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뉴딜 △지역혁신 △인재 양성이 핵심
원격교육 지원위해 사업 신설 및 사업지표 변경
대학설립 요건 등 규제 혁신 통해 대학 자율성 확대
유은혜 “코로나19, 대학이 교육과정 혁신의 기회”

코로나19로 대학의 강의환경이 일상적 비대면 원격강의로 바뀌면서 교육부도 관련 규제개혁에 나섰다. 국민대 소프트웨어학부 황선태 교수(왼쪽)가 지난 7월 ‘모니토’라는 온라인 시험감독 시스템을 활용해 기말고사 시험을 감독하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코로나19로 대학의 강의환경이 일상적 비대면 원격강의로 바뀌면서 교육부도 관련 규제개혁에 나섰다. 국민대 소프트웨어학부 황선태 교수(왼쪽)가 지난 7월 ‘모니토’라는 온라인 시험감독 시스템을 활용해 기말고사 시험을 감독하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이하은 기자]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으로 정치·경제·사회·교육 등 전 분야에서 대변혁이 일었다. 특히 변화의 속도가 더딘 고등교육 분야의 풍경이 180도 달라졌다. ‘대학 강의는 100년 전과 다를 바 없다’는 말이 무색하게 국내 모든 대학, 나아가 전 세계 모든 대학이 원격 강의를 실시하게 됐다. 각종 규제로 꽉 막혔던 변화의 물꼬가 코로나19를 계기로 반강제적으로나마 트이게 된 셈이다.

첫 발을 떼긴 어려웠을 뿐 성큼성큼 내딛는 발걸음의 폭이 예사롭지 않다. 원격수업 20% 제한이 풀리고, 대학기본역량 진단 지표가 조정됐다. 대학 원격수업 지원을 위한 추경 예산도 편성됐다. 급격하게 찾아온 고등교육 대전환 시대를 대비해 교육부가 관련 사업·예산·정책을 어떻게 정비하고, 혁신할지 고등교육정책 전반의 변화에 대해 조목조목 짚어 본다.  

■비대면 긴급사업 신설‧대학 기본역량 진단 지표 조정 = 고등교육 대전환을 위한 교육부의 큰 그림은 △대학 분야 디지털뉴딜 △대학과 지역혁신 △학문후속세대 양성 등으로 요약된다. 

교육부는 먼저 추가경정 예산을 통해 원격교육 지원 강화에 나섰다.‘대학 비대면 교육 긴급 지원사업’을 신설해 등록금을 감액하거나 특별장학금을 지급하는 등 실질적 자구노력을 펼친 237개 대학에 1000억원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일반대에는 760억원, 전문대학에는 240억원이 각각 쓰인다. 대학들은 온라인 강의 질 제고, 교육환경 개선 등에 지원금을 활용한다. 

중앙·권역별 원격교육지원센터 10개소를 지정해 대학 온라인 강의 지원도 강화했다. 내년 예산안도 128억원에서 180억원으로 늘렸다. 권역별 스튜디오 공동 활용, 원격수업 콘텐츠 개발·공유, 권역별 학습관리시스템 운영 등을 통해 대학 원격교육의 질 제고를 도모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목전에 다가온 지금 예비교원의 원격교육·창의융합교육 역량도 높이기로 했다. 올해보다 2배 이상 늘어난 79억원의 예산이 편성됐다. 이를 통해 교대·사범대에 미래교육센터를 설치하고, 인공지능(AI) 교육 강화와 새로운 수업‧평가모델 연구를 지원할 계획이다. 

