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

이란의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의 이란북부 3부작중 두 번째 작품인 『그리고 삶은 지 속된다』가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올리브 나무 사이로』에 이어 마지막으로 국내개봉된다.

『내 친구의...』제작 3년후 촬영의 현장이었던 이란의 코케마을에 대형 지진이 발생하자 전작 주인공들의 생사가 궁금해진 감독(파르헤드 케라만드)이 아들(푸야 파이바르)과 함께 길을 나선다.

당장 먹고 살 곳이 없어도 사람들은 4년만에 돌아오는 월드컵축구 결승전을 시청하기 위해 안테나를 설치하고, 언제 죽을지 모르기에 결혼을 서두른다. 혼란스러울 것 같지만 오히려 사람들은 차분히 일상을 정리하고 죽음이나 역경에 대해 관조적 자세를 갖는다. 아마드 와 네마자데를 찾아다니는 과정을 통해 극악한 상황에 처한 인간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일종 의 로드 무비인 셈. 감독은 자신이 찾아 나선 아이들을 찾았을까. 그들을 만나는 장면은 나 오지 않는다. 하지만 영화의 마지막, 감독의 자동차로는 올라가기 버거운 지그재그 길을 오 르다 더 이상 오르지 못한 곳에서 감독은 능선을 타고 걸어가는 아마드와 네마자데의 희미 한 모습을 본다. 이렇게 시작된 영화의 마지막 신은 시지프스 신화처럼 변주된다. 감독의 차가 오르는 길을 포기하고 하행을 시도할 때, 그가 무심코 지나쳤던 청년의 도움을 받는다. 무거운 짐에 어깨가 짓눌린 청년은 발길을 재촉하고 길을 따라 내려갔던 감독의 차가 다시 올라온다. 재차 청년을 지나쳤던 차는 머뭇거리다 청년을 태운다. 삶은 그런 것이다.

이번 영화 상영엔 키아로스타미 감독의 따뜻한 시선을 느낄 수 있는 72년 단편『수업이 끝난 후』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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