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지방선거 D-8. 그러나 어느 대학을 둘러봐도 지방선거에 대한 분위기는 느낄 수 없었다. 학생들도 지방선거는 안중에도 없는 듯했다. 투표 참여를 호소하며 올바른 선거문화를외치던 지난해 대통령 선거와 95년 지방선거 때와는 너무 다른 모습이었다. 선거 불감증 시대를 살고 있는 대학생들. 이들은 이번 지방선거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지방선거를 눈앞에 둔 대학가 반응을 살펴보았다.

지난달 27일 오후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모 정당 국회의원들로 구성된 서울시장 후보 지 원단이 젊은 층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었다. 하지만 반응은 냉담했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스타' 국회의원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귀 기울이는 젊은 유권자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심지어 유세 방송 연설이 시끄럽다는 듯 귀를 막는 학생도 있었다.

성균관대 정문 앞에서 한 종로구청장 후보의 자원봉사를 자청, 지지를 호소하고 있던 연세대 임용철군도 이번 선거에 관심을 갖고 있는 학생은 거의 없다고 푸념했다. 오히려 지지 를 호소하면 할수록 학생들이 더 외면하는 것 같아 말을 건네는 것조차 쑥스럽다고 말했 다.

총동문회장 출신이자 학과 선배가 충북 도지사 후보로 출마한 성균관대 행정학과. 이 학 과 학생들은 이에 개의치 않는다는 반응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자원봉사자로 나선 학생들 도 4~5명에 불과했다.

부산대 철학과 교수로 재직 중 부산시장 후보로 출마한 모 후보의 경우도 그를 위해 자원 봉사자로 활동하는 제자들의 수는 10명 안팎이라는 게 학생들의 얘기다.

부산대 윤용조군(철학3)은 "학과 교수가 부산시장 후보로 출마한 사실을 알고는 있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각 대학에 붙어 있는 대자보나 현수막에서도 지방선거에 대한 언급은 찾아볼 수 없었다. 최근 서울대 도서관의 로비에는 1백여장의 대자보로 빈틈이 없었다. 그러나 놀랍게도 지방 선거 관련 대자보는 단 한 장도 찾아볼 수 없었다. 경제난 극복과 민주노총 총파업 정당성 을 비롯, 한총련 논쟁 등이 대신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선거에 대한 무관심이 극에 달하 고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다른 대학도 상황은 마찬가지. 연세대 도서관과 학생회관에도 지방선거 관련 대자보는 찾 아볼 수 없었다.

서울대 이모군(서어서문4)은 "이번 선거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도는 10%도 채 안돼는 느 낌"이라며 "20~30대 젊은 유권자가 후보의 당락을 결정하는 시대는 이미 지난 것 같다"고말했다.

많은 학생들은 투표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당리당략에 빠진 정치인 들을 보면 신물이 날 정도라고 비난했다. 위기에 빠진 경제를 등한시한 채 자신들의 이익만 을 챙기려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부 학생들은 투표권을 포기한 채 삼삼오오 짝을 지어 여행을 계획하기도 했다. 연세대 하모양(경영4)은 "선거 당일 학과 친구들과 에버랜드로 놀러 갈 계획"이라며 "그 사람이 그 사람인데 투표해서 뭣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화여대 유지미양(영문4)은 "솔직히 지방선거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지 않다"며 "친구들중 투표를 하겠다는 학생은 10명 중 3~4명 정도"라고 말했다.

김달중 연세대 행정대학원장(정치외교학)은 "지방선거에 대한 학생들의 무관심은 부패한 정치 현실의 심각성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라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경제위기가 지속되고 있어 이번 선거에 대한 대학생들의 투표율은 사상 최저 수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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