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 연구실 10명 중 1명은 외국인 유학생
외국인 유학생과 국내 첨단기술 기업 매칭
소통 문제, 정보 부족, 비자 문제 등 해결

류석현 UST 산학협력단장(사진=UST 제공)
류석현 UST 산학협력단장(사진=UST 제공)

[한국대학신문 박종민 기자] 우리나라는 혁신적인 기술 국가로 부상하고 있지만 혁신을 지속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기술혁신의 지속가능성을 책임지는 고급 R&D 인력이 줄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은 2019년부터 조사한 ‘과학기술인력수급조사’에서 향후 10년 내에 국내 과학기술인력이 약 1만여 명 정도 부족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문제의 해결책으로 주목받는 것은 ‘외국인 유학생’이다. 2018년부터 진행된 제4차 ‘과학기술기본계획’과 올해 있었던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에서는 외국인 유학생을 활용해 부족한 연구인력을 보충한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국내 외국인 유학생을 국내 산업계와 과학기술계 발전에 유의미한 인적 자원으로 보고있는 것이다.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는 외국인 유학생을 활용하는 아이디어를 구체화한 교육 기관이다. UST는 재학생의 34%가 이공계 석·박사과정 유학생으로 구성돼 있으며 기업과 연구실 등 수요처를 발굴해 외국인 유학생을 연결해주는 ‘국내 외국인 유학생 채용 매칭 프로그램(U-LINK)’을 운용하고 있다.

국내 외국인 유학생은 어떤 분포를 보이고 있는지 U-LINK 프로그램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류석현 UST 산학협력단장을 찾았다.

■ 국내 외국인 유학생 현황은 어떤가?

“한국교육개발원이 발표한 ‘2020년 간추린 교육통계’를 보면 작년에 한국에서 학위과정을 밟고 있는 외국인 유학생은 총 11만 3003명으로 처음으로 11만 명을 넘어섰다. 특히 전체 학생 1만 명당 외국인 유학생의 비율은 대학원이 12%(1190명)로 일반대학의 학사과정 3.4%(336명)에 비해 월등히 높다. 대학원 연구실에서 10명 중 1명은 외국인 유학생으로 채워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국내 대학으로 들어오는 외국인 유학생의 숫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자료=한국교육개발원)

■ 국내 외국인 유학생에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국가 주력산업의 기술혁신을 위해서는 고급 R&D 인력 확보가 중요하다. 그러나 대학원 연구실에서 내국인 석사·박사과정 학생이 줄고 있다.

국내 외국인 유학생은 상대적으로 우수한 한국어 소통능력과 국내 연구실 경험을 갖고 있어 한국문화에 대한 적응도가 높다. 한국 정착에 필요한 비용과 자원도 일반 외국인에 비해 낮은 편이다. 유학생 대부분이 한국 기업에 취업해 경험을 쌓고 싶어 하는 의지도 크기 때문에 순수하게 외국에서 인재를 영입하는 것보다 유리한 측면이 있다.”

■ UST 내의 외국인 유학생 현황은 어떤가?

“UST에 재학 중인 1335명의 석사·박사과정 학생 중 외국인 유학생은 450명으로 재학생의 34%에 이른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이 올해 밝힌 국내 이공계 대학원의 평균 비율은 8.6%로 UST는 평균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를 보인다.

UST는 우수인력을 선발하기 위해 주요 6개국에서 UST 해외홍보대사를 운영하고 있다. 국가 간 ODA 사업에도 참여해 석사·박사과정 우수 학생 유치에 전문성이 높다. 유학생의 출신국가는 56개국으로 다양하다. 아시아권과 아프리카권 학생의 지원율이 높으며 베트남,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등이 가장 높은 관심을 보인다. 외국인 유학생의 상당수는 자국의 유명 대학 출신으로 인적 자질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지금까지 UST에서 배출한 외국인 유학생은 총 786명이다.”

UST는 재학생의 34%가 외국인 유학생으로 이뤄져있다.(사진=UST 제공)
UST는 재학생의 34%가 외국인 유학생으로 이뤄져있다.(사진=UST 제공)

■ 외국인 유학생은 UST에서 어떤 교육을 받고 있나?

“UST는 국가연구소 기반의 대학원대학이기 때문에 학위 과정 중에 국가 연구프로젝트에 의무적으로 참여한다. 유학생의 입장에서 학문적 연구와 산업적 성과를 동시에 기대할 수 있으며 진로의 폭도 넓다.

UST에 입학한 모든 외국인 유학생은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연구과제에 참여해 연구와 학업을 병행하게 된다. UST는 유학생의 한국생활에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한국어 교육과 한국문화교육도 제공한다. 학생들은 낮에는 연구에 전념하고 저녁에는 한국어 등의 학습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유학생 유치와 관리에서 역량을 인정받아 2020년 교육부 ‘교육국제화역량 인증제(IEQAS)’에 ‘우수 인증 대학’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 U-LINK는 어떤 프로그램인가?

“U-LINK(UST-Link with Korea)는 UST에서 석사·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외국인 유학생이 국내에 채용될 수 있도록 연결해주는 프로그램이다. 2019년에 처음 시작했다.

우리나라 석사·박사학위 취득자들은 △대학 △정부출연연구기관 △대기업 등을 선호하고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을 꺼리는 경향을 보인다. 첨단기술을 다루는 중소기업과 중견기업, 스타트업은 자연스럽게 인력난에 시달린다.

