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에게 드리는 말씀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탄핵국면이 시작되었을 때, 저는 우리 국민이 이 상황을 잘 극복해 나가주실 것으로 믿었습니다. 과연 우리 국민들은 훌륭했습니다. 잘 해 냈습니다. 대통령 공백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조금도 동요하지 않고 차분하게 대처해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저는 우리 국민의 성숙한 시민의식과 민주적 역량에 대해서 다시 한번 굳은 믿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더욱이 많은 갈등과 혼란이 있을 수 있는 총선거까지 질서정연하게 치러내는 것을 보면서 이제 훌륭하다는 수준을 넘어서 감동적이다 이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국민 여러분이 다시 한번 존경스럽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아울러, 신속한 재판을 위해서 밤낮없이 애써주신 헌법재판소 재판관 여러분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조그마한 예단이나 절차상의 문제도 큰 갈등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민감한 상황에서 냉정하고 공정하게 재판을 진행시켜 잘 마무리해주신 데 대해서 우리 국민 모두는 높은 신뢰를 보내고 있습니다. 어려운 권한대행의 임무를 국정의 공백 없이 훌륭히 수행해주신 고건 총리와 각료 여러분께도 치하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흔들림 없이 대행체제를 뒷받침한 공무원 여러분에게도 높은 평가를 드리고 싶습니다. 국민 여러분, 지난 두 달 동안 얼마나 걱정이 많으셨습니까? 모든 것이 저의 부족함에서부터 비롯된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게 따뜻한 격려와 용기를 보내주시고 다시 책임을 맡겨주신 데 대해서 깊이 감사드립니다. 취임할 때보다 더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비록 탄핵에 이르는 사유가 아니었다 할지라도 정치적 도의적 책임까지 모두 벗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특히 그중에서도 대선자금과 제 주변 사람들이 저지른 과오는 분명한 저의 허물입니다. 이 자리에서 다시 한번 국민 여러분께 심심한 사죄의 말씀을 올립니다. 임기를 마치는 그 날까지 저는 저의 이 허물을 결코 잊지 않고 항상 자신을 경계하는 회초리로 간직하고 가겠습니다. 항상 긴장된 자세로 더 열심히 노력해서 국민 여러분께 진 빚을 갚아나가도록 하겠습니다. 그렇다고 일을 함에 있어서 망설이거나 머뭇거리지는 않겠습니다. 극복해야 할 많은 난관을 앞에 두고 주저하거나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해야 할 일은 책임을 가지고 해나가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여러분 모두가 정치개혁을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난 총선을 치르면서 많은 국민들은 우리 정치권에 대해서 새로운 희망과 기대를 갖게 되었을 것 것입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저는 나름대로 지금까지 새로운 시대를 선도해가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정치를 해왔습니다. 또한, 시대 흐름을 인식하면서 항상 정치 발전의 선두에 서 왔다는 자부심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난 1년, 정치자금 수사와 총선 결과를 지켜보면서 제가 변화에 앞장서고 있다는 자부심은 이미 어제의 생각일 뿐이고, 이제는 새로운 정치를 앞서서 이끌어갈 위치에 있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정치는 이미 많이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여야 정치권 모두가 정치개혁의 결의를 다지고 있고 의욕에 넘쳐 있습니다. 그만큼, 정치개혁은 새롭게 구성되는 17대 국회가 앞장서서 해나갈 것으로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 이제 굳이 제가 앞장서려 하지 않겠습니다. 저는 정치개혁이 안정된 정치와 행정의 토대 위에서 질서 있게 추진될 수 있도록 국정을 안정적으로 관리해서 정치개혁을 뒷받침하는 일에 전념하고자 합니다. 국민 여러분, 여러분들은 변화를 바라시면서도 또한 안정을 희구하십니다. 그리고 흔들리지 않는 일관성있는 정부를 바라고 있습니다. 지금은 빠른 변화가 불가피하고 또 필요한 시기이기 때문에 경제정책이나 사회문제, 정치개혁문제 등등을 둘러싸고 많은 갈등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자칫 이해관계를 앞세운 목소리에 국정이 중심을 잃고 끌려 다니게 되면 정치도, 경제도 오히려 뒷걸음질치게 될 수 있습니다. 정치인은 항상 국민의 뜻을 살피고 여론을 존중해야 합니다. 그러나 그러다보면 자칫 여론의 지지에 민감할 수도 있고 높은 목소리에 이끌릴 수도 있습니다. 