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학습 일상화 속 K-MOOC 점검 필요

올해 3~4월 K-MOOC 수강신청 건수는 약 17만8687건에 달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0만534건(78%) 정도 증가했다. (사진 = K-MOOC 홈페이지)
올해 3~4월 K-MOOC 수강신청 건수는 약 17만8687건에 달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0만534건(78%) 정도 증가했다. (사진 = K-MOOC 홈페이지)

[한국대학신문 허정윤 기자] 코로나19는 한국형 온라인 공개강좌인 K-MOOC(K무크)를 이용하는 대학생과 일반 성인학습자 수요를 대폭 증가시키는 ‘발판’ 역할을 했다. 문제는 외부 요인에 기인한 외연의 성장만큼 내실이 다져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수요는 커졌지만 콘텐츠 다양성이 떨어지고 이수율이 낮다며 개선점을 제시한 국회 연구 보고서가 발간되기도 했다. 코로나19 시대, 온라인 학습의 일상화 속에서 K무크에 대한 점검이 필요해진 시점이다.

■‘코로나19로 흥한’ 무크 플랫폼, 국가대표 K무크 = 최근 국회입법조사처가 공개한 현안분석 보고서 ‘K-MOOC의 현황과 개선과제’에 따르면, 올해 3월과 4월 K무크 수강신청 건수는 17만8687여 건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10만534건(78%) 증가했다.

무크 플랫폼 사용자가 증가하는 추세는 해외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코세라(Coursera)’의 경우 올해 3월~5월 신규 가입자가 1000만명 증가했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7배나 증가한 수치다. ‘에드엑스(edX)’와 ‘유다시티(Udacity)’도 규모만 다를 뿐 가입자가 급증한 점은 같다. 코로나19로 언택트·비대면이 강조되면서 온라인 공개강좌 시스템에 대한 세계적인 수요 급증 현상이 확인된 셈이다.

‘한국형 온라인 공개강좌(Korea Massive Open Online Course)’를 뜻하는 K무크는 2015년 출범했다. 국내 대학과 연구기관 등이 만든 온라인 강좌를 비용 부담 없이 누구나 수강할 수 있는 온라인 교육 플랫폼을 표방했다. 2019년 기준 강좌 745개, 수강신청 39만 2262건을 기록하며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K무크 개설 첫 해 강좌가 27개, 수강신청은 5만5559건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K무크의 양적 성장세가 한 눈에 들어온다. 

■52% 이상이 인문·사회 콘텐츠, 낮은 강좌 이수율 = 양적 팽창은 이뤘지만, K무크는 콘텐츠 다양성을 충족시키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설 강좌의 ‘분야 쏠림’ 문제로 학습자가 콘텐츠 선택에 있어 다양성을 누리지 못했다. 

올해 5월 기준 K무크 분야별 강좌 현황을 보면 쏠림 현상을 명확히 알 수 있다. 인문·사회 분야 개설강좌 수는 414개(52%)로 K무크 전체 콘텐츠의 절반을 넘은 반면 의약(5.5%)이나 예체능(5.9%), 자연(10.8%) 분야의 콘텐츠 규모는 초라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했지만 공학 분야 강좌도 181개로 22.7% 비율에 불과했다. 다양성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부분은 K무크 활성화에 제약으로 작용한다. 

꾸준히 지적돼 온 온라인 수강생들의 낮은 이수율도 해결될 기미가 없다. 8월 기준 K무크 강좌 이수율은 23.9%다. ‘10%대’에 머물러 있었던 2016년~2018년과 비교하면 성장을 이뤘지만, 기대했던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낮은 이수율은 온라인의 틀을 빌려왔을 뿐 ‘지식·이론 전달’이라는 기존 교수법을 답습하는 데서 비롯된 것이란 분석이 제시된다. 조인식 국회입법조사처 교육문화팀 입법조사관은 “K무크에 개설된 강좌는 지식과 이론을 전달하는 방식의 교수학습법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러한 교수학습법은 학습 동기 유발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교육 효과가 높지 않다”고 지적했다. 

학습자의 특성과 연령, 학습능력 등에 적합한 맞춤형 강좌 개발 관련 지원도 부족하다. 특히 K무크를 이용하는 주 연령대는 대학생을 포함하는 20세에서 29세가 46.2%로 대다수다. 하지만 대학에 개설된 강의를 대체할 수 있는 수준의 강좌는 적다.

