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 자원 부족, 일반대 선호…엎친 데 덮친 격 ‘문 닫을 판’
특성화고 학생 이탈 경쟁률 하락 부추겨…모집 경쟁 심화까지
수험생 선호도 기반 보건간호계열 강세 ‘여전’

2021학년도 전문대학의 수시 1차 모집 결과 전반적으로 경쟁률이 하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한국대학신문 DB)
2021학년 전문대 수시 1차 모집 결과 전반적으로 경쟁률이 하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한국대학신문 DB)

[한국대학신문 허지은 기자] 전문대 수시 1차 경쟁률이 전반적인 하락세를 보였다. 정원내와 정원외를 합산한 전체 모집인원 기준 경쟁률이 지난해 6.19대 1에서 4.92대 1로 낮아졌다. 고3 학생 수가 대폭 감소한 학령인구 ‘절벽’의 여파가 여실히 드러난 모양새다. 전문대 입시 관계자들도 학령인구 감소가 이번 경쟁률 하락의 주요 원인이라고 입을 모았다. 여기에 더해 입시기관 관계자들은 전문대의 입학전형이 학생부를 위주로 구성돼 있는 점도 경쟁률 하락에 다소 영향을 미친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권역별로 경쟁률을 집계한 결과 서울권 전문대 경쟁률이 특히 큰 폭으로 낮아진 모습을 보여 우려를 샀다. 인천·경기·대전·충북 등의 경쟁률 하락폭도 큰 편이었다. 전국 17개 권역 중에서는 유일하게 울산만 경쟁률이 올랐다. 

다만 경쟁률 하락은 전문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앞서 수시 모집을 마감한 일반대도 학령인구 감소 여파에 휩쓸리며, 주요대학 경쟁률이 전반적으로 하락하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경쟁률이 낮아지는 추세 속에서도 보건계열 위주 전문대들은 높은 수험생 선호도를 바탕으로 비교적 높은 경쟁률을 선보이기도 했다. 

■전문대 수시 1차 경쟁률 하락…6.19대 1에서 4.92대 1로 = 14일 마감된 2021학년 전문대 수시 1차 원서접수 현황을 집계한 결과 전반적인 경쟁률 하락 양상이 나타났다. 원서접수 결과를 비공개한 10개교를 제외하고 전국 134개 전문대 가운데 124개교의 경쟁률 현황을 조사한 결과다. 

124개 전문대의 올해 수시 1차 경쟁률은 정원내·정원외 합산 기준 4.92대 1이다. 이는 지난해 기록한 6.19대 1에 비해 눈에 띄게 낮아진 수치다. 모집인원은 13만101명에서 13만1720명으로 지난해와 큰 차이가 없었지만, 지원자가 80만5206명에서 64만8689명으로 15만6517명이나 줄었다. 

정원내와 정원외 구분 시 경쟁률 추이는 다르게 나타났다. 정원내 경쟁률은 6.98대 1에서 5.43대 1로 낮아진 반면, 정원외 경쟁률은 2.2대에서 2.32대 1로 도리어 상승한 모습을 보였다. 다만 정원내 모집인원이 11만246명에 달하는 반면, 정원외는 2만1474명으로 규모가 작고, 경쟁률 수치도 상대적으로 낮은 탓에 전반적인 경쟁률 하락추세를 전환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규모가 적은 정원외를 제외하고, 정원내를 기준으로 권역별 전문대 평균 경쟁률을 따지면, 서울 지역 경쟁률이 8.34대 1로 가장 높았다. 이어 △인천 8.07대 1 △경기 7.27대 1 △울산 6.55대 1 △부산 6.44대 1 △대구 5.12대 1 △경남 4.5대 1 △충남 4.43대 1 △대전 4.04대 1 △충북 3.96대 1 △광주 3.73대 1 △전북 3.63대 1 △경북 3.28대 1 △세종 3.14대 1 △강원 3.04대 1 순이었다. 제주 지역 전문대의 경쟁률이 1.2대 1로 가장 낮았고, 전남이 2.15대 1의 경쟁률로 뒤를 이었다. 

