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내 합동분향소 철거돼도 마음으로 이어지는 추모 물결 이어져
PTSD(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호소 학생 증가…긴급 심리상담 실시

‘이태원 참사’ 국가 애도기간이 끝나 합동분향소가 철거됐음에도 대학가는 희생자를 추모하는 애도의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한국대학신문 DB)
‘이태원 참사’ 국가 애도기간이 끝나 합동분향소가 철거됐음에도 대학가는 희생자를 추모하는 애도의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한국대학신문 DB)

[한국대학신문 임지연 기자] ‘이태원 참사’ 국가 애도기간이 끝나고 대학가도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다. 합동분향소가 설치됐던 고려대·동국대·서강대·중앙대·한양대 등은 국가 애도기간이 종료된 지난 5일 교내 합동분향소를 철거했고, 합동분향소가 설치됐던 공간은 다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아직 학생들은 안타깝게 희생된 이들에 대한 추모를 마음으로나마 이어가고 있다.

중앙대 재학생 A씨는 “교내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를 보면서 누구나,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막연한 두려움을 느꼈다. 사고 당시 희생자들은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웠을까 생각하니 남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희생된 우리 대학 학생이 외국인이라고 들었다. 타지에서 일을 겪게 돼 너무 안타깝다. 부디 좋은 곳에서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중앙대 법학대학원생 B씨는 “합동분향소가 상주하는 건물 앞에 설치돼 오가며 많은 생각을 했다”면서 “희생된 분들에게 애도의 마음을 표하며, 향후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정비가 반드시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서강대 체육관 앞에 마련됐던 합동분향소도 지난 5일 철거됐다. 하지만 아직 희생자를 추모하는 포스트잇이 붙은 게시판은 여전히 그 자리에 남아 있다. 화이트보드(흰칠판)에 붙어있는 포스트잇에는 고인을 추억하는 내용 외에도 ‘환호성이 비명과 절규로 바뀔진 상상도 못했다. 부디 그곳에선 편히 계시길’, ‘너무나 슬프고 슬프다’,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인과 유가족분들도 마음 잘 추스르길 기도하겠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 등의 글이 한국어, 영어, 중국어 등 다양한 언어로 적혀 있었다.

게시판에 붙어있는 추모글을 읽고 있던 서강대 재학생 C씨는 “포스트잇에 적힌 추모글을 보면 마음 한 켠이 이상하다. 합동분향소가 마련됐을 때도 헌화를 하는 등 희생자를 애도했지만 이 곳은 그냥 지나치지 못하겠다”며 “일어나서는 안되는 일이었다. 가볍게 사람들에게 잊혀지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잊지않겠다”며 추모의 마음을 전했다.

■ 대학들, 직·간접적 피해 학생의 안정적 학업 지원 위해 심리상담 실시 = 이태원 참사 희생자 중 20대는 104명으로, 전체 156명의 67%를 차지한다. 또한 사고 당시 이태원을 방문한 사람이 약 13만 명으로 추산되는 만큼 상당수 학생들도 사고에 노출돼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학가는 ‘이태원 참사’로 가족·친구를 잃은 직접적인 피해자뿐 아니라 사고 상황을 SNS, 영상 등으로 모자이크 없이 무분별하게 접하고 우울과 불안을 호소하는 간접 피해 학생을 다양한 경로로 파악, 심리상담을 실시해 안정적인 학업 진행이 가능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중앙대 관계자는 “현재 우리 대학에는 7~8명 정도 심리상담이 필요한 학생이 있다고 파악해 상담에 응한 학생을 대상으로 심리상담을 진행하고 있다”며 “상담은 기간이라는 것이 정해져 있지 않다. 학생이 상담을 더 이상 받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하는 것은 상담사의 역할이다. 이들이 학생이 상담이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안정됐다고 판단할 때까지 상담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양대 역시 기존에 진행하던 상담 프로그램을 사고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생이 우선으로 받을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다.

한양대 관계자는 “트라우마·PTSD(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등을 호소하는 학생이 우선적으로 심리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기존 프로그램과 연계·운영해 학생들이 안정된 상태에서 학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한다”면서 “피해 정도가 크고 작은 것을 떠나 상담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학생을 지속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서강대는 상담서를 제출하고 상담사를 배정하는 등 시간이 소요되는 기존 절차와는 달리 학생이 당일 전화로 연락해도 전문가와 상담할 수 있도록 긴급심리상담을 진행 중이다.

삼육대는 이태원 참사로 심리적 고통을 받는 재학생의 마음건강을 위해 전담팀을 꾸리고 긴급 위기 상담 서비스를 실시했다. 상담을 원하는 학생이 교내 학생상담센터에 방문하거나 공식 모바일 메신저 수톡(SU-TALK), 전화 등으로 신청하면 진행하는 방식이다. 

박종환 학생상담센터장은 “이번 사고를 경험하며 직·간접적으로 고통받는 재학생을 위해 심리·정서적 지원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위기 상담이 필요한 학생은 센터로 연락해 필요한 도움을 받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연세대, 이화여대, 상명대 등도 이번 사고로 어려움을 겪은 학생들에게 응급상담을 제공하고 있다. 이화여대의 경우 심리상담뿐 아니라 의료 지원이 필요하면 이화의료원과 연계해 도움을 줄 예정이다.

수도권 한 대학에서 심리상담을 진행하고 있는 심리상담사는 “많은 학생들이 이번 사고로 인해 불안과 우울감을 느끼고 있다. 조금이라도 평소와 다른 감정과 기분, 느낌이 든다면 상담을 진행해 보는 것이 좋다”며 “학생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다수가 몰린 지하철에 옴짝달싹 못하는 ‘지옥철’이라 불리는 상황을 흔히 겪는다. 때문에 이번 사고가 멀게 느껴지지 않아 트라우마로 더 깊게 남을 수 있다. 직접적인 피해를 받지 않더라도 트라우마는 생길 수 있다. 가볍게 생각하지 말고 심리상담을 받아볼 것을 권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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