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사상 첫 ‘데드크로스’ 발생
행정안전부, 2020년 말 기준 주민등록상 인구 첫 감소
한국은행, “2038년, 인구 3000만명 밑돌 수도”

결혼에 대한 청년들의 인식이 바뀌고 있는 점도 인구재앙을 앞당기고 있다.(한국대학신문DB)
결혼에 대한 청년들의 인식이 바뀌고 있는 점도 인구재앙을 앞당기고 있다.(한국대학신문DB)

[한국대학신문 이중삼 기자] 한국의 ‘인구재앙’이 시작됐다. 인구재앙이 진행 중이라는 가장 명확한 증거는 ‘합계출산율’이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84명으로 1970년 통계 집계를 시작한 이래 역대 최저치를 찍었다. 198개국 가운데서도 한국은 ‘꼴찌’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말한다.

통계청이 지난 2월 발표한 ‘2020 출생·사망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총 출생아 수는 27만2400명으로 재작년 대비 3만300명이 줄었다. ‘데드크로스(사망자 수가 출생자 수를 초과)’가 처음 발생했다. 특히 코로나19가 출생률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는 내년부터는 인구 감소 속도가 더 빨라질 것으로 예측된다.

출생률 감소는 정부 예상보다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84명이다. 이는 2019년 통계청이 내놓은 ‘장래인구특별추계’에서 예측한 비관적 시나리오인 0.81명을 간신히 넘긴 수준이다. 긍정적 시나리오인 고위 추계(1.06명)와는 거리가 멀었다. 기본 시나리오인 중위 추계 기준(0.90명)에도 크게 밑돌았다. 통계청의 인구 추계가 빗나간 것은 한국의 인구문제가 부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뜻이다.

김수영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저출산으로 출생아 수가 줄고 인구 고령화로 사망자 수가 증가하면서 최초로 인구 감소가 발생했다”며 “특히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으로 혼인이 많이 감소해 향후 출생아 수는 더 감소할 여지가 있다. 사망자 수도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자연감소는 조금 더 가팔라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인구재앙을 상징하는 암울한 통계는 또 있다. 행정안전부가 지난 1월 발표한 ‘주민등록 인구통계’다.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한국의 주민등록인구는 5182만9023명이다. 2019년 5184만 9861명 대비 2만838명이나 줄었다. 수치상으로는 적어보일 수 있으나 이것이 상징하는 바는 크다. 사라진 인구 2만명은 전라북도 임실군(약 2만7000명)의 인구가 통째로 증발한 것과 같다.

코로나19가 인구 감소를 가속화시킬 것이라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포스트 코로나 시대 인구구조 변화 여건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부터 감소세가 시작된 생산가능인구는 최근 저출산 추세와 코로나19 충격이 2030년 이후 본격적으로 반영됨에 따라 2038년부터 3000만명을 밑돌 것으로 예측된다”고 분석했다.

김민식 한국은행 조사국 거시재정팀 차장은 “올해 초부터 임신 유예와 혼인 감소 등 코로나19 확산의 영향이 출산율로 가시화될 것”이라며 “2022년 합계출산율이 통계청의 최악(저위) 시나리오인 0.72명보다 더 떨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코로나19 여파로 국내 혼인 건수가 감소하고 있는 점은 인구재앙을 가속화시키는 ‘동력’이 되고 있다. 가뜩이나 결혼을 기피하는 사회 속에서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로 결혼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지난달 발표한 ‘2020년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혼인 건수는 21만 3500건으로 1970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래 가장 적었다. 2011년(32만 9100건) 이후 혼인 건수는 9년 연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특히 1년 사이 혼인 건수는 10.7%(2만 5700건)나 줄었다.

