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청문회 이모저모]교육 현안파악 미흡하자 “밤 새워서라도 공부하라” 지적

27일 열린 국회 교육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여야 의원들은 김도연 교육과학기술부장관 내정자의 부동산 투기 의혹과 직무수행능력, 정책에 대한 소신을 집중 추궁했다. 그러나 김 내정자는 과학자 출신이어서인지 교육 분야의 현안 파악 수준이 전반적으로 미흡했고 답변도 구체성이 떨어져 의원들의 지적을 받았다.

“답변 주고받을 만한 내용 없어 의원들 당황”

○…김 내정자는 이날 인사청문회에서 대입 본고사, 수능 등급제 등 쟁점이 되고 있는 교육 현안들에 대해 구체성이 떨어지는 추상적 답변으로 일관해 앞으로 각종 교육현안들을 제대로 조율해낼 수 있을지 우려를 자아냈다.

서울대 공대 학장 시절 “이공계만이라도 본고사를 봐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던 김 내정자는 ‘1994년 본고사가 시행됐다가 몇 년 뒤 금지된 배경을 아느냐’는 질문에는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사회적 물의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답변했다.

당장 2009학년도부터 수능 등급제를 폐지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그는 “아직 내용을 적확하게 파악하고 있지 못하다”고 말했다. 김 내정자는 과학기술분야 예산 확보 방안을 묻는 질문 역시 “구체적인 복안은 가지고 있지 않다. 능력을 다 바쳐서 열심히 하겠다”고 답변해 자신의 전공분야에서조차 준비가 덜 된 모습을 보였다.

이에 대해 여당 소속인 권철현 교육위원장조차 “내정자가 교육정책이나 내용에 대해 구체성을 띠지 못하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물고 들어가기 어려운 입장”이라며 “답변을 주고받을 만한 내용이 별로 없어 의원들이 굉장히 당황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권 위원장은 “솔직히 말해 교육정책에 대해 상당히 미흡한 면이 많다고 느낀다”며 “빠른 시간 내에 오늘 의원들 질문 내용을 파악해 다음번 회의 때는 깊이 있는 대화가 될 수 있었으면 한다. 밤을 새우더라도 열심히 공부해 그 시간을 단축해 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김도연 내정자 “대학입시제도 꼭 바꾸고 싶어”

○…김 내정자는 이날 청문회에서 앞으로 꼭 해보고 싶은 정책으로 ‘대학입시 개혁’을 꼽았다. 김 내정자는 “우리나라 교육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대학 입시제도 하나만큼은 꼭 바꾸고 싶다”며 “대학 입시에 의해 초중고 교육도 많이 결정되고 사교육도 일어나기 때문에 대학 입시제도에 조금 변화를 가져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평준화가 매우 좋은 개념이긴 하지만 수월성, 우수인재 교육에는 실패했다고 생각한다”며 “공교육 내에서도 교육시스템을 좀더 개방하고 다양한 학교체제를 만들어 경쟁체제를 갖춘다면 수월성 측면에서 좀더 좋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내정자는 특히 “초·중·고, 대학으로 단계가 오를수록 수월성 위주의 교육이 도입됐으면 좋겠다”며 “과학기술 분야만큼은 수월성이 아무리 강조돼도 지나치지 않다”는 의견을 밝혔다.

김 내정자는 그러나 3불 정책(본고사·교교등급제·기여입학제 금지) 가운데 고교등급제와 기여입학제에 대해서는 “허용되면 안 된다”며 유지 입장을 밝혔다. 본고사에 대해서도 “국영수 위주의 획일적 본고사는 좋지 않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고교평준화에 대해서도 “우수 인재를 확보하는 데 있어서는 문제가 있지만 큰 틀은 유지해야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권철현 교육위원장, 이례적인 ‘훈수’ 눈길

○… 이날 오후 인사청문회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대거 불참으로 두 시간이 채 못 돼 끝났다. 통합민주당에서 유기홍 의원 등 5명이 보충질의에 나선 반면 한나라당은 주호영·이군현 의원만 오후 질의에 참석했다. 오전 질의도 한나라당 이주호·임해규 의원이 불참하면서 2시간30분만에 모든 의원이 질의를 마쳤다.

그러자 사회자인 권철현 교육위원장이 이례적으로 총평을 길게 늘어놓았다. 권 위원장은 오후 보충질의가 모두 끝나자 “청문회를 보면서 교육 분야가 처해있는 현안 때문에 과학기술 분야가 뒷전이 될 수밖에 없겠다는 우려가 든다”며 “교육과 과학의 접목을 어떻게 해낼지 깊이 생각해 달라”고 김 내정자에게 당부했다.

권 위원장은 김 내정자의 답변 내용에 대해서도 “기여입학제는 절대로 있을 수 없다고 답변했는데, (기여입학제가) 단순히 돈 있다고 좋은 대학 가는 수준의 개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훈수를 뒀다.

권 위원장은 “21세기 과학기술의 시대에 세계와 엄청난 경쟁을 하려면 고가의 실험기기들이 필요한데 등록금은 낮춰주자는 것이 집중적인 요청 사항”이라며 “보다 본질적인 문제가 있는데 절대로 기여입학제는 없다고 못을 박아버리면 나중에 그런 것들에 대한 배려나 보다 깊은 정책이 불가능해진다. 그런 점도 신중하게 생각해 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권 위원장은 이에 앞서 김 내정자가 고교등급제·기여입학제에 대해 반대 의견을 밝힐 때도 “소신껏 발언하는 것은 좋지만 여기서의 발언이 장관 그만둘 때까지 하나의 기준이 될 수 있다”며 “깊이 생각해보지 못한 것은 깊이 생각해보지 못했다고 얘기하고, 소신이 차서 자신 있는 것은 자신 있다고 했으면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통합민주당 간사인 유기홍 의원은 “많은 의원이 오후 질의에 불참해 질의를 할 수 없었고, 상대적으로 한나라당 의원들이 제대로 질의하지 못해 위원장이 마지막에 총평 형식으로라도 반대 입장에서 말할 수밖에 없지 않았느냐는 생각이 든다”면서도 “김 내정자가 밝힌 소신과는 반대 방향의 말을 좀 하는 것 같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유 의원은 “우리 당도 교육위원 가운데 공천 면접 보는 의원이 저를 포함해 3명이나 있다”며 “한나라당이 말로는 이번 인사청문회에서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해놓고 불성실한 모습을 보여준 데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도연 교육, “청와대에 휘둘리지 않겠다”

○…이날 인사청문회에서 통합민주당 이경숙 의원은 “교육부 직제개편을 보면서 (김 내정자가) 앞으로 공무원들에게 휘둘리는 것보다 청와대 교육과학수석에 휘둘릴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든다”며 “(청와대에) 휘둘리지 않도록 소신을 갖고, 사회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달라”고 당부했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교육부 수장이 부총리에서 장관으로 격이 떨어진데다 청와대 권한이 강해지면서 교육부가 청와대가 만든 교육정책을 단순 집행하는 기구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 의원의 당부에 김 내정자는 “지적한 대로 각계 의견 수렴에 힘쓰겠다”고 말하고 나서 잠시 뜸을 들인 뒤 웃으면서 “그리고, (청와대에) 휘둘리지 않겠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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