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철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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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헌법은 대학의 자율성을 보장한다. 헌법 제31조 제4항에서 정하고 있다.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 및 대학의 자율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보장된다고 말한다. 대학의 자율성은 교육의 자주성과 나란히 규정돼 있다.

헌법재판소는 교육의 자주성·대학의 자율성을 헌법에서 명문으로 보장하는 의미를 이렇게 말했다. “대학에 대한 공권력 등 외부 세력의 간섭을 배제하고 대학 구성원 자신이 대학을 자주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대학인으로 하여금 연구와 교육을 자유롭게 하여 진리 탐구와 지도적 인격의 도야(陶冶)라는 대학의 기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외부 간섭을 배제한다고 전제했다. 연구와 교육의 자유를 강조했다. 진리 탐구라는 대학의 존재 이유를 짚었다.

대학의 자율성은 헌법 제22조 제1항에서 정하는 학문의 자유를 보장하는 수단으로 작동한다. 학문의 자유를 위한 필수불가결한 방법이 된다. 이처럼 대학의 자율성은 학문의 자유와 연결되며 가치를 더 한다.

그렇기 때문에 헌법재판소는 대학의 자율성을 헌법상 기본권으로 일찍이 인정했다. 1994학년도 서울대학신입생선발입시안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청구사건이 있었다. 대학별고사 선택과목에서 일본어를 제외한 입시안이 위헌인지 다툼이 됐다. 이 사건에서 헌법재판소는 서울대는 공권력의 행사자 지위와 함께 기본권의 주체라는 점도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고 봤다. 대학의 자율성을 기본권으로 선언했다.

나아가 대학의 자율은 대학시설의 관리·운영만이 아니라 학사관리 등 전반에 미친다고 봤다. 더 구체적으로 보면 연구와 교육의 내용, 그 방법과 대상, 교과과정의 편성, 학생 선발, 학생 전형도 자율의 범위에 속한다고 판단했다. 입학시험 제도도 자주적으로 마련될 수 있어야 한다며 위헌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런 입장은 최근에도 다시금 확인됐다. 서울대 2022학년도 정시모집 교과 이수 가산점 사건, 2023학년도 저소득학생 특별전형 사건에서도 같은 논리로 청구가 기각됐다.

물론 대학의 자율성에도 한계가 있다. 교육대학교 수시모집 입시요강 위헌확인 사건에서 헌법이 정한 선을 넘는 문제가 불거졌다. 수시모집에서 기초생활수급자·차상위계층, 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하는 일부 특별전형에만 검정고시 출신자의 지원을 허용했다. 나머지 수시모집에서는 검정고시 출신자 지원을 일률적으로 제한해 위헌 논란이 됐다.

헌법재판소는 교대 입시요강이 위헌이라고 확인했다. 헌법상 기본권인 대학의 자율성에 따라 입시요강을 자율적으로 마련할 수 있다 하더라도 수험생들의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까지 침해할 수는 없다는 의미다. 수시모집에서 검정고시 출신 응시자에게 수학능력이 있는지를 평가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지 않는 요강은 수학능력에 따른 합리적인 차별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해 대학의 자율권에 대한 제약을 인정했다.

이처럼 기본권으로 인정되는 대학의 자율권을 누리는 주체는 어디까지 인정될까. 대학으로 한정될까. 그렇지 않다. 교수나 교수회의 주체성을 부정할 수 없다. 가령 대학의 장이 학문의 자유를 침해하는 국면이라면 교수나 교수회가 자율권의 주체가 될 수 있다. 국가권력이 자율권을 침해하는 상황이라면 대학 자체 외에도 전체 구성원이 대학의 자율성을 주장할 수 있다. 대학, 교수, 교수회 모두가 단독, 혹은 중첩해 주체가 될 수 있다고 봐야 한다.

한편 자율성이 보호하는 영역이 대학의 존립에까지 미치지는 못한다. 세무대학을 폐지하는 법률의 위헌성이 다툼이 된 사건이 있었다. 자율성은 법률 목적에 따라 세무대학이 수행해야 할 과제 범위 내로 한정됐다. 세무대학 설립과 폐교가 국가의 합리적인 고도의 정책적 결단에 의존하고 있는 이상 계속적 존립과 과제수행을 대학 자율성의 한 내용으로 요구할 수는 없다고 봤다. 결국 세무대학을 폐교한다고 해서 대학의 자율성이 침해되는 것은 아니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내려졌다.

대학의 자율성과 관련해 가장 다툼이 빈번한 쟁점은 헌법 제37조 제2항 준수 여부다. 헌법상 기본권인 대학의 자율성도 헌법 제37조 제2항에 의해 제한될 수 있으며 법률로만 가능한 게 원칙이다. 이른바 법률유보원칙이다. 만일 법률에 근거도 없이 공권력을 행사해 대학의 자율권을 제한하면 법률유보원칙 위반으로 위헌이 될 수 있다.

헌법 제37조 제2항은 또한 과잉금지원칙 준수를 명한다. 대학의 자율권을 제한하는 공권력 행사는 목적이 정당해야 하며 수단이 적합해야 한다. 또한 공권력 행사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선택해야 하고 달성하려는 공익이 침해되는 사익보다 우월해야 한다. 이러한 기준에 따라 대학의 자율성 침해 여부가 판가름 난다. 

교육부 장관이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의 2015학년도 및 2016학년도 신입생 각 1명의 모집을 정지한 행위의 위헌성이 다퉈진 사건에서 헌법재판소는 과잉금지원칙 위배로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모집정지처분이 내려진 사유를 면밀하게 살펴본 끝에 목적 달성을 위해 필요한 범위를 넘어선 지나친 제한이라고 판단했다. 신입생 모집정원이 40명에 불과해 등록금 수입 감소 등 인적·물적 효과는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데 비해 모집정지로 달성할 수 있는 공익의 정도가 대학의 자율권 제한에 비해 더 크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반면, 사립학교 교원이 파산선고를 받으면 당연퇴직 되도록 정하고 있는 사립학교법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판단됐다. 입법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됐다. 교원의 사회적 책임과 교직에 대한 국민 신뢰 제고를 목적으로 한다. 교원의 성실하고 공정한 직무수행을 담보하기 위한 적절한 수단이라는 의미다. 파산선고를 받고도 교직을 계속 수행하면 공평무사하게 학생들을 교육하는 본업에 전념할 수 있을지에 관해 회의적이라고 보았다. 같은 입법목적을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으면서도 제약이 덜한 대체적인 입법 수단의 존재가 명백하지 않다고 보았다. 파산선고를 받은 교원의 지위가 박탈된다고 해도 입법으로 달성할 수 있는 공익에 비해 더 비중이 크다고는 볼 수 없다는 이유까지 더해져, 과잉금지원칙을 원칙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보았다. 그에 따라 퇴직자의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고, 대학 자율성의 본질적인 부분을 침해하지 않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대학의 자율권은 헌법상 기본권이다. 대학의 자율성이 침해됐다고 주장하거나 혹은 침해가 없었다고 방어하거나 모두 헌법이 보장하는 자율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고민해야 한다. 헌법이 보장하는 한계가 어디까지였는지 선례를 살펴야 한다. 대학의 자율을 말할 때는 우선 우리 헌법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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