이에 대해 김수영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결혼에 대한 가치관이 변화하고, 주거비나 고용 등 결혼 관련 경제적 여건이 변화하고 있어 결혼을 미루거나 안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결혼이 연기되거나 취소된 경우가 많았다. 특히 외국인 입국이 급감하면서 국제결혼이 크게 감소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참고로 지난해 모든 연령대에서 혼인 건수가 전년 대비 감소했다. 가장 크게 감소한 연령은 남성은 30대 후반, 여성은 20대 후반으로 각각 7000건씩 줄었다. 평균 초혼 연령은 1990년 이후 남성과 여성 모두 꾸준한 증가세를 이어오다 지난해 처음으로 남성이 감소로 돌아섰다. 지난해 남성 평균 초혼 연령은 33.2세로 전년보다 0.1세 낮아지며 31년 만에 변화를 보였다. 여성은 30.8세로 전년 대비 0.2세 상승했다.

김 과장은 “남성 초혼 연령이 낮아진 이유는 30대 후반에서 40대의 결혼이 상대적으로 30대 초반 남성보다 더 많이 감소했기 때문”이라며 “코로나19로 국제결혼이 감소하면서 남성 연상 나이가 높은 결혼이 크게 감소하면서 남자 초혼 연령도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통계청이 지난해 12월 공개한 ‘2019 신혼부부통계’에서도 신혼부부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5년 이내 혼인신고 후 국내에 거주 중인 신혼부부는 총 126만 쌍으로 전년(132만2000쌍)보다 4.7%(6만2000쌍) 줄었다. 실제 자녀를 낳은 부부도 평균 0.71명으로 낮았다.

결혼에 대한 청년들의 인식이 바뀌고 있는 점도 인구재앙을 앞당기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달 발표한 ‘2020 한국의 사회지표’에 따르면 ‘결혼을 해야 한다’는 응답은 2010년 64.7%에서 2020년 51.2%로 10년 만에 13.5%나 급감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18년 공개한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복지 실태조사’ 보고서에서도 미혼 여성의 결혼 의향은 2015년 64.7%에서 2018년 45.3%로 3년 만에 19.4%나 뚝 떨어졌다.

결혼한 사람도 아이 낳기를 기피하고 있다. 원인은 ‘경제력’이다. 2019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저출산·고령사회 대응 국민 인식 및 욕구 심층 조사 체계 운영’ 보고서에 따르면 만 19세~49세 성인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결혼·출산에 대해 조사한 결과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에 대해 ‘경제적 불안정(37.4%)’ ‘아이 양육비 및 교육비 부담(25.3%)’ 등이 꼽혔다.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로 ‘경제적 부담’과 관련된 답을 선택한 비율이 62.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아이 없이 생활하는 것이 여유롭고 편해서(11.9%)’ ‘아이 키울 주거환경이 마련되지 않아서(10.3%)’ ‘아이 돌봄 시설 및 서비스가 만족스럽지 않아서(8.3%)’ ‘일이 너무 많고 바빠서(4.0%)’ ‘아이가 생기지 않기 때문(2.2%)’ 등 순이었다.

결혼이 줄게 되면 출산도 자연스레 줄게 된다. 또한 결혼을 하더라도 출산 의향이 떨어진다면 결국 인구에 악영향을 미치게 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위기를 초래한 것은 정부 탓이 크다. 치솟는 집값, 청년 취업난, 육아휴직 사용에 대한 직장의 부정적 시각 등 출산을 꺼리게 되는 수많은 원인에 대해 정부가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2006년부터 저출산 대응 명목으로 예산 225조 원을 투입했지만, 최근 3년간 0명대 출산율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저출산 정책은 실패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저출산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으로 ‘청년’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형용 동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청년층에 집중해야 한다. 청년 삶의 질이 개선돼야 출산율이 올라간다”며 “단순히 ‘돈’만 지원해준다고 해서 청년들은 아이를 낳지 않는다. 양질의 일자리, 내 집 마련 등 아이를 낳고 기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여성을 단순히 출산도구로만 본다면 저출산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기현 성균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저출산 문제는 청년층과 관련이 깊다. 청년의 가장 큰 고민은 취업·결혼·주거문제다. 이것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저출산 문제는 극복할 수 없다”며 “특히 직장 안에서의 인식 변화도 필요하다. 육아휴직을 눈치 보지 않고 사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런 여건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우리나라 저출산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