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이용 시간 늘고, 독서량은 줄어

대한민국 대학생들은 이렇게 살고 있다. 인터넷 이용 적어도 하루 1시간. 술은 1주일에 한번 꼴. 책은 한 달에 1~2권 정도. 그리고 현재의 가장 큰 고민은 학업! 휴대폰은 물론 무선 노트북을 들고 자유자재로 넘나들 수 있는 사이버 항해길이라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고로, 무선 인터넷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 대학생들의 인터넷 이용시간은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 설문조사 결과 2시간 이상 장시간 이용자가 이미 10명 가운데 4명 이상을 기록, 그 층이 더 두터워졌다. 술 또한 마찬가지. ‘나를 키운 건 팔 할이 술이었다’. 주 1회 이상 술을 찾는 대학생 역시 팔 할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반해 책읽기에는 참여도가 떨어졌다. 주 단위로 따진다면 10명 중 3명에도 못 미치는 수가 1~2권의 책을 읽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군다나 각 대학도서관 도서대출 창구에 장사진을 치고 찾는 책이 판타지소설 등 쉽게 읽히는 오락물이라면 대학생들의 독서문화는 분명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해 안 되는 것은 아니다. 취업, 학업 등 말 그대로 생존경쟁에 직면해 있는 대학생들에게 탈출구는 있어야 할 듯. 문제는 어느 쪽 문으로 나서는 가이다. ◇인터넷=하루 ‘30분~1시간 정도 이용한다’는 의견이 45.9%로 가장 많았고 2~3시간(32.7%)과 3시간 이상(11.8%)이 그 뒤를 이었다. 매일 2시간 이상 이용자는 44.5%로 대학가의 인터넷 공간이 확장되면서 대학생들의 인터넷 이용 시간 또한 동반 상승하고 있다. 이 문항이 처음 실시됐던 1998년 조사 결과 30분 미만(43.5%), 30분~1시간(27.6%), 2~3시간(8.5%) 등 이었던 점을 감안한다면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는 수치이다.
◇술=1주일에 하루 이상은 술을 마신다는 응답이 10명 가운데 8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술집보다는 영화관을 더 즐겨 찾는 영상세대의 반응치고는 다소 의외. 음주는 1주일에 하루 정도(36.1%) 라는 의견이 가장 많았고 2일(23.8%), 3일(12.0%), 4일(3.6%), 5일 이상(3.5%) 순으로 조사됐다. ‘마시지 않는다’는 응답 또한 21.0%를 차지했다. 지난해와 대동소이한 결과. ◇책=대학생들의 전공 관련서와 잡지를 제외한 한 달 평균 독서량은 1~2권(53.0%)이 가장 많았고 이어 3~5권(24.3%), 6~8권(5.3%), 9~10권(1.6%) 순으로 집계됐다. ‘한 권도 읽지 않는다’는 응답도 13.8%나 됐다. 주당 1~2권을 읽는 독서인구는 27.8%로 지난해에 비해 4.4%포인트 소폭 상승하는데 그쳤다.
◇고민=대학생들을 고뇌케 하는 주범은 다름 아닌 ‘공부’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가장 고민하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응답자 38.0%가 ‘학업’이라고 답했다. 이어 취업(35.3%), 이성문제(11.2%), 생계(5.7%), 등록금(2.4%) 등이 대학생들의 얼굴을 ‘사색’으로 만든다고 응답했다. 특히 대다수의 응답자가 취업, 생계, 등록금 등 금전과 관련된 현실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마당이어서 학업에 대한 고민 또한 취업과 무관하지 않는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응답자 10명 가운데 7명 이상이 취업을 위한 학점 관리에 ‘소크라테스적 아이러니’를 되풀이해 읽고 있는 셈이다. ◆오락 공간 & 여가시간
매년 부동의 1위 자리를 지켜오면서 ‘술집 사랑’에 대한 유별난 애착을 보여온 대학가가 달라졌다. 술집을 멀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학생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오락 공간’으로 당당히 대접 받아온 ‘술집’이 지난해 37.0%를 기록한데 반해 올해 설문에서는 5.4%만의 지지를 얻어 ‘폭삭’ 내려앉았다. 그간 큰 변동을 보이지 않았던 오락 공간 선호도는 술집이라는 이름 앞에 ‘시대를 불문하고 꾸준히 인기를 누려온 유일한 대학인 최고의 아지트’라는 거창한 수식어를 붙였다. 특히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아니 두 사람 모두 술을 마셨다는 지난 98년 IMF 외환위기 시절에는 최고 전성기를 누리기도. 그렇다면 난공불락의 1위 자리를 차지한 히로인은? 다름 아닌 노래방(32.2%). 