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대 중심 ODA 사업 개편, ‘전문대 의견 반영’ 트랙 마련
교육부 “실무적 차원 추진 중”…이달 중 기본계획 공고, 2022년 사업 참여 가능

2019년 11월 연성대학교를 방문한 베트남 교육훈련부 관계자들과 베트남 대학 관계자들이 연성대학교 실습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한국대학신문 DB)
2019년 11월 연성대학교를 방문한 베트남 교육훈련부 관계자들과 베트남 대학 관계자들이 연성대학교 실습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한국대학신문 DB)

[한국대학신문 허지은 기자] 개발도상국에 한국 전문대학의 고등직업교육이 진출하는 길이 늘어나게 됐다. 교육부가 별도 트랙 마련을 요청한 전문대학의 의견을 받아들여 ‘국제협력 선도대학 육성지원사업’에 전문대 참여 트랙을 신설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이르면 이달 중 전문대 트랙 신설 내용을 담은 사업 기본계획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2012년부터 교육 ODA(공적개발원조) 사업인 국제협력 선도대학 육성지원사업을 운영해 왔다. 교육 원조를 받을 개발도상국(이하 수원국) 대학에 학과 개설과 인력 양성을 지원하는 이 사업에는 현재 한양대‧덕성여대‧조선대‧전북대 등 12개 대학이 참여 중이다. 올해 기준 사업비로 총 35억1200만원이 투입됐다. 

사업을 통해 개발도상국에 한국 고등교육 시스템이 안착하는 등 가시적인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올해 8월에는 조선대가 몽골 민족대학교와 함께 개발한 간호학 전공 교재가 몽골 간호대학 공식 교재로 지정되는 성과가 나오기도 했다. 내년부터 몽골 전역 15개 간호대 학생, 병원 임상 간호사들이 교재를 사용할 예정이다.

문제는 전문대가 해당 사업에서 그간 배제돼 왔다는 점이다. 사업이 시작된 이래 전문대가 해당 사업에 선정된 이력은 전무하다. 학교 규모 등 현실적 이유로 전문대의 사업 입성은 사실상 불가능했던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지금껏 좌절됐던 전문대의 도전은 새로운 판도를 맞이하게 됐다. 전문대가 참여할 수 있는 별도 트랙이 마련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안주란 교육부 교육국제화담당관은 8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국제협력 선도대학 육성지원사업에 전문대학 별도 트랙을 만들려고 한다. 공식 확정된 것은 아직 아니지만, 실무적 차원에서 추진하려 한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아직 공식화되지 않았다는 입장이지만 전문대학 트랙을 신설하려는 교육부의 의지는 확고한 것으로 읽힌다. 이미 기본계획 공고 일정이 조율된 상태라는 점에서다. 안 담당관은 “이달 중 (관련) 내용이 포함된 기본계획과 공고문이 나온다. 기본계획 공고 후 올해부터 선발이 시작된다. 외교부 등과 심의해 사업 예산을 확보하면, 2022년부터 사업이 시작된다”고 말했다. 

올해 기본계획이 발표되지만, 사업 시행이 2년 후에나 이뤄지는 것은 관련 절차를 밟아야 하기 때문이다. 국제협력 선도대학 육성지원사업은 사업시행 1년 전 대상국가와 신규 참여 대학을 선정한다. 대상국 선정은 외교부 제2차관이 주재하는 무상원조 관계기관 협의회와 국무조정실 ODA 유무상 종합조정회의 의견에 따라 이뤄진다.

교육부의 전문대 트랙 신설 결정은 아세안 국가와 협력을 강화하려는 정부의 신남방 정책 기조와 국내대학의 해외 진출 규제 완화 움직임의 연속선상인 것으로 보인다. 안 담당관은 “신남방 정책은 우리 정부의 중요한 외교 정책이기에 전문대학이 교육 ODA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길을 마련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교육부는 지난해 9월 일부 학과를 해외 캠퍼스로 이전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국내 캠퍼스와 무관하게 해외 캠퍼스 정원 증원과 학과 개설이 가능하게 하는 등 규제를 완화한 상태다.