대학기본역량진단도 보완했다. 경쟁 구도에서 공유‧협력으로 전환하는 것이 핵심이다. 당장 2021년 대학기본역량진단 자율지표에 ‘지역사회 협력‧기여, 타 대학과의 연계‧협력’ 실적을 포함시켰다. 내년에 연구·의견수렴을 거쳐 2022년 차기 대학기본역량진단 모델을 수립할 계획이다. 각종 규제 개선과 병행해 전통적인 여건 지표의 비중을 줄여 공유‧협력을 촉진하는 것이 차기 대학기본역량진단 모델이 수립한 방향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교육부는 올해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교육활동, 온라인 수업 확대 상황을 고려해 2021년 대학기본역량진단 지표를 수정했다. ‘재학생당 총 강좌 수’ ‘강의규모의 적절성’ 지표 관련 대학들의 성적표는 오프라인 강의와 더불어 온라인 강의도 함께 포함해 산출된다.

불가피하게 생긴 ‘구멍’은 평가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올해 대면 교육활동 제약으로 인해 정상 운영이 어려웠던 학생 학습역량, 진로·심리상담, 취·창업 지원, 산학협력 활동 관련 지표 등 ‘학생 지원 영역’의 교육프로그램 운영 관련 정량 실적들은 올해 1학기에 한해 제외한다.

2016년 K-MOOC 강좌로 공개돼 우수강좌에 선정된 ‘한국 산업의 현재와 미리: 산업 한류를 꿈꾸며’ 강좌 제작 모습. (사진=한국대학신문 DB)
2016년 K-MOOC 강좌로 공개돼 우수강좌에 선정된 ‘한국 산업의 현재와 미리: 산업 한류를 꿈꾸며’ 강좌 제작 모습. (사진=한국대학신문 DB)

■규제혁신‧자율성 확대…대전환 위한 추진 = 교육부의 핵심 정책은 ‘코로나 이후, 미래교육 전환을 위한 10대 정책과제’를 통해 엿볼수 있다. 교육부가 최근 발표한 △유·초·중등교육 △고등·평생교육 영역에서 추진할 10대 정책과제를 보면, 고등교육 영역에서 추진하는 핵심 방향은 대학 운영의 자율성 확대다. ‘교육과정, 교원, 학생정원, 학습장’ 등의 4대 요건을 근본적으로 검토하는 것을 포함해 대학 규제 혁신을 해 나갈 계획이다. 구체적인 규제 혁신 방안은 12월 중에 발표된다. 

그간 대학설립‧운영 규정에 따라 유지돼 온 4대 요건을 근본부터 검토하기로 한 것은 혁신 필요성이 대두됐기 때문이다. 원격교육이 확대되고, 일상으로 자리 잡으면서 대학이 4대 요건을 꼭 유지해야만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 의문이 제기됐다. 교육부는 당장 내년부터 4대 요건 필요성 관련 연구에 착수할 계획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디지털 기반 혁신을 단행하는 점이다. 20% 이내로 제한돼 있던 원격수업 교과목 개설 기준을 폐지하고, 이수학점 제한 기준도 훈령 제정을 통해 제도화한다. 코로나19로 인해 1학기에 임시적으로 완화했던 원격수업 기준을 제도화함으로써 코로나19 종식 여부와 관계없이 대면·비대면 수업을 병행토록 한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원격수업 운영 관련 최소 기준만 제시하는 방식으로 대학들의 자율적 수업 운영을 허용할 방침이다. 

원격수업의 가장 큰 문제로 제기된 교육의 질 관리도 주요 타깃이다. 올해 하반기에 대학별 원격수업관리위원회를 구성, ‘대학 원격수업 인증제(가칭)’를 도입할 예정이다. 온라인 학위과정 운영에 필요한 기준과 절차도 마련하며, ‘일반대학의 원격수업 운영에 관한 훈령’을 올해 하반기에 제정, 비대면 교육활동 실적을 2021년 대학기본역량진단에 반영할 계획이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원격수업은 감염병 상황에서 일회성으로 활용되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수업을 운영하려면 유연하고 탄력적인 학습운영이 필요하다”며 “그간 병행 수업을 하고자 해도 규제가 걸림돌로 작용해 원격수업 제한을 푸는 것을 우선 과제로 잡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학 간 공동교육과정 활성화에도 적극 나선다. 대학별 강점 분야를 중심으로 교육과정 공유, 학점교류‧학점인정, 권역 내 대학 간 복수‧공동학위를 더욱 활성화한다. 이를 위해 올해 하반기에 9개교를 선정해 거점국립대 간 (원격)학점교류 모델을 시범운영할 예정이다. 내년부터는 국내대학 간 온라인 공동 석사학위 과정, 국내대학과 외국대학 간 온라인 공동 학·석사학위 과정 운영을 허용할 예정이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유학생 유치 확대를 위해 원격수업 규제 완화 등과 연계, 국내대학이 다양한 학사 운영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도록 했다. 학사는 오프라인 과정, 석사는 온라인 과정으로 온-오프라인 융합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한다거나 K-MOOC에 다국어 자막을 지원하는 식이다. 아울러 외국대학과 교육과정 공동 운영 시 석사학위뿐 아니라 온라인 학사과정 공동운영 허용 등 온라인 공동 교육과정 활성화도 지원한다.

