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들 ‘등록금 인상 절실’…“고통분담 위해 동결”
학생들 코로나19 상황 고려해야…“올해 동결은 사실상 인상”

7일 2021년 등록금 재논의 및 비민주적 등록금심의위원회 개선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전국대학생네트워크  (사진 = 전대넷 공식 인스타그램)
7일 2021년 등록금 재논의 및 비민주적 등록금심의위원회 개선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전국대학생네트워크 (사진 = 전대넷 공식 인스타그램)

[한국대학신문 허정윤 기자] 올해도 대학 등록금은 동결 수순을 밟는 모양새다. 대부분의 대학이 등록금을 동결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10년 넘게 이어져 온 동결 흐름으로 심각한 재정난에 빠진 대학들은 등록금 인상이 절실한 상황이지만, 코로나19로 인한 고통을 분담하겠다는 대승적인 차원을 고려해 등록금 동결 결정을 내린 상황이다. 하지만 학생들과 대학의 생각은 간극이 컸다. 정작 학생들은 지난해 코로나19로 제대로 된 교육이 이뤄지지 못했다며, 대학들이 내놓은 등록금 동결안은 “사실상 인상”이라고 반발한다. 

대학가에 따르면, 올해도 대다수 대학은 등록금을 ’동결’할 것이 기정사실로 돼 가고 있다. 당초 등록금 인상카드를 조심스레 꺼내들었던 서울대도 종국에는 등록금을 동결하기로 결정을 내린 상태다. 

서울대는 지난해 12월 열린 1차 등록금심의위원회(등심위)에서 법정 상한률 최고치인 1.2%의 등록금을 인상하려고 했다. 코로나19로 재정 상황이 악화됐으며 지속적으로 등록금을 동결·인하한 탓에 재정적 어려움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서울대 학생들은 ‘코로나19로 학생들이 처한 어려운 상황을 외면하는 방안’이라며 반발했다. 오히려 학생들은 등록금 2.3% 인하안을 제시했다. 양측은 제안을 절충해 3차 등심위에서 등록금을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처음부터 동결 결정을 내렸다고 해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등록금 동결을 제시했음에도 학생들의 반발에 부딪힌 대학들도 존재한다. 부산대 대학본부가 제시안 동결안에 반발한 총학생회는 등심위 보이콧을 하기도 했다. 2차 등심위까지 평행선을 달리던 논의는 대학 재정위원회가 만든 ‘2021학년도 대학회계 예산편성 보고’가 학생회 측에 전달된 다음에야 진전되기 시작했다. 부산대 총학생회는 “해당 서류를 통해 2021년에 한해 등록금 인하율이 0%에 가까운 것을 알게 됐다”면서 “학부생 등록금 인하 시 오히려 학생들에게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는 점을 확인했다”고 알렸다.

등심위 위원으로 참여한 이대훈 부산대 총학생회부회장은 대학본부의 일관적인 ‘동결’ 태도에 불만을 표했다. 이 부회장은 “인하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0.01%라도 인하했더라면 코로나19 인해 대학에 대한 신뢰를 잃은 학생들과 신뢰 관계를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됐을 텐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12일 2차 등심위에서 등록금 동결에 합의한 이화여대도 학생들의 반발에 부딪힌 사례다. 이화여대 본부는 “2020학년도 수업과 관련해 전반적으로 학생 만족도가 높았기에 특별장학금 지급을 통한 등록금 반환 계획이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에 학생들로 구성된 중앙운영위원회는 “등록금 동결을 규탄한다”며 “코로나19 상황으로 분명히 드러나는 학생들의 수업권 침해 상황에도 등록금 인하에 부정적인 의견을 표출하는 대학본부의 태도”를 비판했다.

학생들이 이처럼 등록금 인상이 아닌 동결 결정에도 반발하는 것은 지난해와 올해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갑작스런 코로나19로 서버 증설 등 온라인 수업 인프라를 구축하고, 학교 시설 방역 등으로 예상치 못한 비용이 발생했지만, 올해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이미 온라인 인프라가 구축된 상황에서 등록금을 동결하고 온라인 수업을 계속하는 것은 사실상 등록금을 인상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게 학생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대학들은 재정적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부산의 한 대학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그나마 대학 재정 자율성을 높여줬던 외국인 유학생 등록이 눈에 띄게 줄고, 평생교육원이나 기숙사는 운영을 중단해 해당 항목의 수익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재정 감소에 대한 고통을 호소했다.

재정난이 심각해져 가지만, 대학들이 선택할 수 있는 뾰족한 방법은 없다고 봐야 한다. 부산대와 이화여대처럼 처음부터 ‘자발적 동결’에 나선 대학들도 실질을 들여다 보면 ‘불가피한 동결’ 결정을 내린 것으로 읽힌다. 정부가 명시적으로 등록금 인상을 막고 있지는 않지만, 국가장학금 제도를 통해 실질적으로는 등록금을 올릴 수 없도록 해놨기 때문이다. 

현재 교육부는 매년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등록금 인상 상한선을 제시할 뿐 등록금 인상 자체를 금지하지는 않는다. 올해도 교육부는 1.2%내에서 등록금을 올릴 수 있다고 발표한 상태다. 하지만, 대학이 실제 등록금을 인상하기란 어렵다. 등록금을 올리는 경우 주어지는 불이익이 만만치 않다는 점에서다. 등록금을 인상하면 국가장학금 Ⅱ유형을 지원받을 수 없게 된다. 

지난해 1월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측은 “법정 상한선 이내 등록금 인상은 국가장학금 Ⅱ유형에 참여할 수 있게 해 달라”고 교육부에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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