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순흥 한동대 총장

장순흥 한동대 총장
장순흥 한동대 총장

한겨울 매서운 추위가 지나고 얼어붙은 땅이 녹으며 새싹들이 피어나는 계절, 봄이 찾아오는 소식은 자연을 통해, 뉴스를 통해, 일상을 통해 느낄 수 있다.

특히 근래 들어 여러 방송 매체를 통해 흘러나오는 한 노래를 통해서도 매년 봄이 됐다는 것을 종종 느낄 수 있다. 10여 년 전 모 방송사에서 주최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데뷔한 버스커버스커의 ‘벚꽃엔딩’이라는 노래가 흘러나오고 누군가의 입에서 흥얼거리기 시작하며 각종 음원 차트에서 역주행이 시작되면 우리는 어느덧 새로운 봄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됐다.

벚꽃엔딩이라는 노래와 함께 여기저기서 상춘객(賞春客)들의 발걸음이 벚꽃 앞으로 향하는 계절인 봄이 찾아오면 뭇사람들은 알 수 없는 희망을 갖게 되고 새로운 계절에 대한 설렘을 한가득 안고 새로운 일상을 시작하게 된다.

대학도 마찬가지였다. 봄이 되는 3월이 되면 신입생들로 인해 캠퍼스는 생기가 넘치고 여기저기서 학생들을 환영하는 포스터와 현수막이 걸리고 각종 오리엔테이션과 MT 행사를 시작하는 등 캠퍼스 곳곳에서 큰 활기가 샘솟기 시작한다.

이처럼 벚꽃이 우리에게 주는 봄의 향연과는 역설적으로 대학가에서는 벚꽃을 소재로 한 웃지 못할 소식들이 언론매체를 통해 종종 등장하고 있다.

몇 년 전부터 대두되기 시작한 “벚꽃 피는 순서대로 지방대학이 사라진다”는 이야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이제 이 말은 한번 웃고 넘길 루머에 그치지 않고 지방대학에는 현실로 다가오고 있음에 지방대 총장의 한 사람으로서 정말 안타까움을 이루 말할 수가 없다.

대한민국은 지금 인구절벽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이미 그동안 지속돼 온 인구 감소로 인해 모집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소위 지방의 미달 대학들이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었고 올 2021학년도에는 정시모집에서도 정원을 채우지 못해 추가모집까지 했는데 끝내 충원하지 못한 인원이 무려 1만 명에 이르는 상황에까지 놓이게 됐다.

이처럼 미충원 지방대학이 속출하고 있는 상황과 더불어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 바로 수도권 대학으로의 쏠림현상이다. 이와 같은 지방대학의 현실과는 달리 수도권에 소재한 유수의 대학들은 엄청난 입시 경쟁률을 자랑한다. 소위 명문대라 불리는 대학들의 유망한 학과의 수시모집 평균 입시 경쟁률은 10 대 1을 초과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처럼 대학 진학에서부터 수도권 쏠림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가뜩이나 부동산 공급 문제와 일자리 문제 등으로 진통을 겪고 있는 수도권 지역에 더 큰 혼란과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지방의 인구소멸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이는 곧 지자체의 붕괴라는 도미노 현상을 초래하게 될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필자가 총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한동대가 위치한 경북 포항시 흥해읍 인근에 인구 약 8만의 장량동이 자리하고 있다. 바로 이 동네에 거주하며 살아가고 있는 인구가 경상북도에 있는 13개 군 중에 칠곡군을 제외한 나머지 12개 군 각각의 인구보다 더 많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처럼 수도권과 달리 비수도권 지역, 즉 지방은 인구소멸 현상으로 인해 큰 위기를 거듭 맞이하고 있다. 이러한 지역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인구를 유치하거나 출산율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는 등 많은 지자체와 시민들이 발 벗고 나서고 있지만, 이 또한 녹록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상황을 가장 빠르게 해결할 방안은 무엇일까?

바로 각 지역에 소재하고 있는 지방대를 하루빨리 정상화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성장시켜 나가는 길이라고 할 수 있다.

대학이 지역사회에 가져다주는 파급효과는 예상외로 다양한 분야에서 일어날 수 있다. 단순히 지역사회의 인구 증가뿐만 아니라 지역경제의 활성화와 지역에 기반을 둔 산업의 성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는 곧 수도권 쏠림 현상을 상대적으로 완화해 수도권 지역의 부동산 가격 안정화와 일자리 공급과 수요의 균형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며 나아가 대한민국 전체의 균형발전에도 크게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지역사회에서의 지방대의 역할은 지역사회 전반에 걸쳐 매우 큰 비중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시점에서 어떻게 하면 지방대를 다시 살릴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바로 지방대에 최고의 자율성을 허락해야 할 것이다. 지방대 스스로가 살아남을 수 있도록 정부가 만들어 놓은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각 대학 스스로 정원의 조정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허락하며, 재정적인 측면에서의 국고지원도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을 통해 최대한의 자율성을 허락하며 지원해야 할 것이다.

특히 정부는 수도권 대학과 비수도권 대학을 동일한 잣대로 규제하거나 평가 혹은 지원할 것이 아니라 각각의 대학과 지역적 상황에 맞게끔 차별화된 전략과 방법으로 다가가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것이다.

이와 더불어 지방대는 각 대학의 특성을 잘 살려 차별화된 전략을 수립해 수험생들의 관심을 끌 수 있도록 변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과거 수험생들이 넘쳐나던 시절과 같이 안분지족(安分知足)해서는 더 이상 지방대학들이 설 자리가 없다는 것을 요 몇 년 사이에 뼈저리게 느끼고 경험하지 않았는가.

어차피 고령화와 저출산에 따른 인구절벽 현상을 단시간에 극복할 수 없다면 최소한 수도권 쏠림 현상부터 해결해야 하는 것이 정부가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일 것이다.

지방대의 균형발전을 통해 지역의 인재들이 지역에서 계속 거주하며 공부하고 연구할 수 있는 터전을 만들고, 더 나아가 그 지역의 산업과 경제 발전에도 꾸준하게 이바지하게 된다면 이는 곧 대한민국 전체의 균형발전으로 연결될 것이다.

이를 통해 계속해서 대한민국이 성장해 나간다면 머지않은 미래에 수도권 대학, 비수도권 대학(지방대학)이라는 이분법적인 명칭도 사라질 것이다.

그때가 되면 비로소 “벚꽃이 피는 순서대로 지방대학이 사라진다”는 이야기도 과거의 무용담처럼 웃고 넘길 수 있게 될 것이다. 하루빨리 소위 지방대라고 일컬어지는 곳에서도 봄날에 울려 퍼지는 ‘벚꽃엔딩’이 ‘새드엔딩’이 아니라 ‘해피엔딩’으로 들려오기를 기대해 본다.

본지가 창간 32주년을 맞아 희망 대한민국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코로나19, 학령인구 감소 등 어려움에 직면한 대학들을 격려하고, 희망의 메시지로 내일을 향해 나아가자는 취지에서입니다. 캠페인은 참여한 대학 관계자 및 저명인사들이 다음 주자를 지목하는 방식으로 진행합니다. <편집자주>

다음 기고자는 김우영 전주교대 총장입니다.

<한국대학신문>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