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부진한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법안에 대학들 속앓이만 길어져
등록금 동결에 발목 잡힌 대학들, 높은 등록금 의존율에 마땅한 해결책 없어
OECD 국가 중 초중등 교육지원이 고등교육보다 높은 국가는 한국‧그리스‧콜롬비아뿐
“고등교육재정 문제는 편 가르기가 아닌 국가의 미래를 보는 시각으로 접근해야”

장상윤 교육부 차관을 비롯해 최상대 기재부 2차관 등 고등교육재정 관련 부처 관계자들이 15일 열린 브리핑에서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사진=백두산 기자)
장상윤 교육부 차관을 비롯해 최상대 기재부 2차관 등 고등교육재정 관련 부처 관계자들이 지난 15일 열린 브리핑에서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사진=백두산 기자)

[한국대학신문 백두산 기자] 정부가 유‧초‧중등 교육재정의 일부를 대학 등 고등교육으로 일부 이관하는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를 신설하겠다고 발표하자 교육계를 비롯해 국회까지 둘로 갈라지는 모양새다. 모두가 대학 재정난 극복을 위해 고등교육 재정 확충의 필요성에는 동의하고 있지만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해서는 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2일 국회 교육위원회는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법안 등 고등교육 지원 방안 공청회를 열고 대학과 교육청의 입장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역시 각 단체를 대표해 나선 이들이 서로의 입장을 되풀이했을 뿐 뚜렷한 해답을 도출해내진 못했다.

이에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와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전문대교협) 관계자들은 국회 앞에서 고등교육재정 확충 법률 제정 호소문을 발표하는 등 정부의 고등교육 지원을 확대하기 위한 호소에 나섰다.

■ 물가도, 인건비도 오르는데 왜 대학 등록금만 = 지난 21일 발간된 고등교육 포커스 제3호 ‘사립대학교 재정 운영 현황 분석’에 따르면 국내 사립대의 국가장학금을 제외한 실질 운영수익은 크게 변하지 않은 가운데 등록금과 수강료 수입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립대의 운영수익 합계는 2011년 14.9조 원에서 2021년 16.7조 원으로 1.8조 원(12.0%) 증가했지만 국가장학금을 제외한 실질 운영수익은 오히려 710억 원 감소했다. 등록금과 수강료 수입 또한 2011년 11.1조 원에서 2021년 10.2조 원으로 8547억 원(7.7%) 감소했다.

더 큰 문제는 사립대의 운영수지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사립대의 연도별 운영손익을 보면 2011년부터 지속적으로 감소했으며, 2017년부터는 5년 연속 운영수지 적자를 기록했다.

연도별 사립대학 운영 손익 변화 추이. (자료=대교협 고등교육 포커스 제3호)

사립대의 실질 운영수익은 2021년 14.5조 원으로 2011년 14.6조 원과 비교했을 때 710억 원(0.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운영비용 중 주요 비중을 차지하는 인건비와 관리운영비는 매년 증가한다는 점, 대부분의 사립대가 실질 운영수익 대비 등록금 및 수강료 수입 의존율이 70% 이상이라는 점에서 사실상 적자폭은 더 큰 것으로 분석된다.

대학가 관계자들은 이같은 상황을 부채질하는 요인으로 ‘등록금 동결’을 꼽는다. 이들은 “14년간의 등록금 동결‧인하로 사립대의 등록금과 수강료 수입 규모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며 “매년 상승하는 소비자물가인상률을 고려하면 통계에서 잡히는 수치보다 대학들이 더 힘든 상황에 놓여있다”고 지적한다.

교육여건 재정 투자 규모 변화 추이. (자료=대교협 고등교육 포커스 제3호)
교육여건 재정 투자 규모 변화 추이. (자료=대교협 고등교육 포커스 제3호)

교육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등록금 동결 정책이 시작된 2009년부터 2020년까지 물가 상승률은 19.2%였지만 이 기간 사립대 등록금은 0.76% 상승하는 데 그쳤다.

■ 부자 ‘아우’, 가난한 ‘형’…역행하는 교육 투자 = 한국의 학생 1인당 공교육비 평균 규모는 고등교육보다는 초‧중등교육에 편중돼 있다. 특히 초‧중등교육 학생 1인당 공교육비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8개국 중에서도 상위권이지만 고등교육은 OECD 평균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교협이 지난 6일 발표한 ‘국제지표를 통해 본 고등교육재정 투자현황’에 따르면 한국의 학생 1인당 고등교육 공교육비는 1만 1287달러(한화 약 1520만 원)로 OECD 평균의 64.3%에 불과한 반면, 초‧중등교육 단계의 학생 1인당 공교육비 평균 규모는 1만 5210달러(약 2055만 원)로 고등교육의 1.4배였다.

고등교육 부문에 대한 투자현황 국제비교(기준연도 2019년). (자료=대교협 고등교육 포커스 제1호)
고등교육 부문에 대한 투자현황 국제비교(기준연도 2019년). (자료=대교협 고등교육 포커스 제1호)

이는 초‧중등교육과 고등교육에 쓰이는 예산만 봐도 현격한 차이를 알 수 있다. 교육부 고등교육 예산을 보면, 2023년 정부(안) 교육부 예산 중 고등교육 예산은 12.1조 원으로 이중 국가장학금과 국립대학경상비를 제외한 실질 고등교육 예산은 3.8조 원(3.7%)에 불과하다.

이에 반해 초‧중등교육 예산이라 볼 수 있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은 2022년 본예산 기준 내국세 61.5조 원과 교육세 3.6조 원으로 총 65.1조 원이다.

이같은 교육 재정 불균형에 대해 최상대 기획재정부 제2차관은 지난 4일 열린 ‘대학의 혁신과 발전을 위한 국가 재정 전략’ 토론회에서 “다른 OECD 국가들과 비교해 봤을 때 초중등교육과 고등교육 간 교육비 불균형 문제가 심각하다”며 “고등교육 1인당 지출액이 초‧중‧고보다 낮은 국가는 OECD 회원국 중 그리스, 콜롬비아와 우리나라뿐”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초중등 교육계는 고등교육에 대한 투자가 필요한 점은 인정하지만 초중등 재정에서 고등교육재정으로 이관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지난 22일 공청회에서 박종훈 경상남도 교육감은 “4차 산업혁명 환경에서 대학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은 잘 알지만, 대학재정을 유초중등 재정에서 이관해 확보한다는 방법은 절대 동의할 수 없다”며 “고등교육 부분 교부금 신설 등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한 서울권 사립대 기획처장은 “현재 국내 대학은 기업으로 비유하자면 매출은 몇 년째 그대로인데 인건비를 비롯한 다른 비용이 계속 상승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세계 대학평가를 비롯해 각종 수치에서 국내 대학들의 경쟁력 하락이 도드라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고등교육 재정 확충은 초중등과 고등교육의 편 가르기로 다가설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미래 부분에 대해 포커스를 두고 접근해야 한다”며 “국가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학생들이 3, 4학년 때 집중적인 투자가 필요한데 현재 국내 대학들은 이 시기에 투자할 자원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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