쇠퇴기에 접어들었다는 핀잔 속에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던 ‘방 문화’의 선두 주자 노래방이 올해 처음 빛을 본 것이다. 지난해 지지율이 9.7%였던 점을 감안한다면 환골탈태가 따로 없다. 이어 당구장(13.6%), PC방(12.7%), 서점(6.1%) 등이 자주 이용하는 오락 공간으로 꼽혔다. 반면 술집을 비롯해 오락실(4.7%), 카페(4.2%), 만화가게(3.6%), 비디오방(2.7%) 등의 ‘친근한’ 이름들은 산소학번으로 대변되는 대학의 새세대들에게 버림 아닌 버림을 받은 꼴이 됐다. 특이한 점 하나. PC방의 성시로 인해 개점휴업 또는 업종변경을 거듭했던 당구장이 다시금 부상하고 있다는 사실. 문득 자욱한 담배연기와 ‘자장면’이 트레이드마크였던 지난날의 당구장이 그리워진데도 굳이 걸음하지는 마시라. ‘술도 안 마시는 부류’들이 모이는 곳인데 무슨 재미가 새록새록 들겠는가. 특이한 점 둘. ‘술도 안 마시는 부류’는 오보. 술집은 분명 멀리하지만 술은 여전히 자주 마신다. 음주 횟수에 관한 한 지난해 결과와 별반 차이 없음이 이를 증명한다. 그렇다면 자투리 여가시간을 대학생들은 어떻게 이용할까? 영화 관람(30.1%)으로 시간의 대부분을 보내는 것으로 집계됐다. 또 연극 관람(16.5%), 노름(14.9%), 라디오 청취(14.1%), 텔레비전 시청(11.9%) 등이 두 자리 수 지지율을 기록, 대학생들에게 심심풀이 땅콩 이상의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 11.4%에서 2배 이상 급상승한 영화 관람의 경우 유난히 눈에 띄는 대목. 한국 영화의 전성기와 궤를 같이한 탓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영화 상영관·쇼핑센터·식당 등을 한 곳에 갖춘 복합상영관의 대중화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연극 관람의 신장세 또한 영화 관객 수의 증가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 함께 보고 즐기는 쪽으로 대학가의 눈과 귀가 옮겨가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하나 재미있는 사실은 노름의 ‘당당한’ 등장이다. 사천만이 다 즐기는 ‘고스톱’이지만 막상 ‘이것이 나의 취미이자 낙이요’하고 밝히기엔 어딘가 주저하기 마련. 언젠가 한 대학에서 노름동아리 회원을 공개 모집하다 신문 가십거리로 취급당하기도 했지만 오히려 그 솔직함에 신뢰가 간다. 물론 서당 훈장님이 들으시면 탄식이 절로 나오겠지만 말이다. 독서(4.2%), 등산(3.7%), 음악 감상(2.8%) 등 매년 상위에 랭크 됐던 이들 항목은 올해의 경우 신상카드 취미 난에나 기재됨직한 단어들로 급격히 추락했다. ◆학보 대학생들이 직접 발로 뛰어다니며 취재하고 손수 편집해 발행하는 ‘피와 땀이 어린’ △△신문, ○○학보를 두고 응답자의 53.8%가 ‘읽는다’고 답한 반면 46.2%는 ‘읽지 않는다’고 답했다. 90년대 중반 이후 정체성 확립을 위해 동분서주하던 각 대학신문들이 최근 들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병행하는 새로운 매체로의 변신에 골몰한 것은 사실이다. 심지어 일부 대학에서는 이 보다 더 나아가 아예 대학신문과 방송국을 합치는 논의까지 진행하기도 했다. 그 결과 최근 3년간 조사에서 계속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의 경우 지난해 보다 0.5%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지만 2000년과 비교할 때 5.2%포인트 뛰어올랐다. 대학신문을 챙겨 보는 이들 가운데 32.1%는 매주 ‘꼬박꼬박’ 읽는다고 응답했다. 또 월 4회 발행을 기준으로 볼 때 읽는 횟수가 2회(28.7%) 또는 1회(28.1%) 정도라는 반응이 그 뒤를 이었다. 월 3회는 11.1%로 조사됐다. 매년 학보를 읽는 인구는 늘어나는 추세인데 반해 올해의 경우 매주 신문을 챙기는 ‘열혈독자층’이 줄었다. 월 3~4회 정기적으로 읽는다는 의견이 지난해에 비해 9%포인트 내려앉았다. 대학신문 지면에 대해서는 응답자 33.3%가 ‘학내 뉴스’면에 가장 먼저 눈이 간다고 답했다. 지난해도 ‘학내 뉴스’면이 대학신문의 강점이라는 응답이 1위로 꼽혔다. 온라인공간 등 다양한 매체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학내 소식에 관해서는 대학신문의 위력이 여전한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뒤 이어 대학사회(22.7%), 사회일반(11.9%), 학술․문화(9.8%) 등도 유익한 지면이라는 평가다. 기획기사(7.1%), 여론(3.3%), 정치(3.1%) 등의 지면은 상대적으로 선호도가 낮았다. [관련기사 : 문화생활(2)-성의식 : '10명 중 6명 이성간 동거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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