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스코틀랜드 줄기세포 연구 공동워크숍 참석차 방한

복제양 돌리(Dolly)를 탄생시킨 이언 윌머트(Ian Wilmut) 박사는 국내 줄기세포 연구역량을 높이 평가하며 “절망보다 희망을 보라”고 조언했다.

한국-스코틀랜드 줄기세포 연구 공동워크숍 참석차 방한한 윌머트 박사는 11일 연세의료원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황우석 박사의 실패로 한국의 관련 연구가 중단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윌머트 박사는 줄기세포 연구가 ‘현재진행형’인 분야임을 강조했다. 그는 “지금은 흥미로운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 본격적 연구에 시간이 걸릴 뿐 아니라 이를 활용한 치료가 안전한지, 실용화 가능성이 있는지 파악해 실제 적용하는 데는 10년, 20년이 걸릴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줄기세포 연구의 현재보다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동물복제 연구의 결과가 초기에 비해 획기적 발전이 없어 실망스럽다”고 진단하면서도 “의학과 연계한 연구가 진척되면 복제 세포로 손상된 조직을 회복시키는 등 질병 치료에 큰 성과를 거둘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줄기세포 연구도 보다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 윌머트 박사는 “IT·BT 강국인 한국이 황우석 박사의 실수로 자신감과 야망을 잃는다면 안타까운 일”이라며 “실수는 누구든 할 수 있다. 실수 그 자체보다 신뢰를 어떻게 회복하느냐가 중요하다. 한국도 그간 쌓아온 연구역량을 발휘한다면 충분히 다시 믿음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줄기세포 연구는 여러 분야가 있으며, 체세포 복제 기술의 하나일 뿐이라는 사실도 언급됐다. 최근의 인간배아 복제 중단 선언도 이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일반인들이 오해하기 쉬운 ‘줄기세포=체세포 복제’ 공식을 깰 필요가 있다는 얘기. 실제로 이번 워크숍도 국내 연구와 다른 분야인 농학·축산학을 기반으로 해 발생학에 정통한 스코틀랜드 줄기세포 전문가들과의 교류·보완적 연구를 위해 기획됐다.

윌머트 박사는 “영연방(UK) 차원에서 줄기세포 은행을 운영하고, 연구와 관련된 펀드를 조성하는 등 폭넓은 지원을 받고 있다. 줄기세포 연구는 각국이 투자를 아끼지 않는 미래가 밝은 분야”라며 “공동연구를 진행하면 경쟁보다는 서로의 약점을 보완·협력하는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윌머트 박사를 포함한 에든버러대 재생의학연구소 관계자 7명은 12일 연세대 의과대학에서 공동회의를 열어 양국의 줄기세포 공동연구와 교류협력 네트워크 구축에 대해 논의한다. 기초연구 뿐 아니라 당뇨병 치료 임상연구 등 실용화 방안에 관한 의견도 함께 나눌 예정이다.

이번 워크숍을 주최한 세포응용연구사업단 김동욱 단장은 “인간 배아 줄기세포를 비롯, 심혈관·신경계 질환을 치료하는 임상시험 원천기술 개발에 나서는 등 신뢰 회복에 힘써왔다. 이번 행사는 그간의 노력을 바탕으로 국내 줄기세포 연구가 재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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