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기 가톨릭대 교육대학원 겸임교수(누원고 진로진학지원부장)

배상기 가톨릭대 교육대학원 겸임교수(누원고 진로진학지원부장)
배상기 가톨릭대 교육대학원 겸임교수(누원고 진로진학지원부장)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려면 문해력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나 현재 일반고 학생들의 문해력은 심각한 상황이다. 필자는 고등학교 1학년 통합과학을 가르치면서 학생들에게 요약하며 발표하도록 하는 것을 항상 했다. 그런데 많은 학생이 요약해서 발표하는 것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심지어 이미 배운 것을 발표하지 못하는 일도 있었다.

어떤 학생은 “아직 학원에서 복습하지 않아서 모릅니다”라고 대답하기도 했다. 더욱 충격인 것은 그 학생이 학급에서 상위 20% 안쪽의 우수한 학생이라는 점 때문이었다.

그런데 올해 고등학교 1학년은 더 심한 것 같다. 그들은 초등학생일 때부터 부모의 생각대로 매일 학원에 갔다. 그리고 학원에서는 선생님이 아주 친절하게 가르쳐 주는 것만이 공부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공부는 혼자 하고 부족한 것이 있을 때 다른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필자의 말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어떤 학생은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 공부를 혼자 하는 게 가능해요? 그게 어떻게 가능하지요?”

몇 달 전 EBS에서 학생들의 문해력을 주제로 한 프로그램이 방영됐다. 학생들은 수업 시간에 배우는 내용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어휘를 몰라 수업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그러니 잠을 자거나 장난을 치고 떠든다. 그러나 선생님은 그들을 제어하거나 야단치지도 못한다. 잘못하면 학생 인권을 침해했다고 공격을 당할 수 있어서 그냥 무시하고 진도를 나간다.

학생들이 교과서를 공부하려면 ‘학습도구어’를 알아야 한다. 학습도구어는 일상어와 다르게 교과서 공부를 위해 꼭 필요한 어휘를 말한다. 중학교까지 학습도구어는 2440단어 정도다. 그런데 중학생들이 학습도구어를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 평가한 결과는 참담했다. 100점 만점에 88점 이상을 받은 사람은 스스로 교과서를 읽고 공부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것을 나타내는데, 참가자의 단 9%의 학생만이 88점 이상을 획득했다. 10명 중 한 명만이 스스로 공부가 가능한 것이다. 9%라는 결과는 학교 내신 등급으로 2등급인 학생도 상당수가 교과서를 제대로 읽고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런 상태로 고등학교에 진학한 학생들은 학업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한다. 고등학교의 학습 내용은 중학교보다 어렵고 양도 많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학생들은 교과서의 내용을 이해하는 능력을 키우기보다 점수를 쉽게 받기를 원한다. 그리고 점수를 잘 받게 해줄 것 같은 학원엘 간다. 내신 성적을 등급별로 변별해야 하는 학교는 시험문제를 쉽게 출제하게 된다.

이런 수준의 문해력으로는 내신 성적이 아무리 좋아도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기 어렵다. 문해력이 좋지 않으면 학생부종합전형에서 점점 중요도가 높아지는 과목별 세부능력과 특기 사항에 기록될 많은 내용, 즉 수업 중 발표나 탐구과제 활동, 수행평가 등을 수준 높게 진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수업 시간에 배운 내용을 기초로 해 학업 역량을 심화 확장하기 위한 독서를 제대로 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독서는 과목별 세부능력과 특기 사항이나 동아리 활동, 자율활동과 같은 창체 활동에 충분히 활용할 수 있지만, 문해력이 나쁘면 그런 활동에 독서를 활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입전형에서 학생부종합전형의 비중이 약해졌다 해도 서울의 주요 대학에서의 위상은 크다.

그러므로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원하는 대학에 가고자 한다면, 학교에서의 모든 활동의 기초가 되는 문해력을 키워야 한다. 특히 ‘코로나19’의 세계적인 유행으로, 학생들의 여러 활동이 부진한 가운데, 문해력을 갖추어야 인정이 가능한 학업 역량의 내용은 그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 문해력은 학생이 가진 학업 역량의 기본으로, 숫자로 표시되는 내신성적의 의미보다 더 깊은 의미를 나타낸다.

이제부터라도 점수보다 문해력을 키워보자. 쉬운 한 과목을 집중해서 온전히 이해하면 가능할 수 있다. 먼저 어휘를 정리해 이해하고, 내용을 읽고, 설명해 보자. 그렇게 공부하다 생긴 궁금증은 다른 책을 읽으면서 해결해 보자. 이런 활동을 통하면 문해력이 향상되는데, 이 활동은 혼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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