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PS 개발 등 새로운 언어 교육 선도적 역할 ‘톡톡’…실용적·종합적 교육 시스템 갖춰
“언어는 곧 소통”…대학생만을 위한 교육기관에서 벗어나 새로운 흐름 선도 주목
코로나19 장기화, ‘K-컬쳐’ 열풍에 한글 세계화로 한국어 교육에 관심 높아져
학습용 데이터베이스 구축도 필요, “언어 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 제시할 시점”

이호영 서울대 언어교육원장
이호영 서울대 언어교육원장

[한국대학신문 김한울 기자] 서울대학교 언어교육원은 1963년 서울대학교 어학연구소라는 이름으로 언어 교육과 함께 연구에도 힘을 쏟겠다는 대학의 의지에서 탄생했다. 이후 2001년 언어교육원이라는 현재의 이름을 가지면서 지금까지 많은 교육생을 배출해내며 대학 내 언어 교육에 앞장서고 있다. 특히 공인어학시험인 TEPS(Test of English Proficiency developed by Seoul National University)는 서울대 언어교육원에서 개발했으며 직접 문항을 출제하고 있는 시험으로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사람을 대상을 영어 숙련도를 평가하는 척도로 자리 잡았다.

서울대 언어교육원 산하인 한국어교육센터의 경우 한국문화에 대한 외국인의 관심이 급증하며 연수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교육생의 수가 꾸준히 증가해왔다. 2010년 한국어교육센터에서 운영하던 프로그램을 수강한 교육생은 1503명에서 2021년 3373명까지 2배 이상 증가했다. 2020년 2279명과 비교하면 67% 증가라는 수치를 보여줬다.

이런 과정에서 이호영 서울대 언어교육원장은 재학생들만을 위한 교육기관에서 벗어나 한국어와 외국어 교육에 있어 시대의 변화를 예측하고 이끌기 위해 30년 가까이 관련 분야에서 끊임없는 노력을 이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호영 원장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에서 정부의 지원을 받아 추진하고 있는 ‘인공지능 학습용 데이터베이스 구축사업’에도 참여하며 새로운 방식의 언어 교육 준비에 나서고 있다. 이처럼 언어 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자 하는 그를 지난 13일 서울대 언어교육원에서 만났다. 

- 서울대 언어교육원에 대해 간략한 소개 부탁드린다.
“서울대 언어교육원은 항상 사람들이 요구하는 언어 교육을 시행하고 이를 뛰어넘는 새로운 언어 교육을 선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 일례로 영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영어 숙달도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는 사회적 요구에 독자적인 공인어학시험인 TEPS를 만들었으며, 오래된 역사와 걸맞은 적합한 교육 프로그램 운영으로 대학 내 언어교육원 중 가장 많은 응시생이 서울대를 찾고 있다. 이외에도 산하기관인 △한국어교육센터 △외국어교육센터 △언어능력측정센터 △언어교육연구센터 △언어클리닉 등을 운영하면서 언어 능력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돕고 있다. 실용적·종합적 교육 시스템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으며, 대학 내 언어교육원 중 가장 우수한 성과를 보여주고 있는 기관이라고 할 수 있다.”

TEPS와 TOEIC의 총점 분포도. 전체적으로 TEPS가 총점 분포가 고르게 나타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 제공=서울대 언어교육원)
TEPS와 TOEIC의 총점 분포도. 전체적으로 TEPS가 총점 분포가 고르게 나타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 제공=서울대 언어교육원)

- TEPS만의 특징이 있다면.
“TEPS는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 TOEIC과는 다르게 총점 분포가 고르게 나타나고 있는 것을 들 수 있다. 이는 연세대 산학협력단이 한국교육평가학회와 협력해 진행한 ‘뉴텝스-토익 환산연구’에 잘 드러나 있다. 1415명의 수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해당 연구에서 총점 분포를 살펴보면 TEPS의 경우 하위권에서 중위권 성적이 상승곡선을 그리고 중위권에서 상위권 성적이 하락곡선을 그리는 전형적인 정규 분포에 비슷한 반면, TOEIC의 경우 대부분의 학생들이 높은 점수를 받고 소수의 학생들이 낮은 점수를 받는 부적편포 형태를 보이고 있다. 시험이라 함은 응시생들이 시험을 보는 영역에서 얼마나 알고 있는지를 평가하고 가려내는 것이다. 점수를 높게 받는 것 이상으로 일반적인 시험이라는 명제에 TEPS는 완벽하게 부합한다. 이런 점에서 다른 시험에 비교해 영어에 대한 자신의 실력을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시험이라고 생각한다.”

- 코로나19 확산과 비대면 수업 전환으로 교육과정 운영에 고충이 많았을 것이다. 이로 인한 변화에 대해 설명한다면.
“코로나19 이전에는 교수자들은 현장에서 학생들을 직접 가르쳐야 한다는 인식이 많았다. 하지만 코로나19로 대면 수업이 힘들어지고 비대면 수업이 대세가 된 디지털 대전환 시대를 맞이하면서 대학 교육에 큰 변화가 닥쳤다. 교육원도 이전의 오프라인 대면 교육 시스템에서 벗어나 비대면 수업과 교육을 채택하고 이를 적극 활용하는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또한 한국문화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많이 늘어난 것도 급격한 변화에 원인이 됐다. 소위 ‘K-컬쳐’라고 불리는 한국 전통, 음식, 예술 등에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되면서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서울대 언어교육원에서 운영하는 한국어 교육 프로그램에 이전보다 많은 사람들이 지원했다. 한국 문화가 가지는 소프트파워가 이전보다 많이 커졌음을 실감나게 했다.
이런 변화에 발맞춰 교육원은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 개발에 집중해왔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직접 참여하지 못하는 외국의 학생들에게도 프로그램을 확대 운영하고 있다. 또한 한국어 교육을 대표하는 한국어 정규과정 교재를 초급부터 중급, 고급으로 나눠 개발하고 있다. 총 20명의 연구진이 참여한 한국어 교재 개발은 올해 안에 발간이 예정돼있다. ‘BK21 대학원혁신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서울대 내 외국인 교원 대상으로 온라인 한국어 연수 콘텐츠도 준비했다. 이미 단기과정에서 총 216강좌가 준비됐으며 강좌 제공 대상과 운영 방법, 플랫폼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서울대 언어교육원 현판 (사진=김한울 기자)
서울대 언어교육원 현판 (사진=김한울 기자)

