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희망키움통장’은 만 15~39세, ‘청년우대형 청약통장’은 만 19~34세…
법령별 정책 제도마다 나이 규정 달라, 금융지원 등 혜택 상대적 박탈감 키워
전문가 “정책별 수혜 대상 융통성 있게 넓히고 30대 이상 청년 대상 정책 확대해야”

[한국대학신문 장혜승 기자] “만 35세 이상이니까 어차피 안될 거라고 생각해서 찾아보지도 않는다.”

직장인 A씨(35)는 지난해 출시 전부터 가입 가능 여부 조회에만 200만 명(중복 포함)이 몰리는 등 상당한 호응을 이끌어낸 청년희망적금 대상자에 해당되지 않는다. 어차피 수혜 대상이 아닐 거라고 생각해서 아예 청년 정책을 찾아볼 생각도 안하다 보니 해당되는 정책도 신청을 놓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청년층을 위한 지원 대책이 잇따라 쏟아지고 있지만 ‘청년’ 연령 상한이 제도별로 기준이 각각이어서 정작 수혜자인 청년들이 혼선을 겪고 있다. 제도마다 청년의 기준이 다른 이유는 법령별로 청년의 기준이 제각각이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청년들은 법령별로 청년 기준이 다르다 보니 혼란스러울 뿐만 아니라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고 호소한다. 국회에서는 최근 늦어지고 있는 사회진출 나이를 감안해 청년 기준연령을 상향하는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연령 상향보다는 정책별로 수혜를 받을 수 있는 나이를 융통성 있게 적용하고 특히 각종 정책에서 배제되기 쉬운 30대 이상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정책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청년 지원책은 쏟아지는데 나이는 고무줄 = 청년에게는 많은 혜택이 주어지지만 청년 관련 정책 제도마다 나이 규정이 제각각이다.

지난해부터 쏟아지고 있는 금융지원책만 봐도 청년을 대상으로 한 정책이 많다. 대표적으로 청년희망적금이 있다. 만 19세 이상 만 34세 이하 대상자들은 청년들의 자산 형성을 위해 시중 금리 이자 외에 최대 36만 원의 저축장려금을 추가로 받는다. 10만 원씩 3년 동안 저축하면 최대 1440만 원을 수령할 수 있는 청년내일저축계좌도 있다. 가입 대상은 만 19~34세의 근로·사업소득이 있는 수급자·차상위가구 및 가구중위소득 100%이하의 청년이다. 단 수급자와 차상위자의 경우 만 15~39세까지를 청년으로 본다. 납입액의 40%까지 소득공제를 받으며 원금과 투자수익을 함께 가져갈 수 있는 청년형 소득공제 장기펀드도 있다. 청년형 소득공제 장기펀드도 청년을 만19세~34세로 규정한다. 

같은 ‘청년통장’이라고 해도 ‘청년희망키움통장’은 만 15~39세, ‘청년우대형 청약통장’은 만 19~34세를 대상으로 한다. 서울시의 희망두배 청년통장은 만 34세까지 신청할 수 있지만 청년사업가 재기 프로그램은 만 39세까지 신청할 수 있다.

제도마다 청년의 기준이 제각각인 이유는 법령별로 청년의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청년정책 관련 최초의 종합법률은 지난 2020년 8월 탄생한 ‘청년기본법’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이에 의거해 청년을 만 19세 이상 만 34세 이하로 정의한다. 그러나 청년고용촉진특별법의 경우 다소 복잡하다. 기본적으로 청년의 나이를 15세 이상부터 29세 이하로 보지만, 지방공기업이 채용에 나설 때는 그 범위가 34세까지 늘어난다.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에 의하면 청년은 만 39세까지로 훌쩍 올라간다. 현행법상 청년기본법 외 타 법령 및 조례에서 청년에 관한 기준을 달리 정해도 그에 따를 수 있다.

지자체와 정부에서 내놓는 청년정책들마다 청년 기준이 달라 청년들이 혼선을 빚는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미지=서울시)
지자체와 정부에서 내놓는 청년정책들마다 청년 기준이 달라 청년들이 혼선을 빚는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미지=서울시)

청년들 “누군 되고 누군 안 되고…상대적 박탈감” = 정책 수혜 대상자인 청년들은 혼란스럽다는 입장이다.

서울에 거주하는 이지욱 씨(29)는 “청년이라고 규정하는 나이가 여러 정책마다 다양하게 걸쳐 있다 보니 혼란스럽다”며 “30대 중반 이상인 지인들이 많은데 (정책을) 찾아보면 해당이 되는데 만 34세 이상이면 안되는 경우가 많으니까 처음부터 안 찾아보게 된다”고 지적했다. 수혜 대상인데도 처음부터 정책을 찾아보려는 시도를 안하게 돼 혜택을 놓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한다는 주장이다.

