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대 울산과학대 총장으로 선임… ‘의사’에서 ‘교육자’로
‘세계적 수준의 전문대학(WCC) 사업’ 종료 전까지 8년 연속 선정… 명실상부 최고 전문대학
4차 산업혁명 시대 도래… 지역 맞춤형 전문 인재 양성 목표
울산은 ‘남초도시’, “여성 직업인 양성 위해 힘쓸 것”

[한국대학신문 이중삼 기자] 올해 제12대 울산과학대 총장으로 취임한 조홍래 총장. 조 총장은 ‘의사 출신’이다. 2011년 1월 울산대학교병원 제5대 병원장으로 취임해 2017년 1월까지 세 번 연임했다. 이후 울산대 제4대 산학협력부총장을 거쳐 울산과학대 총장으로 선임됐다. ‘병원’과 ‘대학’은 모두 ‘돌봄 서비스업’이라고 말한 그는 ‘의사’ 대신 ‘교육자’를 택했다. 학생들의 교육의 질 개선과 복지를 위해 대학에 뛰어든 것이다. 그는 “병원도 환자를 돌보고 대학도 학생을 돌보는 것이 같다. 학교와 병원은 ‘서비스업’이라는 공통된 ‘합’이 있다”고 말했다. 

조홍래 총장은 앞으로의 전문대가 가야할 방향에 대해 지역사회와의 상생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역사회대학’이라는 키워드를 꺼내들었다. 앞으로 전문대는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대학으로 성장해나가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이에 지역 특성에 맞는 인력이 양성돼야 한다며 현재 대학에서 추진하고 있는 방안들을 소개했다. 또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 맞는 인재양성에 총력을 다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따른 정보통신,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등과 융합한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해당 분야에 대한 학과를 신설·확대·융합해 나가면서 지역 특성에 맞는 인력 양성에 매진하고 있다”며  “결국 ‘지역사회대학’이 돼야 한다. 우리 대학은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성장하는 대학이 되기 위해 지역의 중소‧중견기업과 상생하고 우수한 전문인력을 제공하고자 진로와 취업지원 시스템을 지속해서 혁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조 총장은 남성 중심의 직업군이 발달해 있는 울산의 특성상 여성 인력 양성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어서 여성 직업인 양성에도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포부도 전했다. 그는 “울산은 ‘남초도시’다. 이 틀을 바꿔보는 것이 저의 미래 목표”라며 “여성 인재를 육성하는 데 초점을 두고 대학을 운영해보고 싶다. 여성이 편하게 지낼 수 있는 때 그 지역에 사람이 정착하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안정적인 여성 일자리가 늘어날수록 울산의 인구가 유출되기 보다는 유입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이제는 의사가 아닌 총장으로서 ‘고등교육혁신’에 새로운 날갯짓을 시작한 조홍래 총장을 15일 총장실에서 만났다. 신임 총장으로서의 포부와 앞으로 울산과학대의 변화를 위한 구체적인 구상 등에 대한 내용을 직접 들어봤다.

- 올해 초 울산과학대 총장으로 취임했다. 먼저 소감과 각오, 한 말씀 부탁드린다.

“사실 울산과학대 총장을 맡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저는 능력이 뛰어나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만 울산과학대가 지향하고 있는 방향 그리고 울산지역에 오래 거주한 사람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재단에서 저를 불러줬다. 저는 울산에 24년 동안 거주했다. 그동안 울산대학교병원에서 병원장으로 근무하고 울산대에서 산학협력부총장으로도 일했다. 사실 울산대 산학협력부총장 일을 하면서 겸직으로 병원진료를 계속해왔다. 누구나 은퇴 후에 계획을 짜면 늘 자기가 잘하는 것에 대한 생각을 한다. 제 나이가 전혀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나이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단에서는 저를 많이 신뢰해준 것 같다. 앞으로의 가장 큰 목표는 지역 학생들은 물론 전국 학생들이 울산과학대를 찾아 몰려오는 대학으로 만드는 것이다.”

- 울산대병원장을 지낼 때 세 차례나 연임한 바 있다. 병원장 당시 스스로 가장 잘했다고 생각하는 업적이라면.

