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익위 "수시 학종 본래 취지 살려야"
대학 "사교육 조장 우려"

전현희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이 2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3차 청렴사회민관협의회 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권익위 제공)
전현희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이 2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3차 청렴사회민관협의회 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권익위 제공)

[한국대학신문 장혜승 기자] 대학과 국민권익위원회가 수시 학생부종합전형(학종) 평가 기준 공개를 두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 평가의 신뢰성 확보를 위해 대학이 학종 평가요소와 세부항목 및 기준을 공개해야 한다는 권익위 측 의견과 잘못하면 사교육을 부추길 수 있다는 대학  측 우려가 팽팽히 맞선다.

국민권익위원회는 23일 2021년 제3차 청렴사회민관협의회(이하 협의회)를 열고 ‘대학입시 투명성·공정성 제고를 위한 정보공개 강화 방안’을 심의·의결했다. 협의회는 부패문제에 대해 정부 주도 정책방식에서 벗어나 사회 각계의 참여를 통해 반부패 정책과 추동력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구성된 기구다.

정보공개 강화 방안의 주요 내용에는 △대학이 신입생 선발 절차에 적용하는 평가 요소, 세부 항목 및 평가 기준에 관한 정보를 공시하도록 하고 정부는 이에 관한 표준양식과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배포할 것 △신입생 선발 결과를 수험생에게 통지할 때 평가 결과에 대한 상세한 안내가 이뤄지도록 대학에 권고할 것 등이 포함됐다.

이중 대학이 신입생 선발 절차에 적용하는 평가 요소와 세부 항목 및 평가 기준을 공개하도록 한 내용이 사실상 수시 학종 전형을 겨냥해 권익위와 대학들이 입장 차를 보이고 있다.

■권익위 “평가 신뢰성 확보 측면에서 평가 기준 공개해야”= 정보공개 방안 내용을 고안한 안종훈 청렴사회민관협의회 교육분과협의회 위원은 성적표가 통지되는 정시처럼 수시 학종 전형도 대학이 평가의 신뢰성 확보를 위해 평가 기준을 공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안 위원은 28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수시 학종이 깜깜이 전형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현실에서 학종에 대한 불신을 극복해보자는 취지로 이번 방안을 제안했다”면서 “학종이 학생의 시험 점수와 같은 수치에 얽매이지 않고 평가한다는 본래 취지에 맞게 운영되려면 창의성 같은 항목만 공개할 게 아니라 구체적으로 창의성이라는 항목을 측정하기 위한 지표를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모범사례로 제시된 연세대 2020년 수시 학종전형 . (출처=안종훈 위원)
모범사례로 제시된 연세대 2020년 수시 학종전형 . (출처=안종훈 위원)

안 위원은 연세대와 경희대를 모범 사례로 제시했다. 안 위원에 따르면 연세대는 2020년 수시 학종에서 평가요소로 △전공 적합성 △학업역량 △인성 △발전 가능성의 네 가지 요소를 제시하면서 해당 요소들에 포함되는 구체적인 평가항목도 공개했다. 예를 들어 학업역량을 측정하기 위해 △학업성취도 △학업태도와 학업의지 △탐구활동의 세부지표를 공개하고 다시 학업성취도 안에서도 교과목의 석차등급 또는 원점수를 활용해 평가한다고 명시하는 식이다. 경희대도 학종 평가요소로 학업역량과 전공적합성, 인성, 발전가능성의 항목과 그에 따른 세부 지표를 제시하고 해당 항목에 따른 평가 비율도 명시하고 있다. 

당초 방안에는 항목별 배점과 합격자 평균을 공개하는 내용도 포함됐으나 논의 과정에서 현실적 어려움을 고려해 해당 내용을 제외했다는 것이 안 위원의 설명이다. 

■대학 “구체적 지표 공개는 사교육 조장 우려돼”= 대학 입학 관계자들은 학종 평가 지표 공개가 잘못하면 사교육을 조장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김현정 서울경인지역입학처장협의회장(인하대)은 “이미 고등학교 교사들에게 모의서류평가를 통해 평가 기준을 알려주고 있다”면서 “평가 기준을 공개하면 오히려 학생들이 해당되는 부분만 공부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그렇게 된다면 현행 고교학점제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 수시 전형에서 실시하고 있는 블라인드 평가 원칙과도 배치된다”고 덧붙였다.

신성원 한양대에리카캠퍼스 입학처장도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신 처장은 “고등학교 입학설명회에서 평가 기준은 설명하고 있다”면서도 “학종이란 전형 자체가 정성평가인데 정량적 기준을 제시하는 순간에 오히려 사교육을 조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반적으로 수시에서 도 사교육비를 많이 투입하는 논술전형을 축소하는 추센데 학종 평가 기준을 공개한다면 오히려 현재 입시정책 흐름에 역행하는 처사다”고 지적했다. 

중소 대학의 현실적 어려움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의 한 대학 입학처장은 “고교 교육 기여대학에 선정되지 못한 대학이나 중소 대학들은 상황이 다르다”며 “입시의 투명성과 공정성 제고라는 방향엔 동의하나 입학 부서가 대학 교직원들 사이에서 기피 부서인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고 전했다.

학종 평가 기준 공개를 둘러싼 키는 교육부와 권익위로 넘어갈 전망이다. 

국민권익위원회 관계자는 “협의회에서 의결한 방안을 권익위 제도개선국에서 검토할 예정인 것으로 안다”며 “제도개선국에서 검토 후 관계 기관에 의견을 수렴하게 돼 있다. 이후 관계 기관과의 조율을 거쳐 제도개선 권고안이 발표되면 권익위법에 따라 해당 기관이 향후 추진계획을 권익위에 보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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