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수·염재호·김호영 교수 우세..김병철·최광식 교수 다크호스 지목

고려대 총장후보자선출위원회(이하 총추위) 1차 회의가 11일 오후 3시 인촌기념관에서 열렸다. 이날 학교법인 고려중앙학원은 총추위에 7명의 총장 후보자에 대한 심사를 의뢰했다. 고려대 차기(17대) 총장을 뽑기 위한 선거전이 본격 개막되면서 어떤 후보가 유력한 후보로 떠오르는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 가장 유력한 후보로는 이기수 교수(62, 법과대학 법학과)가 꼽힌다. 이 교수는 지난 번 총장선거에서 이필상 총장과 막판까지 경쟁을 벌였던 후보다. 당시 이 교수는 총추위 심사에서 1위로 올라 법인에 '최종 후보자 2인' 중 한 명으로 추천됐지만, 이사회 심사에서 아깝게 고배를 마셨다.

이번 총장 선거에서도 이 교수에겐 법인 이사회 심사가 관건이다. 지난 번 총장선거에서 법인의 김정배 이사는 이기수 교수의 총장선임을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1년 벌어진 표절논란을 문제 삼은 것이다.

그러나 이필상 총장이 표절문제로 낙마한 반면 이기수 교수는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표절이 아니다"란 판결을 얻었다. 2001년부터 그의 발목을 잡아온 표절 문제를 법적으로 정리한 셈이다.

문제는 법인 이사회의 실세로 알려진 김정배 이사와의 관계다. 이 교수는 자신의 저서 표절문제로 징계절차를 밟고 있던 2001년 10월, '김정배 총장과 징계위원이 자신을 표절자로 매도하고 차기 총장 출마 자제를 권유했다'는 내용의 문건을 배포했고, 이에 학교측은 그를 명예훼손 혐의로 소송을 제기, 법정공방을 벌인 바 있다.

이기수 교수가 차기 총장에 선임되기 위해선 이러한 껄끄러운 관계를 복원하는 것이 관건인 셈이다.

또 다른 유력한 후보는 염재호 교수(52, 정경대학 행정학과)다. 염 교수 역시 지난 번 총장선거 당시 총추위 심사에서 3위를 기록해 아깝게 고배를 마셨다. 총추위가 2명의 후보만 법인에 추천해 최종 후보에 포함되지 못했다.

염 교수를 보는 교내 시선은 크게 두 가지로 갈린다. 먼저 텔레비전 시사토론 진행자를 맡으며 쌓은 그의 인지도가 대외 이미지 제고에 좋은 영향을 줄 것이라는 시선이 있다. 어윤대 총장 재임시절 기획처장을 맡으면서 행정능력도 검증받았다는 평가다.

후보들 중 가장 나이가 젊은 점은 강점이자 단점으로 지적된다. 교내 일각에선 염 교수를 두고 '아직 총장할 때가 아니다'란 의견이 나온다. 또 자녀의 농어촌 특례입학 문제가 어떻게 비춰질지도 변수로 지목된다. 지난 번 총장선거 때 그는 "자녀들을 서울에서 학원 다니며 입시경쟁에 내몰리게 하지 않기 위해 1993년 청평으로 이사를 가 전교생 38명인 시골분교에 입학시켰다"며 "농어촌 특례입학제도가 시행된 게 1996년이고 아이들이 시골분교에 입학한 시점은 94년"이라고 해명했다.

이공계 출신 총장이 전무했다는 점에서, 김호영 교수(58, 공과대학 기계공학과)도 주목받고 있다. 지난 번 교수 예비심사로 치러진 네거티브 선거에서 김 교수는 이필상 교수에 이어 두 번째로 적은 표를 받았다.

한 공과대 교수는 "공대에서는 이공대 교수를 총장으로 선임되게 하기 위해 (김호영 교수를) 적극 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이공대 출신 총장이 없었기 때문에 (이공대가) 본부로부터 홀대를 받았다’란 의식이 팽배하다"며 공대 쪽 분위기를 전했다.

고려대 전임교수 1371명 중 이과대, 공과대, 정보통신대, 과학기술대, 생명과학대 등 이공계열 교원 수는 421명이다.

그러나 이런 구도는 오는 17일 진행될 교수의회 예비심사 결과에 따라 뒤바뀔 수 있다. 한 고려대 교수는 "유력한 후보로 지목되면, 다른 후보 측에서 조직적으로 네거티브 표를 던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법인에서는 교수의회 예비심사 결과를 무시하겠다고 밝혔지만, 총 29명 중 15명이나 차지하는 총추위 내 교수대표들 입장에선 예비심사 결과를 무시할 수 없다.

이런 가운데 다크호스로 지목되는 후보가 김병철 교수와 최광식 교수다. 김병철 교수(59, 생명과학대학 식품공학부) 역시 이공대 교수이기 때문에 주목받고 있다. 특히 '김병관 전 이사장의 친척'이란 소문이 돌고 있다.

최근까지 고려대 박물관장을 지낸 최광식 교수(55, 문과대학 한국사학과)는 김정배 이사와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최 교수는 김정배 총장 재임시절인 1998년 총무처장을 역임하고, 2000년엔 박물관장을 맡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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