“1997년 서울을 떠나 울산이라는 생소한 곳에 왔다. 한 가지 놀란 것이 환자를 진료하는데 시설이 낙후됐다는 것이었다. 환자들에 대한 의료 서비스가 서울에 비해 울산은 형편없었다. 울산은 한국에서 소득이 높은 지역임과 동시에 의료비도 가장 많이 지출할 텐데 의료시스템은 낙후돼 있었다는 것이 아이러니했다. 울산에서 의사 생활을 하면서 들었던 얘기는 환자들이 수술을 받을 때 울산이 아닌 서울이나 부산에 가서 받는다는 것이었다. 신뢰가 없다는 증거였다. 자존심이 상했다.

당시 울산시의회에 사회복지분과위원장을 만날 기회가 있어 울산의료시스템의 문제점을 말하면서 따지기도 했다. 특히 울산은 암센터가 없었다. 당시 국공립병원에만 암센터를 지정한다는 단서가 있었기 때문에 울산지역 내 암센터가 생길 수 없었다.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고 보건복지부에 건의함과 동시에 울산지역 국회의원에게 법안을 수정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법이 바뀌었고 울산지역에도 암센터가 생길 수 있었다. 울산지역 암센터를 유치한 것이 가장 잘했다고 생각한다.”

- 울산과학대의 위상은 국내 전문대, 고등직업교육기관 가운데 단연 최고 수준이다. 특히 취업률 측면에서는 전국 최상위 수준인데 비결은 무엇이고 이를 더욱 고도화할 총장의 복안도 함께 듣고 싶다.

“우리 대학은 어려운 기업경기에도 불구하고 해마다 전국 전문대 평균 취업률을 상회하고 있다. 대학 취업률은 2017년 71.6%, 2018년 74.9%, 2019년 73.4%를 기록했다. 졸업생이 취업 후 직장에 계속 다니는지 보여주는 지표인 유지취업률은 81.1%에 달한다. 이는 일반대, 전국 전문대의 평균 유지취업률보다 매우 높은 수준이다. 유지취업률이 높다는 것은 높은 연봉과 우수한 직원 복지를 제공하는 회사에 다닌다는 것이다. 즉 ‘높은 유지취업률 = 우수한 취업의 질’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이는 산업수도 울산이라는 전국 최고의 취업 여건 위에 현장 중심의 직무교육을 실시하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대학이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현장맞춤형 인턴사업과 현장실습 등의 일자리 경험은 지역 기업체가 요구하는 인재로 성장하는데 최적화 돼 있다. 대학일자리센터사업, 사회맞춤형 산학협력선도전문대학(LINC+)사업, 전문대학혁신지원사업 등 다양한 정부 재정지원사업에 선정돼 받은 사업비를 활용해 직무중심 취업동아리, 동문 및 산업체 인사 초청 취업특강, 학과전공 단위 직무 맞춤형 취업교육, 중소기업인식개선교육, 여대생 취업역량강화 프로그램 등을 지속해서 운영하고 있다.”

- ‘신산업 분야 특화 선도전문대학 지원사업’에 지난달 선정됐다. 4차 산업혁명 시대 등 우리나라 미래 신산업 분야를 이끌 대표 전문대학으로 꼽힌 셈인데 사업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 향후 성과는 어떻게 도출할 것인지 등 계획을 듣고 싶다.

“우리 대학은 울산지역의 최대 산업 분야의 하나인 조선해양산업과 연계해 ‘스마트·친환경선박’분야에 지원해 선정됐다. 이 사업을 통해 신산업분야에서 요구하는 기존의 조선해양공학기술과 4차 산업기술인 정보통신,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등과 융합한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전문인력의 양성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학과 신설, 교육과정 개편, 교수학습법 및 제도 개편, 교육환경개선, 산학연관 거버넌스 구축, 교원역량강화 등의 추진전략을 마련해 체계적으로 사업을 수행할 방침이다. 

