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미지포털 아이클릭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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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신문 허지은 기자] 일반대에도 원격수업만을 통한 학위과정 운영이 허용된 가운데 대구가톨릭대학교와 이화여대는 각각 원격수업 위주의 학사과정과 석사과정을 신설하며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원격수업이 주가 되는 교육방식이나 온라인 학위 과정이 일반대에 확산되리라는 판단은 시기상조라는 것이 대학가의 전망이다.

■대학에 부는 원격수업 확대 바람 = 코로나19로 인해 오프라인 수업 방식이 주류로 굳어졌던 일반대에 원격수업이 주류 수업 방식이 되는 새 바람이 불고 있다. 교육부의 규제 완화가 이를 뒷받침했다.

교육부는 지난해 코로나19로 비대면 수업이 필요해지자 일반대 원격수업 20% 제한을 폐지한 데 이어 지난 2월에는 일반대가 학사와 석사까지 온라인 학위과정을 운영할 수 있도록 훈령을 개정했다.

이에 몇몇 대학들이 원격수업 비중을 대폭 늘린 학위 과정을 운영하기로 공표하고 나섰다. 바로 대구가톨릭대와 이화여대다.

대구가톨릭대는 2021학년도부터 5개 학과로 구성된 ‘유스티노 자유대학’의 수업을 99% 원격수업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수업 대부분이 원격으로 진행되는 만큼 1년 3학기제를 적용해 3년간의 학사학위 과정을 운영하겠다는 구상이다. 사실상 학기 내내 대부분을 원격으로 다니게 되는 유스티노 자유대학 학생에게는 등록금 50% 수준의 장학금을 지급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우동기 대구가톨릭대 총장은 “비록 지금은 적은 정원을 갖고 99% 원격 수업을 하는 학과를 운영하는 데 투자되는 비용이 더 크지만 미래대학에선 원격강좌가 주가 될 것은 당연하기에 선제적으로 대학의 온라인 교육 인프라를 설치하자는 의미에서 추진했다”며 “직업 세계의 변화로 이전과 달리 생애 동안 몇 번의 직업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며 평생교육의 수요가 늘고 있다. 대학이 평생교육 체제로 가야 한다면 미네르바 같은 대학이 필요할 것이다”고 말했다.

또한 “대학 졸업 후 입직 연령이 갈수록 높아지는 상황에서 1년 3학기제가 실현된다면 고등교육에 드는 시간적 비용을 아낄 수 있다”며 “1년 3학기제를 실현하기 위해 99% 원격수업을 채택하는 단과대학을 운영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화여대는 2022학년도 모집을 목표로 100% 원격수업을 하는 대학원을 신설할 계획이다. 사회 재교육 수요가 높은 첨단 디지털 분야와 한국어 교육 등 국제화 분야의 온라인 특수대학원을 설립할 방침이다. 또한 수요조사를 통해 대학원 학과를 신설하거나 기존 전공을 온라인 석사과정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화여대 관계자는 “원격수업만으로 석사과정 수료가 가능한 교육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라고 의의를 밝히며 “효과적인 온라인 대학원 운영을 위해 에듀테크 기반의 온·오프라인 융합형 교수학습 환경으로 혁신하고 온·오프라인 교육플랫폼 기반 시설을 구축하고자 한다. 또 스마트러닝 환경 개선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전했다.

■온라인 학위과정 전국적 확대될까… “아직은 회의적” = 원격수업 비중을 대폭 확대해 원격수업 위주의 학위 과정을 운영하거나 100% 온라인 학위과정을 운영하는 곳이 전국적으로 확산하는 데는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전통적 수업방식인 집합 대면 수업방식에 대한 선호가 여전하고 원격대학들의 반발도 큰 상황이다.

대학가에서는 대면이 필요한 실험‧실습 수업에 대해서는 여전히 대면 수업이 효과적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인 상황이다. 코로나19라는 특수 상황이 지나가면 집합 교육이라는 전통적 수업방식이 곧 대부분의 수업에 적용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가장 큰 문제는 수업 방식의 이해당사자라 할 수 있는 학생과 교수의 인식이다. 최석윤 전국대학교교무처장협의회 회장은 “온라인 학위과정이 생긴다면 일부 학생들에게는 수요가 있겠지만 대대적인 수요가 있을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내다봤다.

