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측은 문항공개 거부..수험생 혼란 예상

지난달 24일 치러진 연세대 의예과 수시 입학시험 수리 논술 문제에 오류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같은 주장은 수리논술 전문 A학원이 수험생들의 기억에 의지해 문항을 복원한 결과에 근거한 것인데 대학측은 유독 이 시험 문항만 공개를 거부해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연세대학교와 A학원 등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연세대는 수시 2-2논술시험을 실시하면서 의예과와 치의예과의 경우에만 별도의 논술 시험을 치렀다.
A학원측은 해당 시험 문제가 1개 문항에 소논제 3개를 증명하라는 방식으로 이뤄져 있었다고 설명했다.

해당 문제는 실수 x에 대해 'x를 넘지 않는 최대 정수'를 [x]로 표시키로 하고, f_0(x) = (- 1)^[x]라는 수식으로 함수 f_0를 정의하고 있다.

학원측은 "f_0(x)가 x=0에서 기함수이고 x=1/2에서 우함수임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라"라는 내용을 담은 1번 문제의 경우 증명 목표로 제시한 명제 자체가 그릇된 것이므로 문제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 "f_0(x)가 x=0에서 기함수"라거나 "f_0(x)가 x=1/2에서 우함수"라는 전제 자체가 틀렸다는 것으로, 이런 전제 하에 f_0(0)와 f_0(1) 등 구체적 값을 생각해 보면 함수값이 제대로 정의되지 않거나 모순이 일어남을 매우 간단한 계산으로 확인할 수 있다.
학원 관계자는 "의예과 시험을 본 학생들이 수리논술 문항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며 "문제 성립 조건이 불완전해 문제 오류가 발생, 학생들의 혼란을 야기했다"고 말했다.

연세대는 그러나 지난달 28일 인문계와 자연계 논술문제는 공개했지만 의예과 시험 문제는 공개를 끝까지 거부해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학교 측은 특히 문제 공개 요구에 대해 "정시 문제가 끝난 뒤에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논술 문제이기 때문에 오류라고 말할 수는 없다"고 해명했다.

'특정한 명제를 증명하라(보이라)'는 유형의 수학 문제에서 증명 목표로 제시된 명제에 모순이 있을 경우 이 문제를 전원 만점 처리해 실질적으로는 채점에서 아예 제외하는 방식을 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판사 석궁테러'의 최초 발단이 됐던 지난 1995학년도 성균관대 입시 수학 본고사 문항 오류가 공개됐을 때 미국수학회 회장을 지낸 로널드 루이스 그레이엄 캘리포니아대 샌디에이고 석좌교수, 세계 대수학계의 최고 거물 중 하나인 서지 랭 예일대 명예교수 등 세계적인 석학들도 처리 방안에 관해 "응시자 전원을 동점 처리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은 바 있다.

그러나 연세대측은 "채점 기준을 만들어서 채점하고 있다"며 해당 문항을 채점에 반영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

이번에 시험을 본 A(19) 군은 "문제를 풀 때 틀린 부분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서 '명제가 틀렸다'고 답을 쓰고 나왔다"며 "한 문제로 당락이 결정될텐데 어떻게 처리될지 몰라 불안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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