학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전면적인 특성화에 나선다. 숭실대는 7일 가진 ‘AI비전선포식’을 통해 이같은 포부와 계획을 공표했다. 

개교 123주년을 기념하는 기념예배와 함께 실시된 비전 선포식은 AI를 통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어떻게 선도해 나갈지 청사진을 공개하는 자리였다. 행사는 총 2부로 나뉘어 진행됐으며,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현장 인원을 최소화한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됐다. 

황준성 총장은 숭실대의 비전을 ‘AI-TOPIA’로 명명했다. AI-TOPIA는 AI-Telligent Open Platform for Innovative Academia의 약자로 △AI 기반 교육 △AI 활용 행정 △AI 융합 연구 △AI 중심 산학협력 완성체를 포괄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협력하는 괴짜’ 만들기 위한 인재육성 시스템 구축 = 황 총장은 ‘숭실의 모든 학문은 AI로 통한다’는 캐치프레이즈 소개로 비전 선포식의 포문을 열었다. 앞으로 숭실대가 나아갈 방향을 교육·연구·산학협력·인프라 등 4대 영역으로 구분해 상세히 설명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황 총장은 “AI 시대는 ‘4C’ 즉, 비판적 사고력(Critical thingking), 창의성(Creativity), 소통능력(Communication), 협업능력(Collaboration)을 요구한다”고 분석한 후 “학생들이 ‘4C’를 골고루 갖추고 ‘협력하는 괴짜’, ‘문제해결 능력을 갖춘 인재’가 되도록 숭실대가 지원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비전 달성을 위해 교육 분야에서는 AI 인재 양성을 목표로 ‘투트랙 전략’을 적용한다. AI 전문 인재 양성 시스템을 갖추는 동시에 모든 학생이 AI관련 교양필수와 융합과목을 수강해 AI 인재로 거듭날 수 있게 돕는다. 2021년 AI융합학부를 신설하고, 국내 최초로 해외 AI전문대학원 분교를 설치하며, AI 클라우드 캠퍼스와 학사 시스템도 구축한다.

연구 분야 목표는 ‘AI 연구 및 AI 교육 중심의 플랫폼 구축’과 ‘AI+X(융합)의 맞춤형 핵심 인재 양성’이다. 숭실대는 국내 최초 AI 융합연구원과 융합대학원을 설치하고, AI+X(융합)에 특화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국내외 AI분야 전문가와 연구자를 적극 유치할 것이라는 계획도 덧붙였다. 

산학협력 분야에서는 AI에 기반한 ‘지역과 산업 클러스트 구축’을 목표로 삼았다. 황 총장은 “숭실대의 AI 시스템을 기초로 지역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AI동작리빙랩’을 운영한다. 산업 분야에서는 전문·중소기업, 스타창업기업 대상으로 문제해결 중심의 AI 클러스터와 기술 지원 인프라를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인프라 분야에서는 AI 중심 캠퍼스로의 대전환을 예고했다. 인프라·서비스·클라우드를 AI플랫폼에 적용하는 스마트캠퍼스 조성을 시작으로 데이터 중심 행정을 실현하는 ‘숭실 데이터댐’도 구축한다. 학교 행정·소통·교육·연구·서비스를 총괄하는 ‘ACER 클라우드’와 학업·적성·활동 관련 데이터 보관 및 분석하는 ‘MY AI’ 등의 시스템 등도 선도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황 총장은 “4개 분야의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융합될 때 새로운 AI 생태계가 탄생할 것”이라며 ‘숭실대 혁신’을 자신했다.

■‘AI융합연구원’과 ‘AI중심 교육혁신’으로 도약하는 숭실대 = AI교육은 기존 교과목을 개편하는 정도 조치로는 성공을 거두기 어렵다. 숭실대는 ‘AI융합연구원’을 개소해 AI융합 분야 핵심연구기관으로 삼고, 교육체계를 AI 중심으로 정비해 AI 시대를 선도할 계획이다.

AI융합연구원은 △AI보안 △스마트 헬스케어 △하이테크 신소재 △차세대 융합 스마트 기기 △디지털 콘텐츠 융합 등 총 5개 사업단으로 구성됐다. 숭실대는 이들을 뒷받침하기 위해 AI 인프라를 구축해 스마트 캠퍼스도 조성한다. 정수환 AI융합연구원장은 “AI연구와 AI교육 중심의 플랫폼을 구축하고, AI 기술을 융합해 산업 전반에 협력 가능한 인재를 양성할 것”이라고 목표를 밝혔다. 