또한 다양한 제도적 한계를 넘어 융합 교육의 파급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제도적 개편을 시도할 계획이다. 신산업분야 융합교육에 필요한 교육환경은 미래형 교육시설과 자기주도적 융합교육이 가능한 Station형 실습실로 구축된다. 여기에 교원의 역량을 융합기술로 무장할 수 있도록 기술연수, 산업체 연수, 세미나와 워크숍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 사업을 통해 마련된 교육체계를 활용해 현장에서 요구하는 융합형 인재를 양성할 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성과 공유와 환류를 통해 전공심화과정, 전문기술석사과정, 고도화과정(일학습병행) 등으로 발전시킬 방침이다.”

- 총장이 생각하는 울산과학대의 약점은 무엇인가. 어떠한 부분을 보완해야 울산과학대가 전방위적 최고 수준의 대학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시대 변화에 따른 울산 산업계의 변화가 우리 대학이 가진 약점이자 기회라고 생각한다. 울산은 기반 산업이 노후화했다. 하지만 반대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따른 지역 기업은 로봇, 사물인터넷(IoT), 스마트팩토리 등 첨단기술을 접목하며 새로운 인재 육성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 대학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된 기업의 요구에 맞는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기초학습 능력 증진, 바른 인성 함양, 학생 역량 인증체계 개발, 현장맞춤형 인재육성 등을 추진하고 있다. 

신입생 중 기초학력이 부족한 학생들은 ‘기초교과 튜터링’ 프로그램을 통해 기초교과 담당 교수가 튜터링을 실시하고 있다. 나아가 울산지역 퇴직 고등학교 교사를 활용해 심화된 멘토링 제도를 운영할 계획이다. 대학 내 교수학습지원센터는 또래 나눔 학습공동체 ‘너랑 나랑’, ‘창의개발 유레카’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해 학생들이 학습 의욕을 높이고 바른 인성을 기를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학생상담센터는 매년 신입생, 복학생, 편입생을 대상으로 심리검사를 실시, 검사 결과를 토대로 대학생활 적응 관심군 학생을 추려 전문적인 상담을 통해 학생들의 대학 생활 적응을 돕고 있다.

올해 우리 대학은 기존의 통합경력관리시스템을 전면 개편한 학생 역량 인증체계인 ‘UC CLOVER’를 개발했다. 전문 직업인으로서 갖춰야 하는 4대 핵심역량을 ‘창의(Creativity), 융합(Convergence), 협업(Collaboration), 도전(Challenge)’으로 설정했으며 네잎 클로버 각각의 잎을 영문자 ‘C’로 표현했다. 각각의 네 가지 역량을 채우면 클로버를 완성하게 되며 이는 곧 전문 직업인의 핵심역량을 모두 갖췄다는 것을 뜻한다. 여기에 우리 대학은 울산의 수많은 대기업 및 중견기업 등 1400여 개 기업과 가족회사 협약을 맺는 등 긴밀한 산학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한 것도 취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리 대학은 교육부가 전국에 단 18개교만 선정한 ‘세계적 수준의 전문대학(WCC) 사업’에서 첫 해 전국 1위에 선정됐으며 사업이 종료된 2018년까지 8년 연속 선정된 단 3개교 중 하나로 전국 상위 2% 안에 드는 명실상부 최고의 전문대로 이미 자리매김했다. 앞으로도 시대의 변화에 맞춘 대학 중장기 발전계획 수립과 그에 따라 선제적 대응으로 대학의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할 것이다.”

- 지방대학으로서 대학이 위치한 울산광역시, 관내 구(區)들과의 협력은 어느 정도인지. 활동은 무엇이고 이에 대한 성과는 어떠한지 설명해달라.

“우리 대학은 울산시와 다양한 협력관계를 구축해 지역대학으로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역대학연계맞춤형 산업인재 육성사업, 울산 VR·AR 인프라 구축과 제작거점센터 운영 사업, 일·학습병행사업, 고숙련 일·학습병행제, 울주형 지역산업 맞춤형 전문인력 육성사업, 지역산업 맞춤 인력양성 사업 등을 통해 재직자와 미취업자의 역량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울산 동구·남구·북구의 어린이급식관리지원센터를 위탁 운영해 지역의 어린이들에게 올바른 급식과 영양교육을 제공하고 어린이집을 위탁 운영해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에는 교육부가 주관하는 ‘지자체-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사업’에 선정돼 울산시, 경상남도, LG전자 등 65개 기관과 함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 학령인구 급감으로 인해 전국 대부분 대학에서 정원 미달 사태를 겪고 있다. 반면 울산과학대는 이러한 전국적 위기를 잘 피해가고 있는 모습이다. 울산과학대 신입생 충원 전략과 관련해 총장이 진단하는 현 상황과 향후 대응책은.