 인문·사회 분야 개설강좌 수는 414개(52%)로 K무크 전체 콘텐츠의 전체 강좌의 절반을 넘는다.  (사진 = 국회입법조사처)
인문·사회 분야 개설강좌 수는 414개(52%)로 K무크 전체 콘텐츠의 전체 강좌의 절반을 넘는다.  (사진 = 국회입법조사처)

■대학 학점 인정 여부에 따라 달라지는 이수율 = 이수율 문제는 대학의 K무크 강좌 학점 인정 여부와도 관련이 깊다. K무크에서 강좌를 이수하더라도 대부분 학점으로 인정되지 않아 대학생들이 강좌를 이수하도록 유인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K무크 강좌 개발에 참여하는 대학은 모두 116개개교. 이 중 K무크 강좌 이수를 학점으로 인정하는 대학은 41개교(35.3%)에 불과하다. 학점 인정을 하는 경우에도 소속 대학에서 제작한 K무크 강좌를 이수했을 때에만 학점으로 인정하는 곳이 많다. 이런 경우 K무크를 이용했다기보다 대학 수업을 듣고 학점을 취득하기 위해 K무크 홈페이지에 이용했다고 봐야 한다. 소속 대학의 K무크 강좌를 학점으로 인정하는 대학은 36개교(31%)였지만, 타 대학에서 제작한 강좌까지 학점으로 인정해 주는 대학은 12개교(10.3%)에 그쳤다.

정종원 울산대 교수학습개발원장은 “대학이 오프라인 이외 수업을 학점으로 인정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수요’가 있어야 한다. 플랫폼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학생들에게 필요로 하는 교육과정을 제공한다면 대학은 이를 사용한다”며 “대학에서 K무크를 많이 활용하길 원했다면 처음부터 대학교육을 보완한다는 관점에 중심을 두고 교육과정을 개발했어야 한다. 그런 콘텐츠가 많지는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미 자체 온라인 플랫폼과 오프라인 교육과정을 충분히 갖춘 대학들은 K무크에 특별한 강의가 없다면, 굳이 활용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얘기다.

대학 학사 시스템과 K무크 플랫폼 간 시스템 연동도 숙제다. 천윤필 이화여대 교육혁신센터 팀장은 “대학 입장에서는 K무크와 학사 시스템이 연동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며 “K무크 플랫폼과 대학의 학습관리시스템(LMS)이 연동되지 않아 대학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교육과정에 따라 이수 진도와 과제물 제출, 평가 확인이 어려운 경우가 있다. 이수 조건을 맞추지 못해 강좌 이수율이 떨어질 수도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학의 시스템과 K무크 플랫폼이 따로 노는 것도 K무크 활용 비중을 가로막는 걸림돌이다. 천 팀장은 “학생이 해당 강좌의 수료증을 받아 학교에 제출하면, 그 수료증을 대학 측에서 일일이 확인한 뒤 오프라인 과제와 시험을 진행하는 시스템”이라며 “대학이 K무크를 편하게 활용하고 싶어도 시스템 측면에서 번거로움을 겪는 상태”라고 아쉬워했다. 학생이 실제로 다니는 대학의 강좌 관리도 어려운 상황에서 타 대학의 K무크 강좌 활용 비중을 늘리는 것은 무리가 있을 수밖에 없다. 

(사진 = 국가평생교육진흥원)
연도별 K-MOOC 강좌 이수율 (사진 = 국가평생교육진흥원)

■K무크 활성화 방안은 ‘다양성 확보’와 ‘제도적 기반’ 마련 = 정부는 K무크 콘텐츠에 다양성을 더하기 위해 ‘K무크 선도대학’을 선정해 지원 중이다. 국회 연구 보고서에는 대학들이 K무크 강좌를 학점으로 인정할 수 있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도 담겼다.

정부는 신규 강좌의 다양화와 학습자의 요구를 반영하기 위해 K무크 선도대학 14개를 6월에 신규 지정했다. K무크 선도대학들은 향후 3년간 새로운 주제와 형태의 강좌를 개발해야 한다. 정부는 국내대학의 학점인정·교류 활성화와 해외시장 확대에 K무크가 주도적인 역할을 해줄 거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

선도대학 선정과 지원만으로 다양성 확보가 저절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동기부여’가 필요해 보이는 상황이다. 보고서는 K무크 강좌 개발을 지원하고 질을 높이기 위해 우수한 K무크 강좌를 개발한 교원을 대상으로 하는 인센티브 확대 방안을 검토하라고 제안했다. 

보고서에는 ‘대학의 K무크 강좌 이수에 따른 학점인정을 확대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도 언급됐다. 각 대학의 학칙이나 학사운영 시행 세칙에 K무크 강좌 이수를 학점으로 인정하는 기준·방식·규정 등이 명시돼야 한다는 것이다.

타 대학의 K무크 강좌를 이수할 시 학점을 인정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추가 논의가 필요다고 봤다. 각 대학이 예산을 투입해 개설한 K무크 강좌를 활용, 타 대학 학생이 학점을 취득하게 되면 개발 주체와 등록금 수령 주체가 달라지는 문제가 있어서다. 

이외에도 보고서는 강좌 이수율을 높이기 위해 K무크 강좌가 양질의 콘텐츠라는 것을 전제로 강좌를 수강하는 학습자에게 일정 비용을 징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코세라의 경우 무료 과정에 대한 이수율은 10% 이하인 반면, 자격증이나 학위를 주는 과정의 이수율은 60%가 넘는다. 

다만 ‘비용 부담 없이 누구나’라는 K무크의 취지와 비용 징수는 공존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조 조사관은 “비용 징수는 K무크 도입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의견이 제기될 수 있다. 강좌 이수에 대한 비용 납부와 환불 처리에 있어 행정비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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