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유학사상 해부

1966년, ‘홍위병’이라 불리는 일단의 중국 젊은이들이 베이징을 출발해 산둥성 취푸(曲阜)에 들이닥쳤다. 취푸는 공자가 태어난 곳이자 그의 사당이 있는 곳. 중국현대사를 피로 물들인 문화혁명은 이렇게 ‘공자가 운영하는 가게를 부수는 일(打倒孔家店)’로 막이 올랐다.


그로부터 40여년. 문화대혁명 기간 동안 ‘천하의 몹쓸 놈’(頭號大混蛋)이라고 낙인찍혔던 공자는 중국대륙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2002년 11월 30일 중국 공산당 주요 인사들이 모두 참석한 가운데 인문대학에 공자연구원이 생기더니 2005년부터는 공묘 제사가 국가 제사로 거행되기 시작했다.


냉혹한 세계화와 경쟁의 시대에 유학 사상은 과연 미래의 대안인가, 폐기처분해야 할 허례허식인가? 정약용 연구로 유명한 소장학자 백민정 박사(연세대 국학연구원 전임연구원)가 <강의실에 찾아온 유학자들>(사계절출판사)을 최근 펴냈다. 백 박사는 “정당한 평가를 내리기 위해서는 먼저 정확히 알아야 한다”며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지만, 유학 사상의 정수를 제대로 알리고자 이 책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


이 책은 공자를 필두로 맹자와 순자에서 출발해 조선의 이황과 이이를 지나 일본의 이토 진사이와 오규 소라이에 이르기까지 동아시아 각 문화권을 대표하는 유학자 13명의 핵심사상을 설명한 책이다. 백 박사는 특히 각각의 유학 사상 특징과 차이점을 부각하는 데 주력했다.


중국, 한국뿐 아니라 기존에 무시되었던 일본 유학자들도 비중 있게 다뤄 동사이사 유학 사상의 특징과 관계를 분명하게 드러내준다. 섬세함과 친절함이 묻어 있는 강의체로 쓰여 있어 독자들로 하여금 마치 강의를 듣는 듯한 느낌을 갖게 만드는 것도 이 책의 장점이다. 백민정 지음 / 사계절출판사 / 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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