인천에 거주하는 전승환 씨(25)는 상대적 박탈감을 유발한다고 꼬집었다. 전 씨는 “정책마다 기준이 되는 나이가 다르다 보니 청년들에게 혼선을 주고 청년들 사이의 불필요한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누구는 혜택을 받고 누구는 못 받는다고 하면 상대적 박탈감을 조장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서울에 거주하는 백모 씨(23)도 “제가 혼선을 겪은 바는 없지만 지인들 중에 혼란스러워하는 지인이 많다”고 거들었다. 또 “가뜩이나 사회초년생들에게 일괄적이지 않은 나이 기준으로 정책을 집행한다면 당사자 입장에서는 많이 혼란스러울 것 같다”고 말했다.

나이 설정의 기준이 합리적인지 의구심을 제기하는 의견도 있었다. 서울에 거주하는 우모 씨(27)는 “서울시 청년 정책을 소개하는 청년몽땅정보통이라는 사이트에 항상 접속해 새 지원정책이 있나 확인해보다가 청년 대중교통비 지원사업이 있길래 당연히 신청하려 했는데 나이제한이 만 24세 제한이라 당황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만 24세면 남자 대학생은 졸업하기 전인 경우도 꽤 많을 텐데 왜 이렇게 연령구간을 설정했는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청년 단체에서 활동 중인 이주원 씨(25)도 “제 나이쯤 되면 교통비는 알아서 마련하라는 뜻인 것 같다”고 허탈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지자체의 행정상황이나 여력에 따라 나이별로 제한하는 건데 청년 당사자들한테는 첫 번째로 굉장히 혼란스럽고 수혜를 정작 받아야 하는 대상자들이 소외되는 경우가 많다”고 짚었다. 또 “행정기관에서 청년정책을 할 때 단편적으로 연령 기준보다는 필요한 사람들이 도움받을 수 있도록 소득수준이나 가계 상황을 면밀히 분석해서 지원을 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문가 “사업별 특성 고려해 융통성 있게 나이 기준 적용해야” = 전문가들은 사업별 특성을 고려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나이 기준을 유연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전경숙 평택대 아동청소년복지학과 교수는 “청년의 나이를 일괄적으로 통일하긴 어렵다”며 “현재 청년기본법에 정의된 연령은 그대로 두되 각각의 정책이나 사업별로 융통성있게 조절하는 게 맞지 않나 싶다. 예를 들어 주거 정책의 경우 결혼이 늦어지니까 법에서 정한 만 34세가 아니라 만 39세로 하고 중소기업 정책은 그대로 34세로 한다든가 사업별로 성격에 맞게 융통성 있는 적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회에서 청년 연령 상한을 39세까지 끌어올려 통일하자는 내용의 청년기본법 개정안 등 6개의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하는 등 청년 연령을 상한 조정하자는 일각의 움직임에 대해서는 “청년기본법이 제정된 지도 얼마 안됐는데 또 개정해 연령을 올리면 대상자가 확대됨에 따라 예산상 어려움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용교 광주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도 “아동이나 노인과 달리 청소년이나 청년은 나이를 통일하기가 어려운 특성이 있다”며 “나라마다 공교육 기간이 다르기 때문에 동남아는 청소년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취업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한국은 대학 졸업 후 취업한다. 그렇기 때문에 청년의 기준이 국가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만약 정책의 지향점이 청년의 진로지원이라면 34세가 적절하겠지만 청년들의 창업이나 금융지원은 조금 더 대상을 넓혀줘도 괜찮다. 대상을 비교적 좁게 잡아야 될 경우에는 34세로 하고 넓게 잡아도 되면 39세로 하는 식의 융통성을 발휘하는 것이 현실적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대부분의 청년 정책에서 배제된 30대 이상 청년에 대한 폭넓은 지원 필요성도 제기됐다. 전경숙 교수는 ‘청년기본법 제정의 의의와 청년정책의 방향성 고찰’ 보고서에서 “취업을 희망하는 30대 이상의 청년들은 공기업은 말할 것도 없고 일반기업에 취업하기란 매우 어려운 현실”이라며 “미취업 상태가 장기화된 30대 이상 청년층은 취업 실패의 악순환이 반복되는 현실인 데 반해, 현행 정부의 청년지원 정책은 주로 사회초년생 지원에 맞춰져 있으므로 30대 이상 청년층까지 정책대상을 확대하거나 이들에 대한 신규정책 개발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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