국가균형발전 관점에서 지자체와 대학과의 상생도 추진한다. 올해 첫 시행되는 ‘지역혁신 플랫폼’이 대표적인 사례다. 경남, 충북, 광주‧전남 등 지역혁신 플랫폼이 구축된 지역 가운데 ‘고등교육혁신특화지역’을 지정‧운영하고, 규제완화를 시범 적용한다. 고등교육혁신특화지역 지정‧운영 근거 마련을 위해 하반기 중 ‘지방대육성법’ 개정에 나설 계획이다. 

국립대학의 경쟁력을 높이는 정책도 포함됐다. 취약계층의 고등교육 기회를 보장하고, 기초‧보호학문 육성, 지역사회 기여 등 국립대의 공공성과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높여 나갈 예정이다.  3년차를 맞이한 ‘국립대학 육성사업’을 확대‧개편해 내년 이후 운영에 대한 심화‧발전 방안도 모색한다. 이를 통해 사업 성과 및 재정 운용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국립대학 육성사업 2주기 추진방향을 마련할 요량이다. 대학 간 공동 교육혁신 추진을 위해 거점국립대에 원격교육‧학점교류 기반을 구축하고, 권역별 공동교육 혁신센터도 운영할 계획이다.

10대 과제에는 미래사회 핵심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계획도 담겼다. 특히 4080억원 규모의 4단계 두뇌한국(BK)21 사업을 통해 연간 1만9000명에 달하는 석‧박사인력의 연구역량 향상을 집중 지원할 계획이다. BK21 사업에 비대면‧디지털 분야(트랙)를 신설, 신산업 분야 인재도 양성한다.

코로나19로 디지털 기술이 중요해진 점에 착안, 이에 대응해 ‘한국형 온라인 공개강좌(K-MOOC) 2.0’ 시대를 만들어 나가겠다는 청사진도 그렸다. 평소 쉽게 접하기 어려운 국내외 석학 등 유명 인사를 중심으로 다양한 주제별 강의를 개발해 제공하고, 해외의 우수한 MOOC 강의를 한국어 자막으로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우수한 K-MOOC 강의의 경우 해외 학습자 수요가 높은 분야부터 우선적으로 자막 서비스를 실시해 접근성을 높인다. K-MOOC와 KOCW간의 중복 비효율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두 서비스의 연계를 추진, 강좌를 일괄 검색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접근성을 한층 더 높일 계획이다. 

다양한 온라인 평생교육‧훈련 콘텐츠도 맞춤형으로 제공한다. 학습‧훈련 이력을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평생배움터(가칭)’를 구축해 각 부처‧기관의 온라인 교육콘텐츠 정보를 통합 제공하고, AI 기반 맞춤형 학습설계, 학점 및 학위 취득 등도 지원할 계획이다. 유 부총리는 “코로나19라는 전례 없는 상황을 우리 대학들이 교육과정 혁신의 기회로 삼아 대학 간 공유와 협력을 통해 함께 성장하는 고등교육 생태계를 구축해 나갈 것이라 기대한다”며 “이를 지원하기 위해 교육부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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