누군가 원칙과 소신을 가지고 국정의 중심을 잡아서 안정을 유지하면서 변화와 개혁도 일관되게 추진해 나가야 합니다. 이것이야말로 다음 선거로부터 자유로운 대통령이 꼭 해야 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해집단의 목소리나 갈등에 매몰되는 일이 없이, 그야말로 국정운영의 안정적 관리자로서 중심을 잡고 해 나가겠습니다. 당장의 성과에 급급하기보다는 10년, 20년 앞을 내다보면서 국정의 올바른 방향을 잡아 일관성 있게 추진해 나가겠습니다. 때로는 여론의 비난을 받는 일도 있고 인기가 떨어지는 일도 있더라도 국민과 국가의 장래를 위해서 꼭 필요한 일이라면 꿋꿋하게 원칙을 지키면서 해 나가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지난 두 달 동안, 직무에 복귀하면 화합과 상생의 정치를 펴달라는 많은 편지를 받았습니다. 실제로 모든 국민들의 소망이 그러합니다. 정치권도 상생의 정치를 약속하고, 또 여야가 만나 결의도 다졌습니다. 매우 다행스런 일입니다. 저도 이 자리에서 같은 약속을 드리겠습니다. 꼭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 약속을 준비하면서 마음속에 많은 망설임이 있었습니다. 제 기억에 지난 수 십 년 동안 우리 정치는 늘 화합과 단결을 소리높이 외쳐왔습니다. 그러나 한번도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모두가 자신이 옳고 상대방이 자신에게 맞춰야 한다는 생각을 가졌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화합과 상생은 언제나 공염불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어떻게 하면 오늘 드리는 이 약속이 또 한번의 거짓말이 되지 않고, 책임 있고 명실상부한 약속이 될 것인가를 고심해 왔습니다. 우리는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상대를 존중하겠습니다. 대화와 타협으로 합의를 이끌어내야 합니다. 대화와 타협 그리고 합의 과정에 공정한 규칙이 적용돼야 합니다. 원칙에 따라 정정당당하게 경쟁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결과에 승복해야 합니다. 이러한 문화를 만들어야 비로소 화합과 상생이 실현될 수 있습니다. 말로만 되는 것은 아닙니다. 약속만으로도 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우리 모두가 함께 노력해서 대화와 타협의 문화를 만들어 나가십시다. 정정당당하게 승부하고 승복하는 민주주의 문화를 만들어 나가십시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경제가 어렵습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중소기업, 영세상인, 그리고 비정규직, 서민들의 생활이 더욱 어렵습니다. 당면한 민생 경제의 어려움을 결코 방치하지 않겠습니다. 당장의 어려움도 풀어야 하거니와 하루빨리 우리 경제가 회복되고 장기적으로 성장잠재력이 확충돼서 지속적인 경제성장이 가능하도록 하나하나 준비하고 대비해 나가겠습니다. 경제가 어렵다 보니 '현장을 찾아가서 걱정하는 모습을 보여달라', '하루빨리 대책을 내놓으라' 이런 요구가 빗발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 점에 관해서도 주의할 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장을 둘러보고 국민의 아픔을 확인하고 함께 나누는 것도 중요하고 또한 그를 통해서 우리 국민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고 안심시키는 것도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책임질 수 없는 실현할 수 없는 정책이 쏟아져나와서는 안됩니다. 너무 조급해 해서도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급한 나머지 원칙을 무너뜨려서도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당장의 발등의 불을 끄기 위해서 미래의 성장잠재력을 훼손하는 일도 있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시간이 걸려야 하는 것은 시간을 두고 차근차근 깊이 있게 토론하고 모든 가능성을 충분히 검토한 다음에 책임 있게 효과 있는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몸이 허약해진 사람에게 중병에 걸린 사람에게 주사 몇 대로 영양제 몇 대로 당장 일으켜 세워서 '걸어라' '뛰라' 이렇게 할 수 있다고 생각지 않습니다. 무리한 정책을 쓰다가 몇 년 뒤에 경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었던 여러차례의 경험을 우리는 가지고 있습니다. 다시 이와 같은 어리석음을 범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서둘러야 할 일은 서두르겠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필요한 일은 인내심을 가지고 차근차근 해나가겠습니다. 이미 세워온 계획에 따라서 착실하게 우리의 장기적인 잠재성장력을 키울 수 있도록 그리고 지속적으로 또 빠른 속도로 성장해갈 수 있도록 기초체력을 다지는 일에 노력을 집중하겠습니다. 