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에서는 영어를, 온라인에서는 파이썬 수업…눈높이에 맞춘 강의로 ‘인기’
개설 첫해부터 블루리본 강좌 선정…코딩에 대한 인문‧사회계열 학생들의 높은 관심 증명
“급변하는 산업 현장에서도 뒤처지지 않고 성장할 수 있는 실무형 융합 인재 길러내고파”

지난 9월 성신여대에서 만난 윤태진 교수로부터 K-MOOC 수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부터 블루리본 강좌에 선정된 소감을 들어봤다. (사진=백두산 기자)
지난 9월 성신여대에서 만난 윤태진 교수로부터 K-MOOC 수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부터 블루리본 강좌에 선정된 소감을 들어봤다. (사진=백두산 기자)

전 세계 사람들의 교육에 대한 인식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이전까지 당연하다 여겨졌던 오프라인 기반 수업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빠르게 온라인에 그 자리를 넘겨주고 있다. 국내의 경우 2015년 한국형 온라인 공개강좌(K-MOOC)를 시작으로 점차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2015년 27개 강좌에서 2021년 1358개 강좌까지 늘어난 K-MOOC가 이를 방증한다. 회원 가입자 또한 108만 명(2022년 7월 기준)을 넘어서는 등 온라인으로의 전환은 더 이상 어색한 일이 아니다. 이에 K-MOOC의 인기강좌, 최우수강좌 등에 선정된 강의력과 인기를 겸비한 교수들을 직접 만나 온라인 수업의 장점, 한계, 향후 전망을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한국대학신문 백두산 기자] K-MOOC 강좌는 국가평생교육진흥원으로부터 매년 연차평가를 통해 5개 등급으로 평가받는다. 그중 S(매우우수) 등급을 받은 강좌 중 최우수 강좌를 선정해 수강생 대상 추천 강좌인 블루리본을 수여한다. 올해 성신여자대학교는 블루리본 강좌에 총 8개가 선정됐는데, 이는 K-MOOC를 운영하는 기관 중 최다 선정이다.

특히 윤태진 영어영문학과 교수의 ‘인문‧사회계열 전공생을 위한 Python 입문’은 개발 첫해에 블루리본에 선정되며 코딩에 대한 인문‧사회계열 학생들의 높은 관심을 증명했다. 코딩에 대한 인기와 필요성은 누구나 인정하는 바이지만 강의보다도 강의자의 이력이 독특해 눈길이 쏠린다. 영어영문학을 전공한 윤 교수는 음성학, 음운론, 운율론, 코퍼스언어학을 주 연구분야로 삼고 있다.

그는 “해외에서 박사 과정을 밟으면서 우연히 배우게 된 파이썬이 학위 과정에 많은 도움이 됐다”며 “학문으로서 파이썬이 아닌 실용적인 도구로써 파이썬을 배우게 된다면 학생들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프라인에서는 영어 관련 수업을, 온라인에서는 프로그래밍 언어를 가르치고 있는 윤 교수를 만나 속내를 들어봤다.

- 영어영문학 교수가 프로그래밍 입문 수업을 개설하게 된 이유는.
“인문학과 사회학에서도 데이터를 다룬다. 최근에는 인터넷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가 급증하면서 수동으로 다룰 수 있는 양을 뛰어넘었다. 소프트웨어의 도움을 받지 않고서는 쉽게 분석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소프트웨어도 어찌 보면 영어와 같은 언어다. 영어가 다른 사람을 대상으로 구사하는 의사소통 수단이라면 파이썬과 같은 소프트웨어는 컴퓨터를 대상으로 구사하는 의사소통 수단이라는 차이점이 있을 뿐이다. 영어를 가지고 재미있는 소설을 읽을 수도 있고, 로켓 사이언스나 신약 개발에 이용할 수도 있다. 이처럼 파이썬도 반복적이지만 쉬운 일을 빠르게 처리할 수 있게 할 수 있고, 천문학이나 생명공학에 사용될 수도 있다. 즉 영어나 파이썬 모두 언어라는 수단이며, 이를 활용해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인문‧사회계열 학생들의 경우 파이썬 프로그램의 원리를 배움으로써 텍스트 분석을 비롯해 새로운 분야에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출 수 있게 되리라 생각해 ‘인문‧사회계열 전공생을 위한 Python 입문’이라는 수업을 개설하게 됐다.”

