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민간 드론 규모 231억원…농업‧임업 56%
조지아텍 등 美대학 기술연구 ‘활발’…국내 연구 서울대 ‘주도’
국가자격 승격 ‘드론 자격증’…전문인재 배출 전문대 몫
‘경남도립거창대’ ‘신성대’ 드론 활용 스마트농업인 메카 될까

경남도립거창대 드론교육원에서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있는 교육생이 드론을 활용해 딸기 인공수정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경남도립거창대)
경남도립거창대 드론교육원에서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있는 교육생이 드론을 활용해 딸기 인공수정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경남도립거창대)

[한국대학신문 김의진 기자] 벼를 재배하는 청년농부 김씨는 최근 드론의 매력에 푹 빠져있다. 벼농사에 들어가는 일손을 드론을 통해 거뜬히 덜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경남도립거창대 드론교육원에서 드론 조종 관련 프로그램을 이수한 김씨는 영상용 장비를 장착한 드론을 조종해 넓은 논에서 벼가 얼마나 익었는지 확인한다. 다른 곳보다 덜 익은 벼가 있는 부근에는 드론에 특수장비를 달아 비료나 거름을 공중에서 투하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대농지원 활동이나 일손 거들기 관련 봉사가 줄어 일손부족이 심해졌지만, 드론이 있어 그나마 고생을 덜 수 있었다. 

전 세계적으로 농업 분야에 드론 기술을 도입하는 사례가 점차 늘어난다. 우리나라에서도 드론 도입 초창기부터 현재까지 농업 ‘방제’ 분야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드론 기술이 보급됐다. 최근에는 ‘벼 파종’ 단계부터 드론을 활용하는 사례가 보고된다. 농촌을 중심으로 ‘초고령화’ ‘지방소멸’ 문제가 대두되면서 동시에 ‘농업인의 씨가 마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지만, 드론 기술의 보급과 개선이 뒷받침된다면 아직 희망은 있다는 것이 농업계 전문가들의 견해다.

김씨와 같이 벼 방제사업에 드론을 활용하는 농업인들의 수가 급증하고 있다. 사진은 경남도립거창대 드론교육원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진행된 '드론 벼 방제사업'의 모습.
김씨와 같이 벼 방제사업에 드론을 활용하는 농업인들의 수가 급증하고 있다. 사진은 경남도립거창대 드론교육원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진행된 '드론 벼 방제사업'의 모습.

■국내 민간 드론 규모 231억원…농업‧임업이 56% = 현재 드론 국내시장의 규모는 704억원 가량으로 추산된다. 문재인 정부는 5년 뒤인 2026년까지 4조1000억원 규모로 끌어올리기 위해 관련 분야 지원을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세계 드론 기술경쟁력 5위권에 들기 위해 ‘산업용 드론’ 6만대 상용화를 구체적인 목표로 제시한 상태다. 세계 상위 5위권 기술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로드맵을 제시한 것이다.

지금까지의 국내 드론 시장은 ‘군(軍) 수요 중심’으로 짜여 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신기술 대부분은 처음에는 군용으로 개발, 상용화를 거쳐 민간에 보급된 사례가 많다. 드론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드론에 대한 공공수요가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최근에는 특히 농업용‧촬영용 드론을 활용하는 사례가 눈에 띌 만큼 증가했다. 국내 민간시장 규모는 231억여 원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농업‧임업이 차지하는 비율이 56%로 가장 많고, 촬영 20%, 건설‧측량 10% 순으로 이어진다는 경북이 발표한 연구보고가 존재한다.

상대적으로 ‘군(軍)용 드론’보다 비용이 싸고 크기가 작아 활용하기 용이한 민간용 드론 보급대수가 늘어나면서 이에 필요한 드론 자격증 취득 수요, 드론 활용 시장이 빠르게 성장 중이다. 현행법상 ‘초경량 비행장치 자격증’으로 분류되는 ‘드론 활용 자격’은 해를 거듭하며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초경량비행장치 자격증 취득자 수는 2014년 606명에서 2017년 2872명으로 4.7배 급증했다. 2018년에는 9635명으로 자격 취득자가 1만여 명에 근접했다. 