정원내와 정원외 합산 기준 경쟁률은 인천이 7.62대 1로 가장 높았다. 이어 △서울 7.33대 1 △경기 6.66대 1 △울산 6.09대 1 △부산 6.02대 1 순으로 이어졌다. 제주가 1.09대 1로 가까스로 미달을 면한 데 이어 전남도 1.66대 1의 상대적으로 낮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16개 권역 경쟁률 하락…등록률 100% 서울·인천마저 = 전국 17개 권역 가운데 경쟁률이 오른 지역은 정원내 기준 6.17대 1에서 6.55대 1, 정원내·정원외 합산 기준 5.69대 1에서 6.09대 1이 된 울산이 유일했다. 나머지 16개 권역은 모두 어떤 기준을 적용하더라도 지난해 대비 경쟁률이 하락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서울과 인천이다. 2020학년 입시에서 유이하게 정원내 등록률 100%를 기록하며, ‘선방’하는 모습을 보인 권역임에도 올해 수시 1차에서는 가장 큰 경쟁률 하락폭을 보였다는 점에서다. 서울은 정원내 기준 11.4대 1에서 8.34대 1이 되며, 3.06대 1이나 경쟁률이 낮아졌고, 인천도 10.89대 1에서 8.07대 1로 2.83대 1이나 경쟁률이 낮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두 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한 두 지역의 경쟁률이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올해는 10대 1 이상의 경쟁률을 보인 권역을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서울·인천뿐만 아니라 경기 지역 경쟁률도 하락, 전반적으로 수도권이 ‘고전’을 면치 못한 모양새다. 경기 지역 전문대 경쟁률은 9.67대 1에서 7.27대 1로 2.4대 1이나 줄었다. 서울, 인천에 이어 세 번째로 경쟁률 하락폭이 컸다. 

정도가 덜할 뿐 비수도권 지역의 경쟁률 하락도 우려를 자아낸다. 정원내 기준 부산이 8.17대 1에서 6.44대 1로 경쟁률이 1.73대 1 하락한 것에 이어 △대전 1.71대 1 하락(이하 하락 생략) △충북 1.62대 1 △대구 1.51대 1 △경북 1.31대 1 △충남 1.3대 1 등 경쟁률이 지난해 대비 큰 폭으로 낮아진 권역이 많았다. 유일하게 경쟁률이 오른 울산을 제외하면, 광주가 0.34대 1, 전남과 제주가 각 0.5대 1 등 상대적으로 경쟁률 하락폭이 작은 편이었다. 

정원내·정원외를 합산해도 경쟁률 하락폭은 크게 나타났다. 순서만 다소 달라질 뿐이다. 대전이 5.5대 1에서 3.94대 1로 경쟁률이 1.56대 1 하락한 데 이어 △충북 1.46대 1 △부산 1.28대 1 △충남 1.17대 1 △대구 1.13대 1 △경북 1.04대 1 등 경쟁률이 큰 폭으로 떨어진 권역이 즐비했다. 

■경쟁률 하락 원인, 학령인구 감소 ‘첫손’…일반대 선호, 학생부 위주 선발도 요인 = 입시 전문가들은 전반적인 경쟁률 하락 추세가 나타난 것은 학령인구 감소 여파 때문이라고 본다. 안연근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진학지원센터장은 “2021학년 수능 원서 접수 인원이 지난해에 비해 5만5000여 명 줄었다. 입학 자원 자체가 줄면서 대학들의 모집난이 지난해에 비해 더욱 심화된 것”이라고 했다.

학령인구 감소 여파가 낳은 경쟁률 하락 현상은 지방 전문대에 보다 큰 위기의식을 불러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경쟁률 하락폭은 수도권이 더 크지만, 본래 다른 지역 대비 경쟁률이 높았기에 하락폭도 더 큰 것에 불과하다. 가뜩이나 경쟁률이 낮던 비수도권 전문대의 경쟁률이 더욱 낮아졌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안 센터장은 “수도권의 경쟁률 하락이 적지 않은 수치라 하더라도 워낙 수도권 전문대의 경쟁률이 높은 편이었던 것을 감안해야 한다. 수도권 경쟁률 하락보다 오히려 비수도권 전문대에서 계속되는 큰 폭의 경쟁률 하락 추세가 더욱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정원내·정원외 합산 기준 비수도권 권역 가운데 대전의 경쟁률이 크게 내려간 점을 지목하기도 했다. 안 센터장은 “대전은 부산, 광주와 함께 권역 내 입학자원의 전문대 진학률이 떨어지는 곳”이라며 “일반대 캠퍼스가 많은 탓에 입학자원 확보에 있어 전문대가 불리하다”고 덧붙였다.

대전 지역 내 전문대들도 경쟁률 하락의 원인을 비슷한 데에서 찾고 있는 모습이다. 대전 지역 A전문대 입학업무 담당자는 “대전지역 학생 수가 다른 지역에 비해서 많이 줄었다. 대전은 물론 청주 등 인근 지역에 일반대가 많아 입학자원을 일반대에 많이 뺏기고 있다. 같은 학교법인 내 일반대와 전문대 간에도 입학자원 경쟁이 치열하다”며, “점차 이러한 추세가 심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입시기관들은 학령인구 감소 여파에 더해 ‘일반대 선호 현상’이 더욱 뚜렷해진 점을 전문대 경쟁률 하락의 원인으로 분석한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학생 수가 감소해 지원 가능 성적대가 낮아지면서 학생들이 지방대보다 수도권 대학, 전문대는 물론 일반대에도 합격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며, “합격 가능성이 모두 열려있다면 전문대보다 일반대에 우선 지원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고 설명했다.