U-LINK 프로그램이 주로 연결을 시도하는 곳은 △소프트웨어 개발 △인공지능 △데이터분석 △로봇 △바이오 △첨단 공정 △기술기반 해외영업과 마케팅 △의료서비스와 임상분야 등 첨단분야의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이다. 고급 R&D 인력이 필요한 기업에 외국인 유학생을 연결해 공급자와 수요자가 서로 이득을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게 프로그램의 기본 방향이다.”

■ U-LINK 프로그램의 목표는 무엇인가?

“현재 박사과정을 진행하며 UST 외국인학생회(UST-ISA) 회장을 맡은 방글라데시 출신의 이크람 후세인(Iqram Hussain) 학생에게 박사학위 취득 후 우리나라에서 웨어러블 수면기기와 헬스 정보학(health informatics) 분야의 연구직으로 진로를 열어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우리나라에 정착하고 싶어하는 외국인 유학생에게 자기실현의 기회를 제공하고 우리나라의 발전에도 기여하는 것이 U-LINK 프로그램의 목적이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이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진행한 외국인 국내 박사 학위 취득자 조사에 따르면 총 2767명의 응답에서 학위 취득 후 우리나라에 취업하는 비율은 42%이며 나머지 58%는 귀국하거나 다른 나라에 취업했다. 절반에 가까운 외국인 유학생이 한국 기업에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원하고 있는 셈이다.

U-LINK 프로그램은 수요자와 공급자를 연결하고 그들의 애로사항을 지원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 외국인 유학생이 학위 취득 후 가장 왕성하게 활동할 수 있는 시기에 우리나라에서 열정을 꽃 피울 수 있도록 지원하고자 한다.”

■ 구체적인 프로그램의 내용을 설명한다면?

“U-LINK 프로그램은 외국인 유학생과 국내 기업이 연결되면서 발생하는 애로사항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춰 운영한다.

외국인 유학생이 주로 느끼는 어려움은 △한국어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 부족 △소통의 어려움 △기업과 직장에 대한 정보 부족 △공개채용보다 추천을 통해 필요인력을 선발하는 우리나라 채용시장의 특성 △비자문제 등이다.

국내 기업은 △외국인 유학생의 부족한 한국어 실력 △채용 인력의 레퍼런스 확인 부족 △기업 눈높이에 맞는 경험 있는 인력 부족 △비자문제 △추가적인 비용문제 등을 애로사항으로 호소하고 있다.

양쪽이 갖는 애로사항을 잘 살펴보면 공통으로 나타나는 문제가 있다. △소통의 문제 △정보 부족의 문제 △비자 문제 등이다. U-LINK 프로그램은 공통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소통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외국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비즈니스 한국어 교육 △기업 지원서 작성 교육 △CV 작성 교육 등을 진행한다. 정보 부족 문제에 대해서는 외국인 유학생과 기업 양쪽이 함께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해 대응한다. △기업 탐방 프로그램 △안내데스크 운영 등이 대표적이다. 비자 문제는 E-3, E-7 등 취업비자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해결하고 있다.”

U-LINK 프로그램에서는 유학생과 국내 기업 간의 소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언어 교육을 진행한다. 사진은 비즈니스 한국어 교육에 참여한 유학생들의 모습이다.(사진=UST 제공)

■ U-LINK 프로그램은 어떤 성과를 보였나?

“2019년에 프로그램이 시작한 후 약 25개 기업이 관심을 보이고 유학생 심사에 참여했다. 대표적으로 ‘삼성디스플레이 베트남법인’ 과 슈퍼커패시터 기업 ‘비나텍’ 에서 U-LINK를 통해 UST 박사 유학생 8명을 R&D 직군으로 선발했다.

U-LINK 프로그램을 거쳐 외국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설명회나 이벤트에 참여하는 학생도 있다. 한국산업은행이 올해 6월에 진행한 ‘글로벌 비즈니스와 한국의 신재생 에너지 산업’ 설명회에는 UST에서 에너지 분야를 전공하는 유학생 11명이 참석했다. 학생들은 한국 기업의 동남아 시장 진출 현황을 듣고 국내 태양광 에너지 기업인 한화큐셀과 만나는 기회도 가졌다.

외국에 지사가 있는 대기업이나 해외 비즈니스를 진행하는 국내 기업도 U-LINK 프로그램에 많은 관심을 보인다. 현지화에 성공하려면 한국과 출신국가의 문화를 모두 체득한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에 진출하는 기업에서 높은 참여도를 보인다.”

■ 앞으로 U-LINK 프로그램을 어떤 방향으로 운영할 계획인가?

“올해까지 U-LINK 프로그램은 UST 출신의 외국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2022년부터는 국내 외국인 유학생으로 범위를 확대할 예정이다. UST는 수요자와 공급자를 연결하는 플랫폼을 외부로 확대하고 국내 외국인 유학생에게 지원을 보내기 위해 ‘U-LINK 센터’를 만들 계획이다.

UST는 외국인 유학생을 유치하는 단계부터 한국 산업계에서 요구하는 분야의 학생을 선발하고 산업계와 과학기술계에서 요구하는 필수역량과 조건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 프로그램을 더욱 다양화하고 업그레이드할 예정이다. 수요 예측과 연구 역량도 강화해 외국인 유학생이 국내 기업에 진출할 의사가 얼마나 있는지, 가장 선호하는 분야는 어떤 것인지, 국내 업계에 요구사항은 무엇인지 주기적으로 파악하고 교육과정에 반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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