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오후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모 정당 국회의원들로 구성된 서울시장 후보 지 원단이 젊은 층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었다. 하지만 반응은 냉담했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스타' 국회의원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귀 기울이는 젊은 유권자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심지어 유세 방송 연설이 시끄럽다는 듯 귀를 막는 학생도 있었다.
성균관대 정문 앞에서 한 종로구청장 후보의 자원봉사를 자청, 지지를 호소하고 있던 연세대 임용철군도 이번 선거에 관심을 갖고 있는 학생은 거의 없다고 푸념했다. 오히려 지지 를 호소하면 할수록 학생들이 더 외면하는 것 같아 말을 건네는 것조차 쑥스럽다고 말했 다.
총동문회장 출신이자 학과 선배가 충북 도지사 후보로 출마한 성균관대 행정학과. 이 학 과 학생들은 이에 개의치 않는다는 반응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자원봉사자로 나선 학생들 도 4~5명에 불과했다.
부산대 철학과 교수로 재직 중 부산시장 후보로 출마한 모 후보의 경우도 그를 위해 자원 봉사자로 활동하는 제자들의 수는 10명 안팎이라는 게 학생들의 얘기다.
부산대 윤용조군(철학3)은 "학과 교수가 부산시장 후보로 출마한 사실을 알고는 있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각 대학에 붙어 있는 대자보나 현수막에서도 지방선거에 대한 언급은 찾아볼 수 없었다. 최근 서울대 도서관의 로비에는 1백여장의 대자보로 빈틈이 없었다. 그러나 놀랍게도 지방 선거 관련 대자보는 단 한 장도 찾아볼 수 없었다. 경제난 극복과 민주노총 총파업 정당성 을 비롯, 한총련 논쟁 등이 대신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선거에 대한 무관심이 극에 달하 고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다른 대학도 상황은 마찬가지. 연세대 도서관과 학생회관에도 지방선거 관련 대자보는 찾 아볼 수 없었다.
서울대 이모군(서어서문4)은 "이번 선거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도는 10%도 채 안돼는 느 낌"이라며 "20~30대 젊은 유권자가 후보의 당락을 결정하는 시대는 이미 지난 것 같다"고말했다.
많은 학생들은 투표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당리당략에 빠진 정치인 들을 보면 신물이 날 정도라고 비난했다. 위기에 빠진 경제를 등한시한 채 자신들의 이익만 을 챙기려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부 학생들은 투표권을 포기한 채 삼삼오오 짝을 지어 여행을 계획하기도 했다. 연세대 하모양(경영4)은 "선거 당일 학과 친구들과 에버랜드로 놀러 갈 계획"이라며 "그 사람이 그 사람인데 투표해서 뭣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화여대 유지미양(영문4)은 "솔직히 지방선거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지 않다"며 "친구들중 투표를 하겠다는 학생은 10명 중 3~4명 정도"라고 말했다.
김달중 연세대 행정대학원장(정치외교학)은 "지방선거에 대한 학생들의 무관심은 부패한 정치 현실의 심각성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라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경제위기가 지속되고 있어 이번 선거에 대한 대학생들의 투표율은 사상 최저 수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