특성화고 학생들의 ‘이탈’도 경쟁률 하락을 부추긴 요인으로 지목됐다. 우 소장은 “주로 전문대 진학을 고려하는 특성화고 학생들의 일반대 입학 사례가 느는 것도 주목해야 한다. 과거 취업 또는 전문대 진학을 주로 염두에 뒀던 특성화고 학생들이 경쟁률 하락 추세를 겪는 일반대를 선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우 소장의 설명처럼 일반대도 이번 수시 모집에서 난항을 겪었다. 최대 6곳에 원서를 접수할 수 있는 일반대 수시에서 경쟁률이 6대 1을 밑도는 곳이 지난해보다 늘어나 신입생 충원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18일 발표한 ‘2021학년 수시모집 지원 횟수’를 보면 올해 1인당 평균 지원 횟수는 4.73회였다. 종로학원하늘교육이 2021학년 수시경쟁률을 분석한 결과 경쟁률이 6대 1을 밑돈 대학이 106개교나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3대 1 미만인 대학도 지난해 10개교에서 14개교로 증가했다.

전문대의 수시 모집 일반전형이 학생부 성적 위주 전형인 것도 경쟁률 하락의 원인 중 하나일 수 있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우 소장은 “전문대는 어느 대학이나 일반전형에서 학생부 100%로 선발한다. 반면 일반대는 학생부종합전형의 선발 비중이 많이 늘어나 있다”며 “만약 내신 성적이 다소 낮은 학생이라면 전문대 합격을 확신하기 어렵다. 오히려 비교과 활동으로 낮은 내신 성적을 만회할 수 있는 일반대 진학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다만 아직 2021학년 전문대 최종 입시결과를 비관적으로 바라보긴 이르다는 의견도 있다. 안 센터장은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발표한 올해 수험생들의 평균 지원횟수(4.73회)를 기준으로 학생들의 전문대 지원 횟수를 추산하면 대략 25만건, 평균 5.5회 지원한 것으로 보인다. 전문대에 지원한 횟수가 여전히 일반대를 앞선 상황”이라며 “전문대는 아직 수시 2차와 정시모집이 남아있다는 점도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수시 2차에서 경쟁력이 있는 학과 모집을 집중 실시하는 대학들이 있다는 점도 여지를 남기는 부분이다. 경쟁률이 하락한 서울 소재 A전문대 관계자는 “수시 1차보다 2차에서 학생들에게 선호도가 높은 학과를 집중적으로 모집할 것”이라며 “수시 2차에서는 보다 많은 학생들이 지원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높은 수험생 선호도’ 기반 보건간호계열 강세 ‘여전’ = 또 하나 주목할 것은 전반적인 경쟁률 하락 추세에서도, 보건간호계열의 강세는 더욱 두드러졌다는 점이다. 보건간호계열 전공을 중심으로 학과를 구성한 대학들의 경쟁률은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보건간호계열 학과는 전문대에서도 상당수 4년제 과정으로 운영되는 간호학과를 비롯해 작업치료과‧물리치료과‧보건행정과‧응급구조과 등을 말한다. 보건간호계열 전공은 전문대에서 전통의 ‘입시 강자’로 손꼽힌다.

이번 수시 1차에서 보건간호계열 전공 위주의 대학들은 경쟁률 상승 추세를 선보이기도 했다. 32.4대 1에서 39.8대 1로 경쟁률이 오른 서울여자간호대를 비롯해 삼육보건대, 조선간호대 등은 경쟁률이 지난해 대비 올랐다. 전국 전문대 경쟁률 톱10에 포함되기도 했다. 

설령 경쟁률이 하락했더라도 보건간호계열의 경쟁률은 비교적 높은 편이었다. 지난해 대비 경쟁률이 다소 하락했지만, 전국 전문대 경쟁률 톱20에 든 경기권 A전문대는 수시 1차 모집에서 보건간호계열 전공 경쟁률이 가장 높았으며, 보건간호계열 위주로 학과가 구성된 경상권 B전문대도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전국 7개 도립 전문대 중 경쟁률 1위를 한 충남도립대도 작업치료학과의 경쟁률이 9.5대 1로 가장 높았다.

광주 지역의 전문대 경쟁률 하락폭이 가장 작게 나타난 것도 보건간호계열이 강세를 보인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보건계열의 높은 경쟁률을 기반으로 서영대가 5.1대 1에서 6.69대 1로 경쟁률이 오르며, 지역 전반의 경쟁률 하락폭을 줄이는 데 큰 도움을 줬기 때문이다. 서영대 보건계열 학과들의 경쟁률은 △물리치료과(27.4대 1) △간호학과(8.1대 1) △치위생과(8.1대 1) △응급구조과(8.7대 1) △임상병리과 4.3대 1) △보건행정과 (6.3대 1) 등으로 높게 나타났다. 

높은 취업률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보건계열은 높은 선호도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우 소장은 “학령인구 감소에도 불구하고 서울지역 보건계열 전문대 경쟁률이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취업에 대한 고민이 많은 수험생들이 취업률이 높은 보건계열 모집단위를 선호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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