정부는 2017년 12월 발표한 ‘무인이동체 기술혁신과 성장 10개년 로드맵’을 통해 세계 드론시장 규모가 2030년 2742억달러로 성장할 것이라 전망했다. 이를 기반으로 세계시장 3위 기술경쟁력, 10% 이상 시장 점유율을 목표로 설정했다. 목표 달성을 통해 9만2000여 개 일자리와 160억달러 수출을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대통령 직속 4차 산업혁명 위원회에 따르면, 앞으로 10년 동안 드론 산업은 4차 산업혁명 시대 신성장 동력으로서 고용유발 17만명, 부가가치 유발 29조원 등의 효과를 낼 전망이다. 농업용 드론 활용도 점차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농업계에서는 현재 정밀농업 분야를 중심으로 드론을 시범 적용하고 있다. 농지 촬영을 포함해 농약 살포 등 수직 방향으로 유체를 분사하는 기술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다. 

■美 대학 기술 연구 활발…국내 연구 서울대가 ‘주도’ = 이미 미국과 유럽연합(EU)은 국가 주도로 민간무인기를 실용화하고 활용을 촉진하기 위해 주파수 인증, 공역 운항기준, 운용시설‧운용방안 등에 대한 제도를 수립했다.

특히 미국의 매사추세츠공대(MIT), 조지아공대(조지아텍), 스탠퍼드대 등은 NASA, 보잉 등과 함께 비행환경 관련 공동연구, 항공기 고장 시 최적의 조건으로 정상운항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한 공동연구 등을 진행 중이다. 조지아텍은 수직꼬리 날개가 없는 형상의 무인비행기 시험 비행에 성공했다. 신경회로망에 기반을 둔 재형상 통합 비행제어시스템을 연구한 것에 이은 성과다.

반면 국내에서는 작업시간에 제약이 있는 고위험·특수 작업의 경우 드론을 활용한 선행연구, 상용화 사례가 전무한 상태다. 이를 지원하기 위해서라도 새로운 기술 도입이 시급한 상황이다.

국내 자율비행 관련 기술들은 학계나 연구소를 중심으로 개발된다. 하지만 대부분 기초이론이나 시뮬레이션 수준에 그친다. 개발 중에 있는 것들도 여러 곳으로 분산돼 있어 기술통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적으로 드론을 활용하는 데 필수적이라 할 수 있는 ‘3D 모델링’ ‘영상분석’ 등의 국내 수준은 초보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다.

그나마 ‘농업 방제용’ 드론에 대한 연구는 수준급이다. 국내 대학 가운데 서울대가 이를 주도하는 중이다. 항공우주연구원과 함께 자율비행 제어기술 기초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이미 ‘지능형 자율비행 기술’을 응용한 소형급(100㎏급) 무인 헬기 2종류가 개발돼 농업 방제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서울대 항공우주신기술연구소에 따르면, 서울대 시흥캠퍼스를 드론을 포함한 무인이동체 테스트베드로 활용할 계획이다. 시흥캠에 연구소를 세워 ICT 응용 차세대 무인이동체 기술을 개발‧보급하는 게 목표다. 서울대는 이를 통해 산업계, 특히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정부에 따르면, 국내 개발 무인기(드론)의 국산화율 95% 이상을 달성하고 있는 참여업체의 88%가 중소‧중견기업이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예산지원 방향이 ‘실수요’에 기반해 미래 신산업‧신시장 창출을 선도하는 기술개발로 전환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예산지원 방향만 달라지면, 높은 국산화율을 바탕으로 드론 정책이 중소기업 육성 정책 기능도 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만든 드론을 통해 산업계 발전을 이끌 중소기업이 더 많아질수록 국가 경쟁력은 강화된다. 