- 언어 교육의 키워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언어는 곧 소통이다. 가르치는 교수와 교육받은 학생들과의 소통은 언어 교육의 핵심 키워드다. 이런 소통을 기반으로 언어 교육은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들이 현장에서 무리 없이 소화가 가능하도록 다양한 교육방법을 구상하고 이를 선제적으로 적용해야 한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생각지도 못한 온라인 교육이 활성화되면서 지금까지 이뤄졌던 소통이 흔들리며 자연스레 온라인 수업에 대한 불신도 생겨났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대학은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 개발에 더욱 나서야 하고 개발 중 학생들이 실제로 수업을 통해 효과를 얻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체계적인 시스템 마련에 나서야 한다.”

- 한국어 교육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 점은 고무적이겠으나 아쉬움도 들 텐데.
“가장 큰 문제는 한국어를 가르치는 교원들에 대한 처우가 너무 미흡하다는 점이다. 현재 한국어 교사 자격증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어 교육은 교육부에서 담당하고 있다. 이러한 이원적인 운영으로 한국어 교원들은 정부에서 정식으로 발급한 한국어 교원 자격증을 갖고 있음에도 정식 교원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더불어 현행법상 대학 내 정규과목을 가르치는 교원이 아니기 때문에 이들은 대학 내 교수나 강사의 자격을 갖지 못한다. 실제로 교육원 내부의 한국어 교원들은 교수나 강사로 인정받지 못해 대학 내 행정직원 소속으로 업무에 임하고 있다. 이에 대한 제도 정비나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더불어 외국인에게 받을 수 있는 수업료에 한계가 있어 급여로 줄 수 있는 기본적인 양이 매우 적다는 것도 아쉬운 점 중 하나다.
또한 한국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전보다 많은 수강생이 몰리고 있는데, 교원 수급과 함께 교육 공간 확보가 힘들어진 점도 들 수 있다. 서울대 언어교육원만 해도 국내에서 적잖은 교육 공간을 확보하고 있음에도 한계가 있어 수강생을 다 받지 못하고 학생 수를 제한해 선발할 정도다.”

이호영 원장(왼쪽)이 NHN에듀와 에듀테크 기반 언어 교육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식을 지난 14일 체결했다. (사진=NHN에듀 제공)
이호영 원장(왼쪽)이 NHN에듀와 에듀테크 기반 언어 교육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식을 지난 14일 체결했다. (사진=NHN에듀 제공)

- 앞으로의 언어 교육에서 필요한 것은.
“언어는 대학 교육뿐만 아니라 모든 교육의 핵심이다. 남들과 소통하기 위해 방법은 다를 수 있어도 언어라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는 서로의 의견을 주고받기 힘들다. 그러기에 언어 교육은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인공지능(AI)과 가상현실, 증강현실 등 메타버스를 적극 활용해 미래교육에 대비해야 한다. 교육원은 내년 2월부터 교육 과정에 NHN에듀에서 만든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해 메타버스 교육을 도입할 계획을 갖고 있다. 아직은 메타버스 교육이 사람들에게 잘 와닿지 않은 ‘실감나지 않은’ 교육으로 남아있는 것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앞서 말한 코로나19로 인해 촉발된 비대면 수업의 폭발적 증가에 발맞춰 언어 교육이 다시 한번 혁신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새로운 온라인 플랫폼을 받아들이고 변화를 주도해야 한다. 한국어 교육의 경우 앞서 언급한 사회적 관심의 증가로 인한 교육공간 부족이라는 한계를 메타버스 교육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영어를 비롯해 제2외국어, 제3외국어 교육은 메타버스를 통해 실감나고 현장성이 높은 교육을 이어갈 수 있다고 본다. 과기정통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에서 정부의 지원을 받아 추진하고 있는 ‘인공지능 학습용 데이터베이스 구축사업’에 뛰어든 이유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를 활용해 지금까지 쌓아온 언어 교육의 데이터를 인공지능을 활용해 학습용 데이터베이스를 구축, 학생 개개인에게 맞춤형 교육을 실현할 수 있고 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이를 위해 정부는 어떤 지원을 해야 하나.
“그동안 언어 교육이 국가적 차원에서 주도가 이뤄졌던 것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제는 다양성을 보장하고 활용 방안이 무궁무진한 민·학 주도의 언어 교육으로 전환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국가나 정부가 나서는 만큼 추진력은 좋을 수 있으나 다양성을 보장받기 힘든 이전의 방식을 탈피해야 한다. 현재의 언어 교육은 기회를 붙잡고 발전을 꾸준히 이어갈 지, 아니면 주어진 기회를 잡지 못하고 현상 유지에 그칠 지의 갈림길에 서있다. 정부는 이를 위한 인프라 제공과 제도 구성에 앞장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 이호영 원장은…
영국 런던대학교 대학원 음성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부경대 국문과 교수를 거쳐 서울대학교 언어학과 교수로 부임했다. 훈민정음학회 찌아찌아어 한글 도입 사업 책임자를 맡기도 했다. 서울대 언어학과 학과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서울대 언어교육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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