경제의 위기를 걱정하시는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저도 같은 걱정을 가지고 각별히 경각심을 가지고 상황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위기의 징후를 방심해서 놓치거나 상황대처를 게을리 한 결과가 국민들에게 엄청난 고통을 주고 지금도 헤어나기 어려운 많은 경제적 부담을 주고 있습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나하나 점검하고 확인하고 대비하겠습니다. 다시는 정부가 소홀해서 다시 경제위기에 빠지는 일은 없도록 반드시 책임지고 관리해 나가겠습니다. 지난 두 달여 동안, 일은 할 수 없었지만 상황을 하나하나 점검할 수는 있었습니다. 여러 가지 어려움이 중첩돼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더욱이 최근에는 기름값이 매우 걱정스럽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여러 가지 위기적인 요인도 우리 국민과 우리 정부가 감당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 우리 정부의 판단입니다.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 반드시 극복해 내겠습니다. 오히려 걱정되는 것은 우려되는 몇 가지의 징후를 너무 과장되게 생각하고 그래서 불안을 더욱 더 증폭시키고 비관적 전망을 확산시켜서 거기에 따라 우리 정부와 국민이 과민반응을 하거나 과잉반응을 함으로써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가능성을 주의해야 된다는 것입니다. 우려하는 목소리 중에는 순수한 우려도 있습니다만 의도적인 우려의 목소리도 없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개혁을 저지하기 위해서, 자기에게 불리한 정책을 유리한 방향으로 바꾸기 위해서 주장을 관철하기 위한 수단으로 위기를 확대해서 주장하고 그렇게 해서 국민들의 불안을 조장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경제입니다. 저도 동의합니다. 그러나 이제는 경제라는 말 한마디가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의 체질을 튼튼하게 하고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는 올바른 개혁을 저지하는 목소리로 그렇게 작용해서는 안됩니다. 경제가 모든 것을 당장의 경제문제가 모든 것을 덮어버려서도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어려울 때 일수록 원칙에 충실해야 합니다. 바로 서 있는 원칙은 반드시 지켜야 하고 어렵다는 이유로 이것을 무너뜨려서는 안됩니다. 잘못돼 있는 제도는 바로 잡아나가야 됩니다. 원칙이 아닌 것은 원칙으로 바로 세워 나가야 합니다. 어렵다는 이유로 당장의 발등의 불을 꺼야 한다는 이유로 이와 같은 원칙을 포기하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원칙을 지켜내지 못하면 기본을 바로 세우지 못하면 우리 경제의 미래를 기약할 수가 없습니다. 지금도 경제이고 미래도 경제입니다. 경제는 원칙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국민 여러분! 희망과 자신감을 가집시다. 지난날 우리는 많은 어려움을 극복해 왔습니다. 지금 보다 훨씬 더 심각한 위기를 우리 국민들은 잘 극복해 왔습니다. 지난 1년동안 참여정부는 많은 꾸지람을 들었습니다. 그러나 아무 것도 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발등에 떨어진 불을 관리해 왔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차근차근 준비해 왔습니다. 이제 제대로 된 경제정책을 실천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습니다. 또박또박 실천해 나가겠습니다. 우리 경제는 혁신주도형 경제로 발전해 나가야 합니다. 공공부문, 시장 이 모든 부분이 이제 혁신해야 합니다. 기술혁신하고 인재양성하고 시장개혁하고 우리 경제의 발목을 붙잡고 있는 정치, 행정 등에 있어서의 모든 부조리를 말끔히 정리하고 보다 더 투명하고 공정한 시장의 토대를 마련함으로써 우리 경제는 다시 살아날 수 있고 경쟁력을 확보해 나갈 수 있습니다. 하나하나 착실히 챙겨나가겠습니다. 정치개혁, 경제 그 이외에도 국민여러분들께서 걱정하시는 많은 문제들이 있습니다. 이라크 파병 문제도 그 중에 하나일 것입니다. 이와 같은 많은 문제들은 그때그때 필요한 시기에 저의 생각을 정리해서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은 짧게 복귀하는 저의 각오만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신발 끈을 동여매고 열심히 뛰겠습니다. 도와주십시오. 또 함께 합시다. 국민 여러분께서 함께 하시면 우리는 성공할 수 있습니다. 대통령이 아무리 하려고 노력해도 국민 여러분들의 신뢰와 지지가 없으면 성과를 낼 수가 없습니다. 다소 모자람이 있더라도 여러분들이 함께 해 주시면 성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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