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규 중앙대 총장

박상규 중앙대 총장
박상규 중앙대 총장

기후변화는 현 인류의 미래를 가장 크게 위협하는 문제다. 과학자들은 “지구가 기후 위기에 처해 있음을 선언한다”면서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우리들의 삶의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입을 모아 경고한다. 

18세기 후반 시작된 산업혁명은 급속한 경제적 발전을 인류에게 가져다줬지만 환경오염도 불러왔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코로나19 팬데믹의 원인 중 하나가 기후 변화와 생태계 파괴 등으로 인간과 야생동물의 접촉이 늘어났기 때문이란 분석도 있다. 

지구의 평균 온도는 한 세기 만에 0.6°C에서 0.7°C 상승하며 지구 온난화를 피부로 느낄 수 있게 만들었다. 1°C도 안되는 변화라고 간과할 수 있지만 긴 시간 동안 지구 전역에서 측정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치다. 그보다 앞선 1750년대 산업혁명 시기와 비교하면 지구의 온도는 이미 1°C 이상 높아졌다. 

기후변화가 가져오는 피해는 막중하다. 이상 기후로 식량 생산과 물 공급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는가 하면 해수면이 상승해 홍수 발생 위험을 크게 높이기도 한다. 생물 다양성이 붕괴되고 빈곤층의 취약성이 증가하는 등 지구를 구성하는 다양한 주체들이 문제를 겪고 있다. 

본래 기후변화에 의한 피해는 사회기반시설을 잘 갖추지 못한 개발도상국이나 가난한 나라, 자연환경 상 피해가 불가피한 저지대 등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 더는 선진국도 기후변화 문제로부터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것을 잘 나타내는 사례들이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지난 7월 서유럽에 ‘1000년만의 대홍수’를 불러온 기록적인 폭우, 캐나다·미국 등을 덮친 살인적인 폭염과 미국 서부를 덮친 대형 산불 등이 존재하며 최근에는 올림픽을 개최한 이웃 나라 일본의 북부 지역이 8월 7일 33.7도에서 8월 12일 3.4도로 30도 이상의 기온 차를 보이며 128년 만에 최저 기온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러한 사례들을 볼 때 기후변화는 전 세계를 위협하는 생존 문제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국가 단위를 넘어서는 전 세계 차원의 기후변화 대응 움직임은 이미 시작됐다. 2015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엔(UN) 기후변화 회의에 모인 200여 개 국가는 지구 평균기온 상승 폭이 산업혁명 전과 비교했을 때 1.5°C가 넘지 않도록 힘을 모으자는 파리협정을 맺었다. 2°C 억제 목표를 공식 채택한 2010년 칸쿤 합의 이후 5년 만에 기후 저지선이라 일컬어지는 기온 상승폭 한계선을 0.5°C 더 낮추기로 뜻을 모은 것이다. 

우리나라도 지구 온난화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2030년까지 전망치 대비 온실가스를 24.4% 감축하는 목표를 세운 데 더해 2050년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량을 0으로 만드는 탄소 중립을 선언한 상태다. 무공해차, 재생에너지, 폐기물 관리 강화 등을 중심축으로 하는 온실가스 감축 시나리오도 발표했다. 

기업과 정치권도 다들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미 환경(Environmental)을 필두로 사회(Social)와 지배구조(Governance)를 통합적으로 고려해 투자한다는 개념의 ESG 경영이 기업들의 화두가 된 지 오래다. 또한 최근 국회 상임위를 통과한 기후위기 대응법안도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하지만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여전히 기후변화 문제 해결은 쉽지 않은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구 온난화 문제를 해결할 ‘역사적 전환점’으로 불리는 파리협정이 맺어진 지 5년 넘게 시간이 흘렀지만 인식 개선이나 실천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주로 거리에서만 찾아볼 수 있던 쓰레기 더미를 이제는 강가나 해안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환경보전과 경제성장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작은 행동의 실천부터 실마리를 찾아야 할 것이며 이를 위한 해결책의 초석은 바로 ‘교육’에 있다. 

국제연합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는 인류가 기후변화에 적응하고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교육의 역할’이라고 강조한다. 교육은 기술과 역량을 제공하는 데 더해 개개인의 가치와 태도, 행동의 변화를 끌어냄으로써 지속 가능한 세계를 만드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가 지난해를 기점으로 공립학교에 기후변화 교육을 의무화한 것, 미국의 여러 주에서 환경교육을 의무적으로 실시하는 것 등은 기후변화 문제 해결에 필수 불가결한 교육의 중요성을 인지했기 때문일 것이다. 

대학도 지구적인 난제인 기후문제 해결을 위해 즉각적이고 담대한 기후행동을 요구받고 있다. 이제는 대학도 이러한 사회적 요구에 부응해 지구적 기후문제 해결과 지속가능한 사회로의 전환을 위해 앞장서야 한다. 관련 연구를 통해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온실가스 감축 등 기후행동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기후환경 및 지속가능한 발전 내용을 교육과정에 반영하고 대학과 지역사회 간 협력 프로그램도 늘려가야 한다. 

중앙대는 탄소중립 산업 선도에 일익을 담당해야 한다는 시대적 사명을 고려해 총장이 위원장으로 참여하는 탄소중립 ESG 공유 포럼을 최근 발족했다. 전·현직 전문가들이 모여 ESG 활동과 기업가치 증대의 상관관계, 탄소중립 영향력 분석 등에 관해 의견을 나누고 탄소중립 조기 실현을 위한 이행체계 확산을 도울 청정 오픈 플랫폼 마련에 매진할 계획이다. 

또한 AI와 차세대 반도체, 차량, 로봇, 첨단소재 등 다양한 신성장 산업의 인력 수요에 대응하며 기후변화를 이겨낼 수 있는 역량 개발에도 몰두하는 중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주관하는 ‘지능형 에너지산업 융합대학원’에 선정돼 ESG 관련 에너지신산업·사회로의 변화를 선도할 에너지신산업 고급인재를 양성하는 것에 더해 탄소중립을 위한 ESG 기반 지속가능한 스마트에너지시티 구축도 진행 중이다. 

이처럼 기후변화를 막아야 하는 시대적 사명은 대학에도 피할 수 없는 과제가 됐다. 앞으로는 대학도 기후변화 교육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기후변화는 전 세계의 문제이며 현재 지구에서 살아가는 구성원 모두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본지가 창간 32주년을 맞아 희망 대한민국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코로나19, 학령인구 감소 등 어려움에 직면한 대학들을 격려하고, 희망의 메시지로 내일을 향해 나아가자는 취지에서입니다. 캠페인은 참여한 대학 관계자 및 저명인사들이 다음 주자를 지목하는 방식으로 진행합니다. <편집자주>

다음 기고자는 이해우 동아대 총장입니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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