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총협, ‘제28회 정기총회 및 설립 40주년 기념 세미나’ 개최
정진택 회장 “국가경쟁력 확대 위해 대학 간 교류·협력 필요” 강조

11월 11일 더플라자호텔에서 진행된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제28회 정기총회 및 설립 40주년 기념 세미나’에서 정진택 회장이 개회사를 전하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11월 11일 더플라자호텔에서 진행된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제28회 정기총회 및 설립 40주년 기념 세미나’에서 정진택 회장이 개회사를 전하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임지연 기자] 전국 4년제 사립대학 153개교 총장으로 구성돼 있는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회장 정진택(고려대 총장), 이하 사총협)는 11일 더플라자호텔에서 ‘제28회 정기총회 및 설립 40주년 기념 세미나’을 갖고 대학 자치 실현과 자율 생태계 구축을 위한 정보를 공유하고, 대안 모색에 나섰다. 이번 행사는 정기총회, 사총협 설립 40주년 기념 세미나, 교육부와의 대화 총 3부로 구성됐다.

정기총회 진행에 앞서 정진택 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이태원 참사’로 안타깝게 희생된 희생자에 애도의 마음을 전하며 대학 내 안전수칙 등 내부 지침 안전 관리 점검을 요청했다.

정진택 회장은 “46개 대학의 재학·졸업생이 ‘이태원 참사’에서 희생되면서 학교별로 어려움을 겪고 있거나 이에 대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이번 사고를 겪으면서 남의 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대학 내 축제나 학생들이 다수 모이는 행사 등이 진행되는데, 관공서의 도움을 받아 안전수칙을 점검하고 내부 지침 안전을 관리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정 회장은 국가경쟁력을 확대하기 위한 대학 간 활발한 교류와 협력을 강조했다. 정 회장은 “디지털 대전환과 3년째 접어들고 있는 코로나 팬데믹은 대학의 교육환경 변화를 가속화하고 있으며, 대학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시대적 요구도 크게 변화하고 있다”며 “대학은 국내 대학끼리의 경쟁이 아닌 세계 대학과의 경쟁으로 목표를 더 높이 설정해야 할 때다. 정부는 물론 사회 각 분야와 미래 인재양성을 대학과 같이 고민하고 활발히 교류해 경쟁력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진 정기총회에서는 △2023년 사업계획 및 예산(안) △임원선임(안) 등의 주요 안건을 심의‧의결하고, 고등교육 관련 국회의 입법 현황과 고등교육 현안에 대한 보고 등이 진행됐다.

이날 사총협은 공석이던 현안대책위원장에 전영재 건국대 총장을 선임했다. 지역별 신임 부회장으로는 △배덕효 세종대 총장(서울) △박상철 호남대 총장(광주·전남) △정현태 경일대 총장(대구·경북) △이해우 동아대 총장(부산·울산·경남·제주) 등을 선임했다. △김응권 한라대 총장(강원) △김선재 배재대 총장(대전·세종·충남) △민영돈 조선대 총장·박종구 초당대 총장(광주·전남) 등은 연임됐다.

주요 고등교육 현안으로는 △2022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 주요 내용 △일반대학 온라인 학위과정 제도 정비 및 승인 심사 추진 △지역 맞춤형 규제 특례 확대로 고등교육혁신 추진 △대학의 자율혁신과 자발적 적정규모화 추진 △2023년도 교육부 예산안 등이 보고됐다.

김도연 서울대 명예교수. (사진=한명섭 기자)
김도연 서울대 명예교수. (사진=한명섭 기자)

■ ‘수능 평가방법’은 버리고, ‘교수정년보장제도’는 없애야 = 정기총회를 마친 후에는 사총협 설립 40주년을 맞아 대학의 규제 개선과 자율성 회복의 염원을 담은 ‘대학과 자유’ 주제 세미나가 진행됐다. 세미나에는 김도연 서울대 명예교수(前 교과부 장관), 부구욱 영산대 총장(前 사총협‧대교협 회장), 이진우 케이원챔버 대표변호사가 강연했다.

김도연 명예교수는 ‘함께 그려보는 미래: 유네스코 미래교육보고’를 주제로 강연했다. 강연은 1946년 유네스코 설립 후 지속적으로 출간하고 있는 교육보고서의 최근 발간본 내용을 토대로 현 교육에서 변화돼야 할 부분을 지적했다.

김 명예교수는 “지난해 말 발간된 유네스코의 교육보고서는 2050년을 바라보며 ‘교육을 더 잘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계속해야 하는가’, ‘무엇을 그만둬야 하는가’, ‘새롭게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 질문들 가운데 우리는 ‘무엇을 그만둬야 하는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며 우리 교육에서 버려야 할 것은 ‘평가방법’이라고 지적했다. 여기서 평가방법은 ‘수능’을 의미한다.