장경남 숭실대 대학교육혁신원장은 “AI교육 강화를 위해 1학년 전체 교양필수 교과목을 운영하고, AI융합교육을 위해 전공을 연계한 AI융합연구를 계획 중에 있다”고 상황을 공유했다. 장 원장이 언급한 전공연계는 경제통상학과의 ‘AI시대 경제통상 이해’, 법과대학의 ‘AI와 법’ 등과 같이 단과대학 특성에 맞춘 AI교과를 의미한다. 

숭실대는 전문인력 양성에 한층 더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현 55명 정원의 스마트시스템소프트웨어학과를 내년부터 AI 융합학부로 확대 개편해 80명 규모로 늘린다. 
 
■AI가 키워드 된 시대, ‘선도자’들에게 길을 묻다 = 비전 선포식에는 AI시대를 선도하는 연구자들이 다수 참석했다. 그 중에서도 로봇 연구 분야의 권위자로 꼽히는 데니스 홍 UCLA 기계항공공학과 교수(로멜라연구소 소장)가 ‘로봇, 인공지능 그리고 우리의 미래’라는 주제로 미국에서 실시간 화상연결 강연을 펼쳤다.

홍 교수는 “이미 일상생활 속에서 인공지능은 많이 사용되고 있다. 특히, AI로봇은 ‘인간이 할 수 없거나, 해서는 안 되는 일을 대신 해주는 지능적인 기계’”라고 했다. 이어 세계의 다양한 휴머노이드 로봇과 로멜라연구소에서 현재 개발 중인 로봇들을 소개하며, “휴머노이드 로봇은 느리고, 넘어지고, 비싸고, 복잡한 데다 위험하기까지 하다”고 했다. 사람처럼 생기지 않더라도 중점으로 삼고자 하는 기능에 집중한 로봇을 개발할 필요성을 언급하기 위해서다.

홍 교수는 “사실 모든 사람이 AI 전문가가 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라면서도 “우리의 삶을 도와줄 유용한 도구로 그 작동법은 알아야 효율적이고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며 AI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AI교육에 대해서는 “개발자가 되지 않더라도 문제를 정의하고 논리적으로 분석한 다음 해결책까지 찾는 ‘코딩’과 데이터 시대의 기초가 되는 ‘통계와 수학’을 익혀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창의력과 공감능력과 같이 AI가 가지지 못한 역량들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조언하며 강연을 마쳤다.

데니스 홍이 미국에서 실시간 온라인 방식으로 'AI시대의 로봇'에 대해서 강의하고 있다.
데니스 홍이 미국에서 실시간 온라인 방식으로 'AI시대의 로봇'에 대해서 강의하고 있다.

■코로나19에도 ‘디지털 일자리’는 늘어, AI인재 필요성도 높아져 = 코로나19로 많은 일자리가 감소했지만, 분야에 따라서는 일자리가 증가한 곳도 있다. 중소벤처기업 일자리 수는 지난해 6월 대비 2만7000여 개 늘었다. 

비전 선포식에 참석한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디지털 경제로 대전환해 스마트 대한민국을 만들 계획”이라며, 이를 위해 “숭실대처럼 벤처중소기업학과가 있는 대학은 AI활용과 함께 비대면 분야 육성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언급했다.

박 장관은 지금을 100년마다 오는 ‘대전환기’로 보고, 중심에 AI기술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국내 IT 인프라의 우수성을 높이 평가했다. “IT강국 인프라를 기반으로 3만개 이상의 벤처가 67만명의 일자리를 만들었다. 이는 4대 재벌기업의 고용숫자와 맞먹는다”라는 것이다. 박 장관은 ‘AI는 대한민국의 경쟁력’이라며, “소상공·벤처·스타트업 사업이 젊은이들의 새로운 일자리가 될 것이며, AI의 대중화가 키워드”라고 강조했다.

‘AI, 빅데이터, 클라우드로 바꾸는 기업의 변화’를 주제로 강연한 NHN 박근한 센터장도 “기업 입장에서는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AI 인재 확보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수동적으로 인재 양성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NHN도 적극적으로 AI인재 양성에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NHN은 NHN 인턴제도와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 여러 방향으로 협력할 계획이다. 박 센터장은 “이번 선포식을 통해 AI융합 맞춤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숭실대의 비전 선포가 기대된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밖에도 비전 선포식에서는 △김윤 SK CTO △정진명 KERIS AI역량개발부장 △한승재 연세대 인공지능대학원장 △노동건 숭실대 스마트시스템소프트웨어학과장 △이현규 정보통신기획평가원 PM △정송 KAIST 인공지능대학원장 △서울기술연구원 김준철 박사 등이 준비한 AI 관련 세미나가 실시됐다. AI 발전을 이끄는 학계·정계·재계 대표들의 축사가 이어졌으며, 지멘스(Siemens)와의 MOU 협약식도 함께 진행됐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AI시대'의 도래가 대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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