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섬기길 하늘처럼'
지난 9월20일자 동아일보 한 박스기사의 타이틀이다. 미국의 ABC방송이 보도한 내용을 인 용한 이 기사는 미국 인터넷 장비 제조업체인 시스코사의 존 챔버스 사장을 미국 최고의 자 애로운 경영인이라고 칭찬하고 있다. 미 ABC방송은 챔버스 회장이 최고경영자에서 말단직원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평등하다는 믿음을 갖고 있으며 이를 실천하는경영인이라고 전했다고 한다.

'한인 빌 게이츠'로 불리는 미국 애리스(Aris)사의 폴 송(한국명 송영욱) 회장은 어느 강연에서 '직원 존중 경영론'을 역설하면서 "경영자가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능력은 '사람기 술'(People Skills)이다"라고 했다. 그는 경영자는 먼저 직원들을 공동운명체로 대우하는 자 세를 갖추어 그들이 자발적으로 회사일에 참여하도록 해야 하며 이것이 어떠한 '비즈니스기술'보다도 중요한 경영자의 '기본기'라고 강조하였다. 그가 제시한 위기탈출과 성공의 비결로 최고의 경영은 사람을 존중하는데서 출발하며 그 길만이 직원들로부터 최대의 능력을 이끌어 내는 길이라는 것이다.

이상의 두 이야기는 IMF 관리체제에 있는 한국경제를 소생시키기 위한 구조조정이라는 미 명하에 정리해고를 일삼고 있는 한국의 경영인들이 새겨들어야 할내용이다. 이러한 관점에 서 시장경제논리와 신자유주의적 이념에 따라 단순히 직원 줄이기가 당연한 것처럼 여기고 있는 대학의 구조조정방식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어려울 때일수록 자기식구를 더욱 보호하고 사랑하며 그 속에서 역경을 극복할 수 있는 인재를 키워야 한다는 인간중심의 경영이 우리나라가 그들의 방식을 따르고 있는 서양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는 데에 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세계화 시대에 무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하여 경쟁력 강화는 필수적인 것이고, 교육시장 개방시대를 앞두고 있는 우리 나라의 각 대학들은 이에 대한 철저한 대비를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각 대학들은 살아 남기위한 경영의 군살빼기, 교육체제의 구조조정, 지식기반사회 에 대한 대비 등으로 대학사회의 변혁을 추진하고 있다. 대학도 시대적 흐름에 따라 반드시 변화되어야 한다는 데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대학개혁의 기본 원칙에는 민주적인 절차를 밟아 이윤추구의 장이 아닌 교육기관으로서의 위치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학의 구조조정은 이러한 원칙과 교육 전반에대한 구조조정이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일부 대학들은 직원만을 줄이고자 하고 있으며,대학행정에 맞지않는 팀제, 연봉제를 도입하려 하고 있다. 대학직원에 대한 잘못된구조조정, 일방적인 구조 조정으로 대학의 3주체의 하나인 직원사회가 무너지고 있으며, 이는 대학직원들의 근무의욕상실을 초래해 궁극적으로 행정서비스의 질이 떨어지고, 교육의 질이 저하되는 결과를 가져 올 것이다.

최고의 교육기관으로서 학문의 장인 대학은 시장경제논리의 구조조정이 아니라 인간존중과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차원에서 구조조정이 진행되어야 하며,전문적인 대학교육행정가 를 육성해 교육경쟁력 강화에 힘써야 할 것이다. '당근과 채찍'으로 직원들의 능력을 끌어내 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인간에 대한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대화와 합의를통한 구조조정이 되어야 할 것이다. 사람들은 당근과 채찍에 의해 움직이기도 하지만 자존심을 살려 주고 사 용자와 근로자가 함께 하는 열린 경영에 더욱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것이다.

김영민<고려대도서관 정리과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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