■‘경남도립거창대’ ‘신성대’ 드론 활용 스마트농업인 메카 될까 = 현재 드론 관련 자격증은 국가자격으로 승격된 상태다. 2013년 이전까지는 민간협회에서 자격증을 관리했다. 하지만 이후 법에 의해 초경량 비행장치 사용사업에 사용되는 ‘무인비행장치 국가 자격제도’가 신설됐다. 이전 자격증 취득자는 전환교육을 이수하면 국가자격으로 인정한다.

2014년에는 전환교육을 포함, 새로 도입된 자격제도를 통해 606명이 자격증을 취득했다. 2017년에는 2928명으로 2014년에 비해 5배 가까이 자격증 취득 사례가 급증했다. 2018년에도 1만1392명으로 큰 폭의 증가세를 이어 나갔다. 조종 전문교육기관이 그간 지속적으로 증가한 영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드론 조종 자격 취득자 수는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드론 관련 기술 연구가 일반대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면, 드론 자격증 취득자와 전문인재 배출은 전문대의 몫이다. 특히 국토교통부로부터 경남 최초로 드론전문교육기관으로 승인 받은 경남도립거창대와 충청권 농업방제용 드론 교육에 집중하고 있는 신성대를 주목할 만하다.

경남도립거창대는 2017년 경남에서는 최초로 국토부로부터 드론전문교육기관으로 승인을 받았다. 대학 안에 드론교육원을 개원할 수 있게 돼 재학생·지역민을 대상으로 한 드론 교육을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다.

교육을 위해 경남도립거창대는 전문 지도교관과 모의비행 전용 교육장, 실기 비행장을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지금까지 재학생 227명, 일반인 270명 등 497명이 교육을 수료했다. 수료생 가운데 약 75%인 372명이 드론 국가자격 시험에 합격하는 성과를 거두는 등 경남 드론산업을 이끌어가는 전문인력 양성기관으로 거듭나고 있다.

경남도립거창대는 지난달 국토부로부터 항공정비사 전문교육기관으로도 지정을 받아 경남 주력산업인 항공MRO사업의 우수 항공정비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했다. 

손창섭 경남도립거창대 교수는 “전문대학에 적합한 드론활용 비즈니스 모델 구축과 사업화에 집중할 계획”이라며 “드론개발이나 제조 분야보다는 ‘드론활용’ 방법을 개발해 기존 산업계 기술수단에 드론을 투입, 안전성과 생산성, 노동력 대체 효과로 지역사회를 선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남도립거창대는 연막방제용으로 드론을 개발해,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경남도립거창대는 연막방제용으로 드론을 개발해,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충남 당진에 위치한 신성대는 드론 농업방제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에 열심이다. 특히 인근 지역에 위치한 농업 특성화 대학 연암대와 협력, 미래형 융복합 프로그램으로 드론 교육 과정을 설계했다. 신성대와 연암대 간 맞손은 교육부 재정지원사업인 전문대학혁신지원사업 ‘후진학 선도형(3유형)’ 컨소시엄으로 맺게 된 결과물이다.

신성대와 연암대는 각자 지닌 강점과 인프라를 결합해 드론 농업방제 조종기술을 포함, 살포비행과 작물보호제 안전사용 등 농업방제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실무 중심의 교육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교육 이수 후에는 자동적으로 ‘드론 농업방제단’에 참여하게 해 드론 관련 취업과 연계할 수 있는 방안도 지원해 나갈 계획이다.

김용석 신성대 평생교육원장은 “혁신 선도기술 분야라고 할 수 있는 드론조종, 드론농업방제 등의 교육을 중점적으로 실시하고 있다”며 “지역 주민들에게 수준 높은 교육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농업 분야 드론 기술을 더욱 발전시킨다면 머지않아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적극 활용하는 ‘농업 관리자’로서의 농업인의 모습도 기대할 수 있다”며 “지역 농업인들이 부족한 일손을 해소하고, 이전보다 소득을 더 늘릴 수 있는 지역 농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보탬이 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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