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만 본다면 가을 극장가는 그 어느 때보다 풍성한 차림으로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코미디에서 아트 필름까지, 그 가운데서 가려 뽑은 10~11월 영화 15편을 소개한다. 영화 <올드 보이>
<공동경비구역 JSA> 박찬욱 감독의 신작 <올드보이>의 막바지 촬영이 한창인 경기도 양수리 서울종합촬영소 제 7세트장. 진한 갈색의 곱슬머리를 펄럭이며 현장에 도착한 최민식 씨에 이어 박찬욱 감독이 도착한다. 이날의 촬영 분은 최민식 씨가 맡은 극중 인물 오대수가 영문도 모르는 채 사설 감옥에 갇히게 되는 과정. 내용을 꽁꽁 숨긴 채 '오대수가 세 치 혀를 잘못 놀려' 갇히게 된다는 것만 공개되어 있는 이 영화는 미스터리와 액션, 드라마, 에로 등이 버무려진다. 4평 남짓이나 될까, 이상한 갈색 문양의 벽지로 도배된 이 방에 갇힌 최민식 씨는 간수에게 '왜 감금되었는지'를 묻는다. 방 뺍시다!. 인근에 마련한 스태프들의 숙소 예약을 취소하자는 말이 나올 정도로 출발이 좋다. 하지만 웬 걸. 복병은 늘 있는 모양인가 보다. 최민식 씨가 식사 통로로 머리를 들이밀며 애절하게 고함치는 장면의 촬영이 한 시간째 제 자리 걸음이다. 문이 열리지 않아서, 대사가 '씹혀서', 외부인의 발자국 소리 때문에, 대사가 어색해서, 웃음이 부족해서. 이유도 가지가지다. 모두 열 여덟 번의 재촬영 끝에 OK 사인을 받아 낸 최민식 씨의 목과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있다. 자신의 영화들을 '여자'에 비유하곤 하는 최민식 씨는 <올드보이>에 대해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은 애증의 여자?라고 설명한다. 그만큼 애착이 가지만 힘들게 촬영했다는 이야기일 터. 최민식 씨의 고통스런 연기를 모니터링하며 연신 웃어대는 박찬욱 감독에게 ?그렇게 재미있는지?를 묻자 옆에 앉은 최민식 씨가 ?내가 힘들게 연기하는 게 재미있어서 웃는 것?이라고 덧붙인다. 그러나 박 감독은 특유의 미소만 지을 뿐 가타부타 말이 없다. 지난 10월 2일, 5개월간의 촬영 여정을 마친 <올드보이>는 동명의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한 미스터리 액션 드라마. 부드러운 이미지가 강했던 유지태가 주인공 오대수를 15년 동안이나 감금하는 ?나쁜 남자?로 출연하며, 맹랑한 연기가 인상적이었던 <은실이>의 강혜정이 오대수를 돕는 여인이 된다. 빠르고 역동적인 카메라워크, 다채로운 음악과 영상미가 작품을 풍요로운 작품. 여기에 극 설정과 캐릭터 자체가 웃음을 유발하는 최민식 씨의 연기가 색다른 경지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11월 21일 개봉. 사진 제공 : <올드보이> 황산벌 박중훈이 계백장군으로, 정진영이 김유신으로 출연하는 코믹 사극. 정진영의 말처럼 ?인력 블록버스터?인 이 영화는 삼국시대 말기가 배경. 당나라와 연합해 백제를 공격하는 황산벌 전투에는 전쟁만 있는 것이 아니다. 뻣뻣하고 경건한 왕과 장군의 모습이 아닌 인간들이 들어 있다. 극중 인물들은 진지하지만 사투리 때문에 웃음을 멈출 수 없다. 아카시아 지난 10일 막을 내린 부산국제영화제의 폐막작으로 벌써부터 화제에 오른 작품. <여고괴담> 박기형 감독의 세 번째 영화다. 역시나 장르는?주특기?인 공포. 푸근한 자태와 아름다운 향기를 뿜어내지만 가시로 자신을 보호하는 아카시아 나무를 이기주의로 팽배한 현대인에 비유한다. 유일한 콤플렉스인 커리어우먼 미숙(심혜진)이 아이를 입양하면서 생기는 비극을 그린다. 봄날의 곰을 좋아하세요? '네가 너무 좋아…봄날의 곰만큼.' 어느 날 익명의 사람으로부터 이런 쪽지를 받는다면 누구라도 그의 정체를 찾고 싶을 터. 이 영화는 이 쪽지를 건네받은 주인공 현채(배두나)가 그 주인공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미스터리 멜로 영화다. 짜임새 있는 내용과 마지막의 반전이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매치스틱 맨(Matchstick Men)/ <블레이드 러너>, <글래디에이터> 등을 만든 리들리 스콧 감독의 신작. 