그는 “학생들과 교수는 코로나19라는 상황에서 대안으로 원격수업을 받아들이고 있지만 정상적 대면 수업이 가능한 때에도 원격수업을 더 선호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원격수업에 대한 학생 만족도 조사 결과는 높게 나오고 있으나 학생의 학습 성취도는 원격수업이 대면 수업에 비해 낮게 나오고 있다. 대면 수업에 비해 원격수업은 수업 중 교수의 언사에 제한이 많고 학생들도 대면 수업과 원격수업에는 차이가 있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홍후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육 효과의 측면에서 원격수업 비중 확대나 온라인 학위 과정에 비판적인 입장이다. 홍 교수는 “온라인 학위 과정이 확산될 것이라 보지도 않고 그것이 바람직하다고 보지도 않는다”며 “모든 전공의 수업이 대부분 원격수업으로 진행될 수는 없다. 이론 위주의 수업이라면 원격수업이 가능하겠으나 실험‧실습 수업이 중요한 전공의 경우에는 대면 수업이 필요하다. 석션 실습 한 번 해보지 않은 학생이 간호대학을 졸업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원격수업을 대폭 확대하거나 온라인 학위과정을 운영하는 것은 블렌디드 러닝과는 전혀 다른 문제로 일반대가 쉽사리 원격수업을 큰 비율로 확대하긴 힘들 것이라는 현실적인 전망도 나온다. 정일환 한국교육학회 회장은 “기술 발전으로 블렌디드 러닝이 가능해졌고 코로나19 상황으로 이것이 가속화됐지만 대학 구조상 상당수의 수업을 원격수업으로 진행할 경우 등록금 책정 문제가 관건이 될 것이다. 대면 수업이 필요한 상당수의 과목들에 대해 원격수업으로 전환할 경우 교육의 질을 어떻게 관리하고 담보할 것인가의 문제도 매우 중요하다”며 “일반대에서 원격수업 100%로 학위과정을 운영할 때 나타날 문제들에 대해 어떻게 보완할지 먼저 면밀히 검토돼야 한다”고 전했다.

교육부의 일반대 원격수업 비중 완화 방침에 대한 원격대학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원대협은 온라인 학위과정을 운영하는 대학에 대한 질 관리 강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을 지속적으로 교육부에 건의하고 있다. 또한 원격대학 총장단의 서명운동 계획도 시사하고 있다.

김중렬 한국원격대학협의회 회장은 “온라인 학위과정을 운영하는 대학들에 대해서도 현재 사이버대에 적용하는 법령상 요건들을 적용해 원격대학 수준의 설비를 갖추도록 해야 한다”며 “원격수업에 대한 질 관리는 무척 중요하다. 그간 대부분의 수업을 대면 집합 수업으로 해왔던 ‘오프라인 대학’들이 원격교육을 하려면 시설, 설비를 갖춰야 하는데 많은 비용이 드는 일이기에 쉽지가 않을 것이다. 코로나19 종식 이후의 상황은 불확실성이 크기에 선뜻 투자하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원격대학들은 이미 차세대 LMS를 도입했다. 강의 콘텐츠를 탑재할 뿐 아니라 교수자와 학생 간 쌍방향 소통이 가능하고 입시와 수강신청, 성적 평가 등 대학 생활을 위한 모든 것이 LMS에서 가능하도록 했다. 원격대학 수준의 LMS를 구축하는 데는 300억 원 가량의 비용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원대협의 주장에 대해 안웅환 교육부 대학학사제도과장은 “원격대학과 일반대는 설립 규정과 근거가 다르다. 또한 현재 기술수준을 생각하면 원격대학 수준의 LMS가 반드시 갖춰지지 않더라도 실시간 상호작용이 가능한 원격수업도 마냥 불가능하진 않다고 본다. 일반대와 원격대에 동일한 잣대를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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