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치학회, 한국사회학회, 한국복잡계학회, 한국사회복지학회 주최
‘세대교체의 정치학:청년정치의 기회와 한계’ 포럼

22일 성균관대서 한국정치학회, 한국사회학회, 한국복잡계학회, 한국사회복지학회가 공동 주최한 '세대교체의 정치학:청년정치의 기회와 한계' 포럼이 열렸다. (사진=허지은 기자)
22일 성균관대서 한국정치학회, 한국사회학회, 한국복잡계학회, 한국사회복지학회가 공동 주최한 '세대교체의 정치학:청년정치의 기회와 한계' 포럼이 열렸다. (사진=허지은 기자)

[한국대학신문 허지은 기자] ‘이준석 바람’이 ‘이대남(이십대 남성)’이나 2030 청년 세대가 만든 현상이 아니라 한국사회 전반에 공정성과 능력주의가 중요하다는 합의가 형성된 결과라는 주장이 나왔다. 불공정 평가의 불합리함을 느낀 이들이 경쟁과 공정한 평가를 강조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에게 지지를 보냈다는 것이다.

정한울 한국리서치 전문위원은 22일 성균관대에서 열린 한국정치학회, 한국사회학회, 한국복잡계학회, 한국사회복지학회 주최로 열린 ‘세대교체의 정치학:청년정치의 기회와 한계’ 포럼에 참석해 이 같은 견해를 밝혔다. 

이준석 전 미래통합당 최고위원이 단기간 지지도를 끌어올리며 최근 국민의힘 당대표에 선출됐다. 헌정사상 첫 30대 제1야당 대표라는 기록도 세웠다. 이는 ‘이준석 돌풍’ ‘이준석 현상’으로 불리며 주목을 받았다.

5월 셋째 주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이준석 대표의 지지율은 19%로 16%의 지지율을 보인 나경원 후보와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 직전인 6월 첫째 주 조사에서는 이준석 대표가 36%, 나경원 후보는 12%로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이 기간 이준석 대표의 지지율이 무려 17% 증가한 것이다. 이준석 대표는 당대표 선거 국민여론조사에서도 절반이 넘는 58%의 표를 얻었다.

정 전문위원은 “이대남이 ‘이준석 현상’을 만들었다는 분석이 있지만 이는 과한 주장”이라고 분석했다. 이준석 대표에 대한 20대 지지율에서 남성과 여성간의 격차가 있지만 이는 20대만이 아닌 30대, 40대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 전문위원은 각 세대별 남녀 집단이 이준석 대표 당선에 대해 얼마나 긍정적인 평가를 했는지 조사한 결과를 근거로 들었다.

20대 남성이 전체 인구구성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9%에 불과해 20대 남성만의 지지로 이준석 대표의 높은 지지율 증가를 설명할 수 없다는 점을 들었다. 고려대 불평등과민주주의연구센터(CSID)가 6월 17일부터 20일까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이 설문에서 이준석 대표가 당선된 것이 잘된 일이라는 응답은 20대 남성에서 61%가 나왔다. 20대 여성은 이보다 훨씬 낮은 24%였다. 30대와 40대에서도 남녀 차이가 있었다. 30대 남성은 54%, 30대 여성은 48%가 이같이 답했다. 40대 남성은 65%가, 40대 여성은 48%가 긍정 평가를 보냈다.

정 전문위원은 “젠더 격차가 20대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논의되고 있으나 최근 조사결과를 보면 30대와 40대에서도 세대 내 젠더 격차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20대 남자가 전체 인구의 9% 정도여서 이들이 전부 이준석 대표를 지지하지 않다가 모두 이준석 대표를 지지하게 됐더라도 전체 여론에 미치는 영향은 10% 밖에 되지 않는다”며 이준석 현상의 이대남 견인 주장을 반박했다.

정 전문위원은 이준석 현상의 주된 요인이 한국사회에 자리 잡은 공정성과 경쟁의 담론이라고 봤다. 공직 후보 자격시험과 토론 배틀을 통과해야 공천을 주겠다는 발언과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를 앞둔 3일 이준석 당시 후보가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은 정당했다고 생각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론을 꺼낼 생각이 없다’고 발언한 것이 지지율을 크게 높였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준석 당 대표의 행보에 대한 공감 정도를 물어본 결과 가장 많은 응답은 대구경북 유세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이 정당했다. 사면은 하지 않겠다’고 발언한 것이었다. 그 다음 높은 공감을 보인 것은 공직자 후보에 대한 공직자 자격검증 시험과 토론 배틀에 대한 것이었다”며 “이는 공정의 이슈가 반영된 것이다. 경쟁을 통해 능력주의에 기반해 공직자를 뽑겠다는 것에 대한 공감도가 높게 나타났다. 또한 몇 년 간 여야를 막론하고 보기 힘들었던 잘못에 대해 책임지고 정면으로 지지층을 설득하는 모습이 나타나 기존 정치에서 보지 못한 혁신적인 모습이 이준석 대표의 발언에서 드러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준석 현상 이전에도 할당제, 가산점제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우리 사회에 있다는 것이 꾸준히 나타났다. 경쟁과 능력주의의 선호는 여러 차례 조사 해봐도 일관되게 다수의 응답으로 나타나 이것이 한국사회 지배적 담론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준석 대표가 생각하는 공정의 담론에 대한 지지는 2030세대보다 40대, 50대, 60대에서 더 강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공정성의 문제가 청년 문제로 대두되는 만큼 이번 이준석 대표의 선출이 청년정치에서 갖는 의의는 분명하다는 분석이 뒤따랐다.

이날 포럼에서 조석주 경희대 교수는 “이준석 대표가 30대로서 대표에 선출된 지지에는 좌우의 구분이 없었다. 또한 청년과 이전 세대의 균열(이질적인 차이)은 일정하게 존재한다”며 “(이준석 대표가 말한) 엑셀 능력 등이 정치인의 본질적 능력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은 명확하지만 엑셀 정도는 다 하는 청년세대는 장년 정치인이 ‘엑셀이 중요하냐’고 물을 때 ‘당신은 엑셀 말고 무엇을 잘하기에 그 자리에 있는가’라고 반문할 수 있다. 능력이 아닌 기득권 네트워크를 통해 그 자리에 있는 것은 아닌가 의심이 큰 것”이라고 이준석 대표의 당선과 청년정치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조 교수는 또 이와 관련해 2020년 청년 당원을 대상으로 이뤄진 정당정치 활성화를 위한 조사에서 ‘투명하고 공정한 공천’이 가장 우선되는 과제로 도출된 점을 제시했다. 이 응답에는 보수와 진보, 남성과 여성 간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앞으로 한국 정치는 보다 청년을 참여시키는 현상으로 진행될 것이란 전망도 내놨다. 조 교수는 “이준석 대표의 당선으로 인해 앞으로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도 청년들을 더 ‘모집(Recruit)’하는 방식으로 나아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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