성격파 배우 니콜라스 케이지가 주연으로 출연하고 거장 한스 짐머가 음악을 담당했다. 사기꾼인 로이(니콜라스 케이지)는 난데없이 나타난 딸 안젤라가 ?영업 기술?을 가르쳐 달라는 통에 애를 먹지만 그녀 덕분에 기막힌 인생의 반전을 경험하게 된다. 다운 위드 러브 로맨틱 코미디의 새로운 아이콘 르네 젤위거와 이완 맥그리거 주연의 로맨틱 코미디. 두 사람은 각각 섹시한 페미니스트와 플레이보이 저널리스트로 분해 할리우드 특유의 잘 짜여진 사랑을 만들어간다. 돌스(Dolls) <하나비>의 기타노 다케시 감독은 자신이 만드는 최초의 연애 영화를 일본의 전통인형극인 ?분라쿠?에 접목해 풀어간다. 목적 없이 방황하는 남녀, 죽음이 임박했음을 알게 되는 늙은 야쿠자 보스, 그를 기다리는 여인, 정상에서 추락한 아이돌 스타와 그녀를 동경하는 소년을 통해 치명적인 사랑을 보여준다. 목격자 알 파치노와 킴 베이싱어가 만난 미스터리 스릴러. 뉴욕 최고의 PR 로비스트 일라이(알 파치노)가 할리우드의 거물들의 음모를 알게 되면서 휘말리게 되는 과정을 그린다. 뉴욕 최고의 로비스트의 실제 이야기가 소재. 정사(Intimacy) 2001년 베를린영화제에서 작품상, 여우 주연상, 유럽 영화상을 석권한 작품. 적나라한 정사 신 때문에 실제 정사 논쟁이 불거지기도 했다. 중년의 남녀가 무미건조한 일상에서의 탈출구로 삼은 익명의 섹스가 그려지며 무삭제 개봉된다. 참을 수 없는 사랑(Intolerable Cruelty) 독특한 작품 세계를 가진 코엔 형제와 조지 클루니, 캐서린 제타 존스가 호흡을 맞춘 작품. 사랑. 클루니는 이혼 전문 변호사 마일즈 매씨로, 제타 존스는 이혼 위자료로 부를 축적하는 매력적인 여자로 출연한다. 감정을 숨긴 채 벌이는 두 사람의 사랑 싸움이 미묘한 재미를 준다. 환생 간절히 원하면 죽은 사람이 돌아와 3주일 동안 함께 지낼 수 있다는 만화적인 이야기. 짝사랑하던 여인 아오이(다케우치 유코)의 죽은 연인을 돌아오게 할 수 있는 열쇠를 알게 되었지만 사랑의 감정으로 고민하는 헤이타(쿠사나기 쯔요시)가 주인공이다. 올초 일본 개봉 당시 3백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낭만자객 <달마야 놀자>, <색즉시공>의 윤제균 감독이 선보이는 또 하나의 코미디. 돈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가리지 않는 어리버리한 자객단이 귀신들의 복수를 해준다는 이야기. 윤 감독의 끊임없는 문자 메시지 공세에 함락 당한 김민종이 대표 자객으로 출연한다. 영어완전정복 영어 정복의 길에 나선 이나영과 장혁. 하지만 정작 그들이 정복한 것은 사랑이었으니. <태양은 없다>와 <무사> 등을 통해 남성들의 세계를 감각적인 영상으로 표현했던 김성수 감독의 첫 코미디 영화. 프리다 주인공 프리다 칼로를 연기한 셀마 헤이엑에게 전기를 마련해 준 작품. 20세기 최고의 여류화가로 추앙받는 프리다 칼로의 삶과 사랑, 그림 이야기가 실사 영상과 그림이 절묘하게 결합하는 독특한 기법으로 보여진다. 멕시코 전통 음악과 흥겨운 라틴풍 음악이 한 데 어우러져 눈과 귀가 즐겁다. 여섯 개의 시선 박찬욱, 임순례, 박광수, 여균동, 정재은, 박진표 등 감독 6인이 자신의 스타일로 그린 인권 영화 프로젝트. 뚱뚱해서 고민하는 여고생, 뇌성마비 1급 장애인, 외국인 유치원에 다니는 8학군 어린이, 주차장의 요금 정산소에서 일하는 미모의 여성, 네팔 여성 노동자 등이 각각의 영화의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우리 사회의 치부를 웃음과 눈물, 놀람과 한숨 등으로 버무려 보여준다. 사토라레 사토라레라는 제목은 모든 생각이 반경 10m내의 사람들에게 모두 전달되는 이상 현상. 의지전파과잉증후군으로 불리기도 한다. 사토라레인 외과 의사 사토미 켄이치(안도 마사노부)와 ?이상한? 그를 이해하며 새로운 생활을 경험하는 코마츠 요코(스즈키 쿄카)가 주인공. <춤추는 대수사선>의 모토히로 카즈유키 감독이 연출했으며 사토 마코토의 만화가 원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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