“급격한 입학자원 감소에 따라 2020학년도부터 신입생 충원에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전국적 위기 상황은 대학의 옥석을 가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판단한다. 우리 대학은 산업 수도 울산과 연계한 지역특화산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지역 산업계와의 긴밀한 산학협력, 지속적인 교육과정 개편, 신산업 관련 학과 신설 등을 통해 입학자원 감소라는 위기 상황에 선제적 대응을 하고 있다. 그 결과 일반대, 전국 전문대의 평균 취업률을 뛰어 넘는 높은 취업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이는 해당 지역들보다 높은 신입생 충원율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현재에 안주하지 않을 생각이다. 울산의 기업, 공공기관, 고등학교 등과 지금보다 곱절에 곱절의 접촉을 늘릴 계획이다. 우리 대학이 전국 최고의 교육환경을 갖춘 ‘취업명문대학’임을 지속적으로 홍보해 우리 대학에 입학하는 것이 최고의 전문대에 입학하는 것이고 곧 우수 기업의 취업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확인시킬 것이다.”

- 총장과 지방대, 전문대가 나아가야 할 지향점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정치권의 정책·제도적 뒷받침이 있어야 할 것이다. 정부와 정치권에 바라는 총장의 의견이 있다면.

“고등교육 부분에 재정투자는 양적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학자금지원 예산증가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고등교육기관 특히 지방대에 실질적인 투자가 더 많이 이뤄져야 한다. 우리는 지역대학의 폐교가 지역사회의 붕괴로 이어진 것을 실제로 목격했다. 전북 남원에 있는 서남대는 2018년에 폐교됐으며 그에 따라 인근 지역은 유령도시처럼 변했다. 서남대처럼 학교법인의 대학 부실 운영, 대학 경영진의 비리에 따른 대학 폐교는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정부와 정치권의 지방대에 부족한 예산지원과 관심 부족은 다른 얘기다. 경쟁력을 가진 지방대 특히 고급 기술인력을 양성하고 배출하는 전문대에 지금보다 훨씬 많은 예산을 투입해 지방대를 집중 육성해야 한다. 지역대학이 크면 지역사회도 큰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나라가 크고 강해질 것이다.”

- 앞으로의 개인적인 목표에 대해서도 듣고 싶다.

“현실적인 목표는 지역 학생들이 우리 대학을 자랑스럽게 찾고 거기에 더불어 다른 대학에서 편입도 오게 하는 등 전국적으로 몰리는 대학을 만들어보고 싶다. 그리고 직장인, 유학생 대상으로 교육대상을 넓혀나갈 수 있도록 힘쓸 계획이다. 또한 울산은 ‘남초도시’다. 이틀을 바꿔보는 것이 미래의 목표다. 우리 대학이 여성인재를 육성하는  것에 강점을 두고 키워나가고 싶다. 여성이 편하게 지낼 수 있을 때 그 지역에 사람이 몰리게 돼 있다.”

■조홍래 총장은…
서울대학교 의학과에서 학사·석사·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림대 의대 교수와 미국 에모리의대 연구원을 거쳐 1997년 울산대 의대로 자리를 옮겼다. 2011년 울산대병원 제5대 병원장에 취임해 2016년까지 연임했다. 울산지역암센터 유치, 상급종합병원 승격 등을 이뤄내 지역 의료 발전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7년부터는 울산대 산학협력 부총장을 맡아 울산대의 바이오·기계·화학·전자 분야 역량을 지역 산업에 연계시켰다. 현재 대한암협회 이사, 대한혈관외과학회 이사를 역임하고 있다. 2021년 3월 제12대 울산과학대 총장으로 선임됐다. 

<대담=최용섭 발행인 / 정리=이중삼 기자 / 사진=한명섭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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