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사진=한국대학신문DB)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사진=한국대학신문DB)

[한국대학신문 김의진 기자] 지난 17일 교육부가 발표한 3주기 대학 기본역량진단 가결과에서 ‘선정대학’으로 지정된 대학과 탈락한 대학의 희비가 교차되고 있다. 학령인구가 급감하면서 재정 압박에 시달리는 대학들에 입학정원 감축 등 정부의 체질 개선 압박 강도는 앞으로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정부 주도의 대학 구조조정 정책이 어느덧 ‘3주기’를 맞이했다. 재정지원을 미끼로 대학의 정원 감축을 유도하겠다는 정책 기조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목적은 사라지고 수단만 남겨진 채 대학들이 표류하고 있다.

본지는 특별기획 ‘대학 구조개혁의 변천’에서 정부 주도의 3주기 대학 구조개혁 평가가 어떻게 진행돼 왔는지 돌아보려 한다. <편집자주>

대학가에서 우려했던 악재가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다. 2010년 이후 ‘학령인구 감소’를 경고하는 통계치가 부쩍 많아졌기 때문이다. 당연하게도 이는 대학가를 연일 흔드는 위협 요인이 됐다. 줄어드는 학생 수에 맞게 입학 정원을 감축하고 부실경영을 일삼는 대학이 있다면 퇴출시키는 강수까지 동원하는 등 정부도 대학 구조개혁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지난 2013년 박근혜 정부는 출범한 지 불과 5개월밖에 되지 않았던 시점에 제3기 대학구조개혁위원회를 출범하고 대학 구조조정 평가 방식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이명박 정부에서부터 추진했던 대학 구조개혁 평가 방안을 새로이 모색하기 시작한 것이다. 앞서 대학 구조개혁을 추진했지만 여야 갈등 등 여러 이유로 성공하지 못했던 지난 정부의 대학 구조개혁 정책 카드를 다시금 꺼내들었다.

정부는 “학령인구가 급격히 감소해 대학 교육의 질 향상에 대한 요구가 많다”며 “대학의 입학정원을 줄여 구조조정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대학의 경우 정원 감축률에 가산점을 부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3기 대학구조개혁위원회는 위원장으로 송용호 전 충남대 총장을 임명했다. 송용호 위원장은 제2기 대학구조개혁위원회 위원장이었던 이영선 전 한림대 총장으로부터 바통을 이어 받게 됐다. 3기 위원들 중 2기부터 위원회 활동을 계속해 온 인물은 이기우 당시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회장뿐이었다. 이 회장을 제외하곤 위원을 모두 교체하면서 새 정부의 대학 구조개혁 방향이 새판짜기에 들어갈 것이라는 점을 예고했다.

물론 그때만 해도 지금처럼 나라 전체가 입학정원 감소를 크게 걱정하던 때는 아니었다. 해마다 고등학교 졸업생을 포함한 수험생들이 안정적으로 대학에 진학하고 있었던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교육부 통계 자료를 보면 당시 대학들의 신입생 충원율은 2010년에 95.7%, 2011년에 97%, 2012년에 96.2% 등 평균 95%대를 웃돌았다.

하지만 2018년부터 당시 대학 입학정원 56만 명보다 고등학교 졸업자 수가 밑돌게 되며 2023년에는 이보다 16만 명가량 부족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대학들에게 경고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특히 이럴 경우 지방대와 전문대가 가장 먼저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예측이 잇따랐다. 2013학년도 대학 신입생 모집 결과를 보면 대학 미충원 인원의 95% 이상은 지방대에서 나왔으며 이 중에 절반 이상은 전문대라는 결과가 이를 증명한다. 학령인구가 줄어들수록 이러한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이 자명했다.

정부는 “향후 10년간 대학 입학 가능 자원이 급격히 줄어들게 되는데 선제적이고 과감한 구조개혁이 시급하다”며 “이를 방치할 경우 지방대와 전문대가 존립 위기에 처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정원 감축의 필요성은 인정한다고 해도 이와는 별개로 대학 구조개혁 정책을 ‘얼마나, 어떻게’ 진행할 것이냐를 두고는 더 고민해야 했다. 산술적으로만 보면 16만 명가량을 줄이기만 하면 됐다. 대학 입학정원과 고등학교 졸업자 수의 편차만큼만 줄이면 된다는 답에 도달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다만 16만 명의 대학 입학정원을 어느 정도의 시기를 두고 몇 차례에 걸쳐 얼마나 줄여야 할지를 결정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문제였다.

정원을 짧은 기간 동안 너무 일찍 줄이게 되면 대학 입학 문이 좁아지게 되는 결과가 나올테고 결국 대학 입시와 관련한 사교육 시장이 과열되는 등 여러 부작용이 속출할 수 있다.

반대로 너무 긴 기간을 두고 느긋하게 정원을 줄이게 된다면 정부와 대학가 모두의 평가 부담과 피로감이 누적된다는 문제가 있다.

또한 수도권 대학과 지방대, 일반대와 전문대 등 지역별·설립유형별 대학들의 합의점을 도출하는 것도 넘어야 할 산이었다. 지방대를 배려하기 위해 이를 우선한 정책 방향으로 설계할 경우 수도권 대학을 중심으로 역차별 논란이 빚어질 수 있다. 반대로 수도권과 지방대를 같은 조건으로 평가하게 되면 지방대로서는 기울어진 운동장이 될 것이 뻔하다.

일반대와 전문대 간 평가에서도 얼마나 두 기관의 차이점을 인정해 평가 지표를 설계하느냐에 따라 유불리가 갈릴 수 있다. 정원 감축 규모도 일반대와 전문대 간 얼마나 차등적인 비율을 도입할지 결정하는 것도 풀어야할 숙제였다.

제3기 대학구조개혁위원회의 위원 구성을 보면 정부가 여러모로 고심을 해왔다는 것을 읽을 수 있다. 당시 위원 구성을 보면 지난 기수보다 지방대 인사의 비율이 대폭 늘었고 전문대를 대표한 위원의 수도 한 명 더 추가됐다. 

제3기 대학구조개혁위원회를 중심으로 정부는 매월 1회씩 정기회의를 열고 대학 구조개혁 평가와 관련한 실무논의를 이어갔다.

여러 의견들이 모아진 이듬해 1월 28일 정부는 ‘대학 구조개혁 평가 추진계획’을 발표하게 된다. 기본계획에 따라 2022년까지 9년간 3주기에 걸쳐 대학 입학정원을 16만 명 감축하겠다고 했다. 1주기(2014~2016년)에 4만 명, 2주기(2017~2019년)에 5만 명을 줄인다. 3주기(2020~2022년)에는 7만 명을 감축하는 게 목표다.

전국에 있는 대학들을 대상으로 3년마다 평가를 실시해 5개 등급으로 나누고 ‘최우수’ 등급을 제외한 모든 대학의 정원을 차등 감축한다는 것이 골자다. 2차례 연속으로 최하위 등급을 받은 대학은 무조건 퇴출하겠다고도 했다.

1~3주기에 걸친 정부 주도의 대학 구조개혁안의 역사는 이렇게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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