- ‘인문‧사회계열 전공생을 위한 Python 입문’은 어떤 수업인가.
“지난해 성신여대의 수학과 및 통계학과, 그리고 서비스디자인 공학과에 재직하고 계신 교수님들과 함께 인문사회계열 전공생을 위한 머신러닝 예비학교라는 묶음강좌를 개발했다. 이 묶음강좌 중 첫 번째 강좌인 인문사회계열 전공생을 위한 Python입문은 파이썬의 기본문법을 배우는 수업이다. 이후 통계학과 교수님과 기계학습인 머신러닝을 파이썬으로 어떻게 구현하는 지 배울 수 있다. 또한 머신러닝에서 많이 사용되는 선형대수와 같은 수학적인 내용을 수학과 교수님과 함께 파이썬으로 구현하는 방법을 배우고, 마지막으로는 텍스트, 그림, 동영상과 같은 흔히 인문‧사회계열 전공생들이 주로 다루는 비정형 데이터를 가지고 파이썬을 사용해 어떻게 머신러닝으로 구현하는 지를 배우게 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 파이썬을 이용한 컴퓨터 활용 능력을 익히고 자신들의 전공영역에 활용할 수 있는 실무형 융합 인재를 양성하고자 하는 목표를 구현하고자 했다.”

- 기존 전공과 다른 분야를 가르친다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미국에서 음성학과 음운론 쪽으로 박사 과정을 밟으면서 자연스럽게 학문적 융합을 경험하게 됐다. 당시 컴퓨터 관련 전공을 가진 친구들과 함께 수업도 듣고, 연구도 진행하면서 프로그래밍에 대한 것도 배울 수 있었다. 전산언어학 수업에서는 컴퓨터 전공생과 언어학 전공생이 같이 수업을 들었고, 지도교수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경험도 많은 도움이 됐다. 언어학적인 정보를 활용해 음성인식 기술을 향상시키는 공동 연구를 진행했는데, 거기에 참여하면서 프로그래밍 언어를 더 깊게 배울 수 있었다. 파이썬 수업의 경우 학문으로서 접근했다면 결코 가르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보다는 제가 실무적으로 경험했던 노하우를 같이 공유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실용적인 도구로 파이썬을 어떻게 사용하는지를 알고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을 가르치는 것은 크게 어렵진 않았다. 그보다는 K-MOOC를 준비하면서 강의를 준비하고 촬영하는 과정이 오히려 힘들었다.”

- 온라인 강의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지난해가 연구년이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계획했던 것이 전부 무산됐다. 그래서 학교에 나와 그동안 하고 싶었던 공부를 하고자 했는데, 뜻하지 않은 기회에 타과 교수님들과 비전공생을 위한 인공지능 관련 강의를 K-MOOC의 묶음강좌로 신청해 보는 게 어떨까하는 논의를 하게 됐다. 이를 계기로 ‘인문‧사회계열 전공생을 위한 머신러닝 예비학교’를 기획하고, 비전공자의 눈높이에 맞게 조율하는 역할을 했다. 최근 머신러닝 혹은 딥러닝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늘면서 인문학을 전공하는 학생들도 이러한 주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러한 학생들에게 조그마한 보탬이라도 되고 싶어 K-MOOC 묶음강좌를 기획하고 그 중 첫 꼭지를 담당하게 됐다.”

