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궐선거 결과 두고 ‘20대 남성’ 표심에 골몰
모병제·남녀평등복무제·남성 역차별 주장하는 여당
전문가들 “정치권 ‘감성마케팅’식 접근 현실성 없어”

4·7 보궐선거 이후 엇갈린 20대  표심을 둘러싼 정치권의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4·7 보궐선거 이후 엇갈린 20대 표심을 둘러싼 정치권의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한국대학신문 이지희 기자] 선거는 끝났지만 후유증은 여전하다. 선거 결과에서 극명하게 표심이 갈렸던 20대 투표 결과를 두고 정치권의 ‘이대남(20대 남성)·이대녀(20대 여성)’ 프레임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 여당은 이른바 이대남 맞춤 정책을 잇달아 내세우면서 포퓰리즘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4월 7일 보궐선거 결과는 야당의 완승이었다. 그 중에서도 정치권이 주목한 것은 20대의 투표 결과였다. 지상파 방송3사(MBC·KBS·SBS)의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출구조사에서 20대 남성유권자의 72.5%가 오세훈 후보를 지지한 반면 박영선 후보 지지율은 22.2%에 그쳤다. 여성 유권자의 경우 큰 차이는 없었지만 박영선 후보가 44%로 40.9%인 오세훈 후보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같은 세대에서 지지하는 후보의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난 점이 눈에 띄지만 20대 남성의 보수정당 지지율이 60대 이상 남성의 비율을 넘어섰다는 점도 이번 선거의 특징으로 꼽혔다.

선거는 끝났지만 그 결과를 두고 의견이 분분했다. 선거에서 패배한 여권은 20대 남성의 투표 결과를 ‘젠더 정책의 실패’로 봤다. 여성에게 편중된 여당의 정책이 상대적으로 젊은 남성을 멀어지게 했다는 분석이다. 야당 일부 인사의 인식도 이와 유사했다. 이준석 전 미래통합당 최고위원은 선거 직후 “민주당이 2030 남성의 표 결집력을 과소평가하고 여성주의 운동에만 올인했으니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등 돌린 ‘이대남’ 표심 노린 포퓰리즘 비판에… 정당한 정책 제안 반박= 물론 결과를 둔 해석은 누구나 자유롭게 할 수 있다. 문제는 이에 편승하는 정치권이다. 여당은 이대남 표심 잡기에 혈안이 된 모양새다.

대권 출마 의사를 밝힌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저서 ‘박용진의 정치혁명’에서 모병제 전환 및 남녀평등복무제를 제안했다. 책에서 박 의원은 “현행 병역제도를 모병제로 전환해 지원 자원을 중심으로 군대를 유지하되 온 국민이 남녀불문 40~100일 정도의 기초군사훈련을 의무적으로 받는 혼합병역제도인 남녀평등복무제 도입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박 의원의 모병제·남녀평등복무제 공개 이후 실현 ‘가능성 없는 정책’, ‘얄팍한 포퓰리즘’이란 비판이 쏟아졌다. 이에 박 의원은 선거 이후 이대남 표심 잡기에 따른 구애가 아니라면서 “젠더갈등 프레임 안에 국가안보전략적 제안을 구겨 넣는 오류나 선거 패배 극복을 위한 얄팍한 시도라는 좁은 해석으로 건강한 논쟁의 발전을 가로막아서는 안 된다”고 적극 해명했다.

하지만 여당 내에서는 여전히 비슷한 맥락의 발언과 정책이 연일 쏟아지고 있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6일 ‘국방 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군대 간 것이 벼슬이냐고 비아냥거리는 사람들이 있는데 군대 간 것은 벼슬이 맞다”며 “군 복무기간을 승진기간에 포함시키는 것이 남녀 차별과 무슨 관계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여기에 차이를 두지 않으면 그것이야말로 군필에 대해 차별하는 것”이라며 “군 복무기간의 인정은 남녀 차별의 문제가 아닌 군필과 미필의 차이”라고 덧붙였다.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2030 남성이 여성 우대정책에 역차별을 느끼고 있다”고 표현했다. 그 사례로 이공계 국가우수장학금 중 35%를 여성에게 주도록 권고한 것을 들며 “수년 전부터 이를 표출해왔는데 정치권이 둔감했다”고 말했다.

감성마케팅 접근 우려…문제제기 방식·대응 방식 모두에 아쉬움 남아= 전문가들 역시 정치권의 이분화 된 프레임 전쟁의 양상을 우려하고 있다. 현실 가능성을 제외하고서라도 정작 필요한 부분의 정책은 뒷전이 되고 남녀 갈등을 유발한다는 이유에서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최근 나오는 정치권의 청년 정책을 두고 ‘감성마케팅’의 접근 방식이라고 평가했다. 임 교수는 “물론 이번 선거에서 20대의 민심 이반 효과가 반영된 것은 사실이지만 전반의 문제가 누적돼 나온 것”이라며 “청년들의 불만족 괴리는 지금의 기성세대가 만들어놓은 것으로 공정과 관련된 문제들”이라고 해석했다.

오히려 소모적인 논쟁이 지속되면서 지방 청년과 도시 청년간의 문제, 대졸자와 비대졸자의 문제, 그 밖의 주류 논쟁에서 소외된 청년에 대한 문제의식과 해결 방안은 방치돼 있다는 지적이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기본적으로 한국 선거의 양상이 지역주의와 세대차이, 이념이라고 하는 갈등구조가 있었다면 이제는 여기에 젠더 이슈가 중첩된 상황”이라며 “중요한 주제임에도 접근 방식은 굉장히 서툴게 진행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여당의 논의들이) 성급하게 고민 없이 꺼내놓은 것은 아니고 합리적으로 평가하고 대안을 찾아내는 방식이어야 했다”면서 “선거 직후라는 시점도 그렇고 이에 대한 반응도 그렇고 생산적으로 의견을 수렴하고 대안 마련을 해야된다는 측면에서 아쉬움이 많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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