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다양한 의대 유치 모습
전남 전문대와 일반대 연합해 적극 나서
수도권 병원 개원 맞춰 인력 수급 해결 의도
경북 대학 특성 따른 복수 의대 유치 시도
'코로나19 안정화' 시점 해석 엇갈려

지난해 서울 혜화동 서울대병원 본관 앞에서 전문의들이 공공의대 반대 1인 릴레이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한국대학신문 DB)
지난해 서울 혜화동 서울대병원 본관 앞에서 전문의들이 공공의대 반대 1인 릴레이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한국대학신문 DB)

[한국대학신문 장혜승 기자] 지역 대학과 지자체들이 의대 유치를 위해 발벗고 나섰다. 지난해 9월 대한의사협회(의협)의 파업으로 중단됐던 의대 유치 논의가 코로나19 사태로 공공의료 확대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며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대학간 경쟁을 넘어 전문대와 일반대 연합전선으로 확대되는 등 다각적인 양상을 띄고 있다. 

■일반대-전문대 연합전선 형성한 전남 지역 =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 중 유일하게 의대가 없는 전라남도는 지역 일반대와 전문대가 연합전선을 형성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순천대와 한려대는 전문대인 광양보건대와 의료 관련 분야 협력을 통한 우수인재 양성 및 순천대 의과대학 성공 유치를 위한 업무협약을 지난해 8월 체결했다. 이들 대학은 협약을 통해 △의료, 간호, 보건 관련 분야 우수인재 양성을 위한 상호협력 △순천대학교 의과대학 설립 추진 △의료, 간호, 보건 관련 분야 교육 프로그램 공동개발 및 운영 등에 협력하기로 했다.

박기영 순천대 의대설립추진단장 겸 대학원장은 “자기완결적 지역의료체계 완성을 위해 지역 내 대학들이 힘을 모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단장은 “협약을 맺은 대학들은 간호사 등 보건의료인력을 양성하는 과가 설치된 대학이다. 전남 지역에 대형병원이 없어 전남 동부권 6개 대학의 간호학과 등 보건계열 학생들의 실무실습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을 순천대 의대 유치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고 덧붙였다. 

대학에 발맞춰 지자체인 전라남도와 지역 국회의원도 불씨 살리기에 나섰다. 전라남도가 의뢰한 전남 국립의과대와 부속병원 설립 연구용역단은 10일 목포를 찾아 의대 설립과 지역 의사인력 양성의 필요성 등에 대한 지역 의견을 청취했다. 전남에 지역구를 둔 소병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전남 순천시광양시곡성군구례군갑)도 14일 여의도에서 개최된 ‘공공의료포럼’ 출범식에서 전남 지역 의과대학 신설을 주장했다.

■병원 개원에 맞춘 인력 수급 목적… 총학생회까지 나서기도 = 수도권에서는 병원 개원에 맞춘 인력 수급 등 내부 문제를 풀기 위한 일환으로 의대 유치 활동에 나선 대학이 눈에 띈다. 대진대는 지난달 ‘의과대학유치 추진위원회’를 출범하고 24년 만에 의대 유치 재도전에 나섰다. 대진대가 내건 명분은 경기 북부 지역의 취약한 인프라다. 실제로 경기 북부 10개 시·군의 인구는 전국 16개 광역자치단체 중 서울, 경기남부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지난 4월 기준으로 350만 명에 달한다. 그럼에도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1.6명으로 전국 평균 2.4명보다 낮다. 경기 북부의 고령 인구 비율은 16.64%로 전국 평균 14.21%보다 높다. 

대진대가 의대 유치 재도전에 나선 이유에는 내부 문제를 풀기 위한 것도 있다. 대진대 종단인 대순진리회는 북부에서 가장 큰 1500병상 규모의 동두천 제생병원을 건립 중이다. 2023년 개원에 앞서 의료 인력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다. 대진대 의과대학 유치 추진위원회 관계자는 14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병원 개원에 맞춰 의료 인력 확보 차원에서 공공의대 유치를 함께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대는 총학생회가 대학 내 의과대학 설립을 주장하며 온·오프라인의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인천대 총학생회는 지난달 21일부터 “공공의료가 취약한 인천에 국립의대 신설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인천대 의대 설립을 위한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김주홍 인천대 총학생회장은 “지난해 11월 총학생회장 선거에서 공약으로 내걸었던 부분이다. 인천이 전국 특‧광역시 중 인구 수는 상위 3번째인 300만 명인데 인천시 공공의료기관 병상 수는 전체의 4.7%로 울산 다음으로 최저 수준”이라며 “학생들의 건강보호 및 건강증진을 위함은 물론 의료 공공성 강화를 위해서라도 인천대 의과대학 유치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대학별 특성 살린 지역 내 복수 의대 유치 시도도 = 대학별 특성을 살려서 지역 내 성격이 다른 복수의 의대를 유치하려는 시도도 눈에 띈다. 경상북도는 경북이 인구 1000명당 활동 의사 수가 1.4명으로 전국 최하위 수준임을 내세우면서 지난해 8월부터 국립 의대 설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포항에는 포스텍의 특성을 살려 연구중심 의과대학, 안동대에 공공의료와 백신연구개발에 특성화된 국립 의대를 유치하기로 뜻을 모으기도 했다. 김현기 안동대 기획처장은 16일 “안동대는 의대 조성과 더불어 메디컬컴플렉스-바이오산업 단지 클러스터를 구축해 연계 운영할 계획이다. 의대 캠퍼스는 경상북도 신도청 부지 안에 설립하기로 협의했다”고 말했다.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경북 안동시예천군)도 발을 맞췄다. 김 의원은 경북 북부지역에 공공보건의료 인프라를 강화하기 위한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 설치에 관한 법률안(이하 공공의대법)’을 지난 3월 대표발의했다. 김 의원이 대표발의한 공공의대법엔 △권역별로 국립대학 내 의과대학(공공보건의료대학)을 설치 △국가는 학생에게 입학금·수업료·교재비·기숙사비 등 지원 △의사면허 취득 후 10년간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정하는 기관에서 의무복무 등의 내용이 담겼다.

■ 의협 “코로나 종식 이후 의정협의체 재개해야” = 지역 내 활발한 의대 유치 움직임과 달리 정작 의대 유치의 불씨를 살리기는 힘들어 보인다. 더불어민주당과 의협은 지난해 9월 의대 정원 증원과 공공의대 설립에 대해 ‘코로나19 안정화 이후’에 재논의하기로 합의했다. 당시 합의문에는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협의체를 구성해 원점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재논의하고 논의 중에는 관련 입법 추진을 강행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코로나19 안정화 시점에 대해 정부와 의협 측 의견은 엇갈린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1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코로나19 안정기는 집단면역이 달성되는 11월경으로 본다”면서 “의대 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 논의도 그때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의협 측에선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의협 관계자는 15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코로나19 안정화 시점을 “코로나19 종식 선언을 하고 일상생활로 돌아간 이후”라고 못박았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