한국의 고등직업교육에 대한 아시아 국가의 관심이 늘고 있음을 교육부가 인식한 점도 이번 정책 변화의 큰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안 담당관은 “수원국은 고등직업교육에 대한 수요가 많다. 한국 전문대학 중에는 교육을 잘 하는 대학이 많다. 전문대학의 해외진출을 돕기 위해 정책을 개편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고등직업교육에 대한 아시아 국가의 큰 관심은 재작년 11월 한국 전문대학을 방문한 베트남의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 당시 베트남은 팜치끄엉(Pham Chi Cuong) 교육훈련부 국제협력부국장 등 교육 당국 관계자들과 베트남 대학 관계자들로 구성된 방문단을 꾸려 한국 전문대학을 방문하고, 한국 대학과의 교류‧방문 의지를 전한 바 있다. 당시 팜치끄엉 부국장은 “앞으로 베트남의 서비스 개발 과정에서 연성대학교에서 운영하고 있는 교육 시스템이 무척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방문단은 연성대학교와의 교육협력 개발을 촉진하고 싶다. 앞으로도 많은 베트남 학생들이 연성대학교를 찾아와 공부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고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교육부의 트랙 신설 결정은 전문대학의 요구가 반영된 결과물로도 풀이된다. 전문대학가에서는 그간 해당 사업이 전문대학에 불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의 목소리가 높았다. 참여 대학 선정 시 대학 유형에 따른 구분이 없어 규모 면에서 차이가 있는 대학들이 한 출발선상에 놓이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몇몇 전문대학이 사업이 시작된 후 지속적으로 사업에 도전장을 내밀어 왔지만 번번이 선정에 탈락했다. 한 전문대학가 국제교류 분야 관계자는 “부산‧수도권 등 6개 정도 전문대학이 꾸준히 사업에 지원했지만, 매번 탈락했다. 해외 역량 부족 등이 그 이유였던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사업 참여 대상은 고등교육법상 대학, 산업대학, 교육대학, 전문대학으로 별도 제한이 없었지만, 실질적으로는 사업 참여의 길이 막혀 있던 것이나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전문대학들은 이같은 사정을 별도로 교육부에 전달하는 등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김동욱 한국전문대학국제교류관리자협의회 수석부회장은 “교육분야 ODA 사업 정책은 일반대학을 중심으로 설계돼 왔다. 전문대학은 일반대학에 비해 규모가 크지 않다. 동일 선상에 놓고 평가하면, 특수성을 감안한 평가가 이뤄지기 어렵다”며, “최근에는 고등직업교육분야 ODA가 필요한 이유와 참여가 어려운 현실적 상황 등의 내용을 담은 전국 전문대학 관계자 대상 설문조사가 이뤄져 교육부에 전달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안 담당관은 “전문대학의 참여가 제한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일반대학과 같은 기준으로 심사가 이뤄지다보니 전문대학 특성에 맞는 평가가 안 된 부분이 있다. (때문에) 전문대학 별도 트랙을 신설하기로 한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대학가는 이번 트랙 신설에 대해 환영하는 모양새다. 김홍길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국제협력실장은 “전문대학 중에서는 수원국 대학에 지금 당장 필요한 고등직업교육을 제공할 수 있는 대학이 많다. 일반대학에 비해 강점이 있는 전문대학만의 분야도 확실하다”며, “전문대학은 국가 산업 발전의 원동력이 되는 인력을 양성한 경험이 풍부하다. 전문대학의 직업교육 노하우는 개발도상국 산업 발전에 두루 연계될 잠재력이 높다”고 힘을 실었다.

이어 “최근 우리나라가 코로나19 사태를 성공적으로 대처하면서 ‘K-방역’에 관심이 높아졌다. 이와 관련된 위생‧보건 분야 학과는 전문대학의 특화된 교육영역이기도 해 해외 진출에 있어 강점이 있다. K-뷰티, 한류 열풍과 관계가 깊은 예술 분야나 미용 분야 역시 진출이 유망해 보인다. 수원국 대학과 소재 지역의 기간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 공학계열 직업교육 역시 전문대학이 오랫동안 노하우를 축적해온 분야”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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