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지난 7월 '교원양성체제 발전방안'에서 중등교사 양성 규모 축소
교총 등 현장 교사들 "정규 교원 확충해야" 한 목소리
전문가들 "신산업 분야에서 외부 전문가 활용해야"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2월 '고교학점제 종합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교육부)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2월 '고교학점제 종합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교육부)

[한국대학신문 장혜승 기자] 현재 중학교 2학년이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2023학년도부터 단계적으로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면서 교원 수급 문제를 두고 논란이 뜨겁다. 교육계에서는 정규직 교원 확충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교원자격증이 없는 학교밖 전문가를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년 앞당겨진 고교학점제, 교원 수급은 난망 = 2025학년도 고등학교 1학년부터 전면 도입되는 것으로 알려졌던 고교학점제가 2023년 고1부터 단계적으로 적용된다는 교육부의 발표가 지난달 나오면서 당장 교원 수급 문제가 불거졌다.

현장 교사들은 학생마다 적성과 진로에 따라 듣고 싶은 과목이 다양할 텐데 담당 교원을 충족할 수 있냐는 문제를 제기한다. 지난 2월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이 전국 고교 교원 239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고교학점제 인식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고교학점제 도입 시 학생 맞춤형 교육과정을 편성하는데 어려운 점에 대해 가장 많은 67.2%가 ‘다양한 과목 개설을 위한 충분한 교사 수급 불가’를 꼽았다. 다음으로 ‘과도한 다과목 지도 교사 발생’(47.6%), ‘학생 수요 변화에 따른 예측 어려움’(36.5%) 순으로 나타났다.

정작 교육부는 교원 양성을 지금보다 줄이는 모양새다. 지난 7월 중등교사의 양성 규모를 줄이고 교사 배출을 기관별로 특성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교원양성체제 발전방안 시안’을 발표했다. 시안에 따르면 앞으로 일반학과에서 교직이수 과정을 밟거나 교육대학원을 졸업해 교사 자격증을 취득할 수 없게 된다. 학령인구 감소에 맞춰 사범대학 등에서 과잉 배출되는 중등 교원을 줄이는 것이 시안의 핵심이다. 

대신 교육부는 AI 같은 교사들이 가르칠 수 없는 신산업 분야의 과목을 맡을 박사급 전문가들을 기간제 교사로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교육부는 기간제 교사 채용 자격을 박사학위 소지자로 2년 이상의 교육경력이 있거나 특정 분야 전문가, 교육감이 정하는 자격 기준에 해당하는 자로 엄격히 제한했다.

■교원단체들 “정규 교원 확충해야” = 교총과 전교조는 한 목소리로 전문성이 담보되지 않는 전문가 활용 대신 정규 교원 증원을 주장한다. 

김형배 전교조 정책기획국장은 정규 교원의 전문성을 외부 전문가가 따라잡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 국장은 9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교원자격증이 없는 외부 전문가들이 단독으로 수업을 하고 학생들 평가를 하는 것이 과연 지금까지 교원양성과정을 통해 교사들이 해왔던 교육과 같은 수준의 교육을 제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교사들의 평균 시수가 18시간인데 하루에 보통 3~4시간 수업을 하는 꼴이다. 남는 시간에 그 수업 못지않게 수업준비를 하고 생활지도와 행정업무 처리하면 하루가 다 지나는데 교육의 질을 유지하려면 교원 증원밖에 답이 없다”고 덧붙였다.

조성철 교총 대변인도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조 대변인은 “지금도 산학겸임교사 제도를 통해 외부전문가가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기존 제도를 활용하면 되지 굳이 외부전문가를 영입해 단독으로 수업을 할 수 있도록 못박는 방안은 교원양성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조 대변인은 “한국교육개발원은 ‘고교학점제 도입에 따른 교원수급 관련 쟁점’ 보고서에서 고교학점제의 이상적 정착을 위해 8만 8106명의 교사가 더 필요하다고 봤다. 정규교원 확충에 대해선 어떤 방안도 내놓지 않고 외부전문가 확충부터 얘기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말했다.

■전문가 “학령인구 감소 상황에서 정규 교원 확충 현실적으로 어려워” = 교육계 전문가들은 학령인구 감소 상황과 재정적 한계를 고려할 때 정규 교원 확충 대신 학교밖 전문가를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현실적 방안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육비가 한없이 늘어날 순 없다”며 “교사 수가 늘어나면 나중에 경제가 악화됐을 때 교사 급여가 낮아질 수도 있다. 교육부 예산 중 인건비 비율이 70%인데 비중은 높은데 돈이 없으면 월급을 지금처럼 줄 수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장기적으로 대학처럼 고등학교도 기간제 교사 비중이 높아지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박 교수는 “대학이 학점제로 하기 때문에 대학 교수의 절반은 강사”라며 “학점제를 시행하면서 교원을 100% 정규직으로만 채울 순 없다. 학교밖 전문가들을 활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성천 한국교원대 교육정책학과 교수도 같은 맥락의 의견을 제시했다. 김 교수는 “학교가 교원을 구하기 어렵다고 하면 교육청에서 나서서 교원을 배치해줘야 한다. 기간제 교사나 강사라도 구해서 현장에 공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부 교수도 “사회가 갈수록 복잡해지는 현실에서 그럴 때마다 사람을 뽑기 힘들다. 학교밖 전문가를 기간제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보탰다.

■“학생 수 기준의 교원수급 벗어나야… 과도한 시수 이상 수업하면 수당 지급할 필요” = 학생 수와 교원 수를 중심으로 논의된 기존의 교원수급 개념을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허주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은 ‘고교학점제 도입에 따른 교원수급 관련 쟁점’ 보고서에서 “정해진 또는 예측 가능한 학생 수를 중심으로 논의된 교원수급에서 탈피해 학생이 원하는 과목 중심으로 교원 수급 정책을 다시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허 위원은 “그동안 같은 교육과정 안에서 A학교와 B학교에 국어와 체육 교사가 동일하게 배치됐다면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면 A학교는 국어 교사가 더 필요해질 수도 있고 B학교는 체육 교사가 더 필요해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성천 교수도 동의했다. 김 교수는 “교육과정 중심으로 교원수급 정책을 다시 짜야 한다”며 “기존에는 학급을 기준으로 교사를 배치했는데 고교학점제는 그런 기준이 작동이 안되는 상황이다”고 언급했다. 이어 “고교학점제를 그동안 개별 학교 측에만 맡겨 놓으니 현장에서 부담이 큰 상황이었다. 교육청 차원에서 학생들이 원하는 과목의 교사를 발굴하거나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시수가 많은 교사에 대한 보상 체계도 필요하다는 점도 대안으로 제시됐다. 김 교수는 “대학 교수들은 기본 학점을 초과해 수업을 하게 되면 수당이 지급되는데 교사는 그렇지 않다”며 “아무리 복수전공을 활성화하자고 해도 과도한 수업 부담이 있는 상황에서 쉽지 않다. 기준 시수를 초과해 수업하게 되면 수당을 지급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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