윤태진 교수가 K-MOOC  ‘인문‧사회계열 전공생을 위한 Python 입문’ 수업을 하고 있는 모습.
윤태진 교수가 K-MOOC  ‘인문‧사회계열 전공생을 위한 Python 입문’ 수업을 하고 있는 모습.

- K-MOOC에서 최우수 강좌인 블루리본 강좌로 선정됐다. 어떤 부분이 주효했다고 보나.
“사실 블루리본 강좌로 선정된 이유는 정확히 모르겠다. 사회적 요구가 있던 과목을 시의적절할 때 개설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굳이 덧붙이자면 수강자의 눈높이에 맞는 강의를 하고자 했다는 점이 주효했다고 본다. 기존의 파이썬 강의는 컴퓨터 사이언스를 전공한 교수님들이 대부분이다. 이에 반해 영어영문학과 교수가 파이썬을 가르쳤다는 점에서 인문‧사회계열 전공생들의 마음을 좀 더 헤아렸던 것이 아닐까 싶다. 이 강좌는 제 경험을 바탕으로 파이썬을 활용하려는 사람에게 동일하게 어려움을 겪었던 교수자로서 눈높이에 맞게 차근차근 설명한 강의라고 할 수 있다.”

- 온라인 강의와 오프라인 강의의 가장 큰 차이점은.
“가장 큰 차이는 학생들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느냐, 없느냐다. 온라인에서는 학생들의 눈높이가 어떤지 모르고 일방적인 타겟을 정해 강의를 해야 한다. 실시간 강의에서는 학생들의 수준에 따라 즉흥적으로 강의 수준을 조절할 수 있다. 하지만 온라인 강의에서는 그런 조정이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 오프라인에서는 간혹 학생들의 집중도가 떨어지면 농담을 하거나 비유를 들어 집중도를 끌어올릴 수 있지만 온라인 강의는 인간성과 같은 부분을 보여주기 힘들다.”

-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강의가 많아졌다. 어려움을 겪는 교수님들을 위한 팁이 있다면.
“예전에는 온라인 강의라고 하면 뛰어난 외모와 음성, 그리고 탁월한 강의 능력을 가진 특정한 교수님만을 위한 강의 방식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교육자들은 이전에는 경험해 보지 못했던 강의 방식을 채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렸다. 저 또한 온라인 강의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고, 여전히 온라인 강의가 편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라인 강의가 가지는 장점 또한 많다. 온라인 강의는 잘못 내뱉은 말을 다시 담을 수 없기 때문에 여러 번 반복해서 찍는다든가, 생각했던 논리가 맞는지 상기하면서 찍는 과정을 거친다. 그러면서 강의 자료가 좀 더 완성돼 간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이런 과정을 여러 번 거치게 되면서 온라인 강의를 찍고 편집하는 과정이 다소 줄어드는 경험을 하는 것 같다. 결국 많이 시도해 보고 피드백을 받는 것이 팁이라고 할 수 있다.”

- 향후 계획이 있다면.
“교내 여러 보직을 수행하면서 수업과 연구를 병행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이썬을 활용함으로써 시간을 많이 단축할 수 있었다. 기본적인 도구 사용 역량이라고 할 수도 있고 직무 역량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 이러한 경험을 비전공생인 인문‧사회계열 전공생들도 많이 익히게 하고 싶다. 기존에 제가 하는 수업이 파이썬이라는 프로그래밍 언어에 대한 기본 문법을 다루는 과정이었다면, 이제는 습득한 기본 문법을 토대로 인문계열이나 사회계열 학생들에게 파이썬이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를 알려줄 수 있는 과목을 체계적으로 개발해 보고 싶다. 이를 통해 급변하는 산업 현장에서도 뒤처지지 않고 성장할 수 있는 인재들을 길러내고 싶다.”

■ 윤태진 교수는…

서울시립대학교에서 영어영문학과 학‧석사를 마치고 미국 일리노이 대학교에서 언어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성신여대 영어영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음성학‧음운론‧운율론‧코퍼스언어학 등을 연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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