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원 숭실대 교무처 학사팀장 겸 원격교육지원팀장

오세원 숭실대 교무처 학사팀장 겸 원격교육지원팀장
오세원 숭실대 교무처 학사팀장 겸 원격교육지원팀장

코로나19가 확산일로였던 2020년 3월. 이전에는 상상치도 못했던 강력한 팬데믹으로 인해 대학가는 일대 혼란에 빠졌다. 유례없이 개강을 2주 연장하더니, 1달까지 연장하기도 했고 잠잠할 기미가 보이지 않자 급하게 강의방식을 변경하는 등 정신없이 각종 설익은 대책을 수립하기에 급급했다. 그도 그럴 것이 100년 넘게 지속했던 대면 교육을 제대로 준비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비대면 교육으로 전환할 수밖에 없을 만큼 큰 사건이기 때문이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맞이한 전면 비대면 교육방식이었지만, 6.25 전쟁 당시 피난처에서도 계속됐던 교육에 대한 열정으로 때로는 이메일과 녹화 영상으로, 때로는 실시간 비대면 강의 형태로 교육은 지속됐다. 평생 강의실에서 대면 교육을 한 원로 교수도 그 상황을 피해가지는 못했다. “강의실에서 조교를 앉혀두고 촬영을 3시간 동안 했는데, 마이크를 켜 놓지 않아 다시 촬영했다”는 웃지 못할 일도, “실시간 강의를 진행하던 중 묵직한 부모님의 꾸중 소리가 전체 학생에게 울려 퍼진 일”도 이젠 추억 속의 에피소드가 됐다.

외국대학과의 콘퍼런스에서나 사용했던 줌(ZOOM), 웹엑스(Webex) 등의 실시간 회의용 소프트웨어는 이제는 한글이나 워드, 파워포인트와 같은 일상에서 흔하게 사용하는 소프트웨어로 자리매김했다. 미래교육 방식으로 일컬어진 미네르바 대학의 시스템을 벤치마킹해 10개년 계획으로 구축을 목표로 한 실시간 비대면 교육을 불과 1~2년 사이에 모든 대학이 도입했을 뿐만 아니라, 코로나19가 완화돼 더 이상 위협으로 작용하지 않아 비대면이 우세인 현재에도 배척할 수 없는 교육방식이 됐다. 미래교육이라고만 생각했던 비대면 교육방식이 ‘뉴노멀(New Normal)’ 즉, ‘새로운 강의 표준’으로 굳건히 자리매김한 것이다.

청명한 가을, 대학가에서는 축제 준비가 한창이다. 이번 축제는 3년 만에 열리는 대면 축제라 각 대학이 분풀이 경쟁이라도 하듯이 성대하게 준비하고 있다. 축제 참여자의 대다수가 이전 축제를 경험해보지 못한 코로나 학번(2020년 입학~2022년 입학)임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가 바꿔놓은 교육방식과는 달리 큰 변화는 없어 보인다. MZ세대 대학생다운 독특한 아이디어, 자유로움 속에서도 절제된 축제 참여, 대학 생활을 오래도록 기억할 수 있는 추억 남는 행사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였을까?

대학별로 축제에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연예인 섭외 비용으로 한 팀당 3000~4000만 원, 대학당 1억 원에 가깝다는 통계도 있다. 아쉽게도 코로나19 이전이나 이후나 이 부분은 별반 차이가 없다. 어떤 연예인은 방송에서 “각종 축제를 통해 돈을 쓸어 담는 중이고, 겨우 1살짜리 조카 용돈으로 500만 원을 주었다”고 자랑하기도 한다. 한 분야에서 전문가로 성공해서 큰 부를 축적하고 원하는 곳에 쓰는 것을 비난하는 것은 아니지만 겨우 1살짜리에게 주어진 그 용돈은 대학생의 1학기 등록금보다 많으며 최소 500시간 아르바이트해야 모을 수 있는 큰 금액이다.

이런 의미에서 모 대학의 부모님과 가족 친지, 유학생 교직원 등이 함께하는 ‘패밀리 축제’는 신선하기만 하다. 이 대학 총학생회장은 “모든 학우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와 비대면 수업 등으로 오랫동안 힘든 시기를 보내왔지만, 우리들을 뒷바라지해주시는 부모님은 더더욱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계시기 때문에 부모님과 함께 즐기며 공감하고 소통하며 감사함을 전하는 자리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오징어게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수리남’ 등은 콘텐츠 기획력이 뛰어난 대표 한류 드라마다. 그 어떤 나라의 대학생보다 뛰어난 창의력으로 2022년 가을 축제가 대학 축제의 뉴노멀을 수립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본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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