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원 숭실대 기획평가팀장

오세원 숭실대 기획평가팀장
오세원 숭실대 기획평가팀장

“주사위는 던져졌다”

율리우스 카이사르(Julius Caesar)가 군대를 이끌고 루비콘강을 건너 이탈리아로 진격하면서 했던 말이라고 알려져 있다. 카이사르가 루비콘강을 건너면 로마법을 어기고,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내전으로 치닫는 상황을 강조하면서 사용했던 말로, 현재는 ‘돌이킬 수 없는 전환점’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길’을 의미할 때 사용한다.

‘3주기 대학 기본역량진단’의 대장정이 사상 초유의 온라인 비대면 평가를 마지막으로 일단락됐다. 몇 개의 계절이 바뀌는 동안 최선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이 남는다.

기본계획이 발표된 지난 2019년 8월부터 따지면, 약 2년에 가까운 기간 동안 대학 관계자들은 ‘3주기 기본역량진단’이라는 단어를 거의 매일 되뇌며 살아왔다. 이제 일상에서 이 단어의 사용 빈도가 줄어들고 있는 것을 보니, 뭔가 어색하다. 어떤 대학 관계자는 허탈감과 공허함을 호소하기도 한다.

새롭게 도입한 온라인 제출 방식으로 인한 혼란(접수 마감일 제출 서버가 다운되는 해프닝이 있기도 했다.)과 코로나19 확산으로 촉발된 온라인 비대면 시스템이 이번 진단에도 어색하게 적용됐지만, 한 편의 드라마처럼 모두 지나갔다.

이제는 그간 최선을 다한 노력의 결과를 겸허하게 기다리며, 다음을 준비할 시점이다.

한발 물러서서 지난 시간을 돌이켜 보면, 기본역량진단에서 요구하는 진단 요소 하나하나가 모두 의미 있다. “교육부에서 뭐 이런 것까지 평가해? 대학의 자율성은 도대체 어디서 찾으란 거야?”라고 불만 아닌 불만을 토로해 왔지만, ‘대학의 위기’를 논하면서도 다소 간과했던 부분들에 대해 ‘강제’로 점검할 기회였다.

△대학 법인의 적극적인 역할 △구성원의 소통과 참여 보장을 통한 민주적 운영 △엄격한 수업 관리 및 학사제도 △대학 규모에 맞는 교과과정과 비교과 과정에 적절한 자원의 투입(전문가, 예산, 프로그램 등) 등이다. 그리고 대학발전계획에 기반한 ‘특성화’ 영역도 빼놓을 수 없다. 발전계획 수립 및 추진, 자율지표, 대표 학과의 전공 능력 기술 등에서 대학의 ‘특성화’에 대한 기술을 요구했다.

처음으로 진행된 온라인 비대면 평가에서의 날카로운 패널 위원 질문들은 곱씹어보면 재점검하고, 보완할 필요성이 있는 사안들이다. ‘3주기 기본역량진단’ 보고서의 무결성을 위해 수없이 읽고, 수정하는 작업을 반복했지만, 질문에 대한 답변은 장황했고, 때로는 얼버무리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제는 ‘3주기 기본역량진단’ 보고서 작성 과정과 온라인 비대면 진단에서 제기된 문제를 되새기면서 차분히 대학의 중요한 한 축인 ‘학생’과, ‘교육’을 중심에 두고, 당면한 과제를 착실히 수행할 시점이다. 차기 평가를 위한 보여주기식 과제 수행이나 실적 쌓기가 아닌, 각 대학이 그리는 ‘학생 성공’과 ‘교육목표’ 및 ‘인재상’ 달성을 위한 과제를 하나하나 수행할 때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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