김 명예교수는 “수능 문제는 전문가가 아니면 읽기 힘든 지문을 짧은 시간에 이해하고 문제를 풀어야 하는 문제들로 수두룩하다. 변별력을 가린다는 것이 그 이유”라며 “우리는 학생에게 정답과 오답을 가르는 문제를 풀 수 있도록 교육한다. 하지만 세상 문제는 정답과 오답으로 명확하게 갈리지 않는다. 이런 교육 때문에 중간 없이 사회가 분열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이 우리 교육의 가장 큰 문제이고, 버려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명예교수는 우리 교육의 변화를 위해서는 ‘교수정년보장제도’도 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명예교수는 “대부분의 대학은 교수의 정년을 교수승진과 더불어 보장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정년만 보장되면 무엇이든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문화가 생겼다”며 “정년보장을 처음 도입한 미국의 경우 총장과 교수가 함께 사인하는 문서에 ‘만족할만하고 효과적인 업무능률이 있을 때 정년이 보장될 것’이라는 문구가 존재한다. 우리도 정년을 보장할 때 열심히 일해야 정년을 보장한다는 내용을 넣어야 한다. 그래야 우리 교육이 교수(공급자) 중심에서 학생(수요자) 중심으로 바뀔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부구욱 영산대 총장. (사진=한명섭 기자)
부구욱 영산대 총장. (사진=한명섭 기자)

■ 미래사회의 대학교육, ‘진리탐구’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야 = 두 번째 강연은 부구욱 영산대 총장이 ‘지성(nous) 중심의 대학 교육으로’를 주제로 진행했다. 부구욱 총장은 미래사회에는 기회와 위기가 공존하는데, 인간은 인공지능으로 인해 위기에 봉착할 것이라 내다봤다. 인공지능은 수많은 기술 중 하나가 아니며, 인류 역사를 바꿀 기술이자 고도화된 인공지능은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 개량하고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 보기 때문이다.

이에 부 총장은 미래사회의 위기를 대처하기 위해서는 인공지능이 가질 수 없는 ‘플라톤의 지성’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래사회의 대학교육은 미래사회 인공지능의 통제 불능 위기를 감안, 계획해 인공지능이 도달할 수 없는 지성의 영역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대학이 진리탐구라는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사회도 대학을 중심으로 가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부 총장은 플라톤의 ‘국가론’ 속 동굴의 비유를 들어 “미래사회의 대학교육은 지상의 전당임을 회복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질의탐구의 공동체임을 회복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지성을 얻는다는 것은 그림자가 아닌 실체를 본다는 것이고, 사물을 절대적인 의미에서 보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대학의 본래적 이상의 실현으로 가는 것”이라 설명했다.

이어 그는 “대학은 학습에서 깨달음을 얻어가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래야 인공지능을 활용하고 통제 가능한 역량을 기를 수 있으며, 인공지능보다 우월한 인재를 양성할 수 있다”며 “대학교육의 내용 전환도 필요하다. 지식전달 교육은 다른 교육기관, 기업에서도 가능하다. 인류에게 닥쳐올 수 있는 위기에 대처하려면 대학의 본래 모습, 대학 고유의 이상과 가치 실현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대학 자치 본질 훼손하는 규정 ‘위헌’…규제 필요하다면 정부가 손실 매꿀 장치 마련해야 = 이진우 법무법인 케이원챔버 변호사는 ‘대학의 자치 실현과 자율 생태계 구축’ 주제로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있는 법률상의 문제를 짚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했다.

이 변호사는 우리나라의 교육 관련 입법 체계의 문제점으로 헌법상 대학 자치 조항에 대한 하위 입법의 미비를 꼽았다. 교육기본법에 대학 자치 조항과 사립대학 성격에 부응하는 법령이 존재하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교육기본법과 고등교육법, 사립학교법 등 법률(하위 법령 포함)의 헌법상 대학 자치를 훼손하는 과도한 규제 △법률 상호간의 적용 우선 순위 불확실 △대학설립·운영규정 등 하위법령에의 과도한 위임 △대학 자치 보장 및 육성 지원에 대한 급부·조성 행정 근거 법제도 미비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특히 이 변호사는 대표적인 대학 자치 침해 분야로 등록금 인상 통제, 대학 정원제도의 과도한 규제 등을 꼽았다. 등록금 인상 규제 등은 대학의 자치에 본질적인 부분을 훼손하기 때문에 고등교육법에서 규정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이 변호사는 “헌법 규정과 헌법재판소 결정의 해석의 범위를 벗어나 대학 자치를 침해하는 법률, 명령, 규칙 및 자치법규는 위헌으로 효력이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정부가 정책적인 이유로 반드시 규제를 해야 한다면 그 부분에 대한 손실을 국가에서 매꿀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후 이 변호사는 대학 자치 실현 및 자율 생태계 구축을 위한 개선 방향을 교육관련 법체계와 대학 관련 제도로 나눠 제시했다.

교육관련 법체계로는 교육기본법에 대학 자치 명문 규정을 두고 학교교육에서 제외하는 것과 고등교육법 페지 및 대학 자치 지원법 신설을 제안했다. 대학 관련 제도로는 △적극적인 지원·조성 정책으로 전환 △교육부 고등교육국 폐지 △사립대학 학사운영의 유연성 확대를 위한 제도적·재정적 장치 구축 등을 꼽았다.

이 변호사는 “대학 자치 실현을 위해서는 대학 자치 침해 사례를 수집해 정리하고, 적극적인 헌법소송 등을 통한 권리를 주장해야 한다”며 “이외에도 대학 자치 지원 입법 사항 정리 및 여론 형성, 대학 자치 제도 연구, 대학 수익 모델 개발 등이 자율 생태계 구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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