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대 약학과 교수이자 국내외 특허 25건 이상 보유한 약학 분야 권위자
대학 연구실에서 도출된 연구 성과 사업화 나서 창업가의 길을 걸어와
알레르기 반응 막을 항체 물질 개발…각종 질환 해결 가능성 보여줘
“멈추지 않고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으로 신약개발 매진하겠다”

박상규 노벨티 노빌리티 대표 겸 아주대 약학과 교수
박상규 노벨티 노빌리티 대표 겸 아주대 약학과 교수

[한국대학신문 김한울 기자] 병에 걸렸을 때 몸에서는 병원균을 억제하고 몸을 보호하기 위해 항체를 활용한다. 염증 물질을 차단하고 몸이 비정상적으로 운영되는 것을 방지하는 체내의 수호신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해당 항체가 활성화되지 않거나 오히려 염증 물질을 유발하는 경우에는 꼼짝없이 우리 몸은 질환에 시달리기 쉽다. 이를 막기 위해 연구자들은 질병과 증상을 억제하고 항체를 생성하는 새로운 신약 개발과 물질 탐구에 몰두해왔다.

박상규 노벨티 노빌리티 대표도 아주대 약학과 교수로서 지금까지 각종 질환과 암에 적용될 수 있는 다양한 항체치료제의 후보물질 탐구에 매진해왔다. 2016년에 유방암 세포 성장을 조절하는 단백질을 발견하고 2019년에는 자가면역질환인 루푸스신염의 치료용 인간화 항체를 개발하는 등 신약개발을 위한 후보물질 탐구에 적극적으로 나서왔다. 특히 항체치료제 후보물질과 항체-약물 접합체를 집중적으로 다뤘던 그는 저명 학술지에 90편 이상의 연구 결과를 게재했으며 국내와 국외를 가리지 않고 관련 특허 25건 이상을 확보하는 연구성과를 이뤄냈다. 지난 11월에 열린 ‘제36회 약의 날 기념식’에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장 표창 유공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박상규 교수는 지난 2017년 ‘㈜노벨티노빌리티(Novelty Nobility)’ 기업을 창업한 이후 현재까지 바이오 기업 대표이자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이미 그는 국내에서 500억 원 이상의 국내 투자를 유치하는데 성공했으며, 특히 지난 2월에는 미국 바이오텍 발렌자바이오에 ‘알레르기 및 만성두드러기성 가려움증’을 치료하는 항체치료제 후보물질을 총액 8800억 원이라는 큰 규모로 기술이전을 성사시켰다. 이러한 가시적인 성과에도 만족하지 않고 지금도 끊임없이 연구와 신약개발에 몰두하고 있는 그를 지난 5일 아주대 약학대학관에서 만나봤다.

- 창업을 결심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어렸을 때 병에 걸리고 이를 고치는 현상에 관심이 많아 병든 사람을 치료할 수 있는 신약을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대학생부터 생물학을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하면서 사람이 걸리는 질환의 원인이 매우 많고 무궁무진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지만 겁먹지 않았다. 오히려 막연하게 가져왔던 신약개발에 대한 꿈을 구체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고 싶었다. 이에 신약개발을 위해 20살 대학생 때부터 5년 단위로 구체적인 계획을 설정했다. 그러다보니 원활한 개발과 작업 효율을 위해 언젠가 창업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아주대도 교수 창업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이미 많은 교수들이 창업 기업을 운영한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젊은 날의 막연한 목표의식을 구체화시키는 과정으로 창업을 선택했기에 실행에 옮기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 ‘노벨티 노빌리티’에 대한 소개 부탁드린다.
“지금까지 신약개발을 해오면서 성과도 있었지만 많은 실패를 경험했다. 그런 경험이 쌓이다보면 자연스럽게 두려움이 찾아오기 마련이다. 하지만 사람을 치료할 수 있는 신약을 만들기 위해서는 ‘새로운 도전’에 두려움을 느껴선 안된다고 생각했다. 도전하는 과정 중에서 자연스러운 힘듦의 가치와 보람도 신약개발에서 찾고 싶었다. 노벨티 노빌리티는 이런 가치와 보람을 찾게 해주는 신약 개발 및 후보물질 탐구 회사다.
회사의 이름에도 나름의 철학을 담으려 했다. 연구는 새로움에 대한 호기심으로부터 출발하지만 보편타당성과 재현성에서 힘을 얻는다. 특히 보편타당성에 있어 연구의 투명함이 강조될 수 밖에 없다. 과학의 투명성은 회사를 투명하게 운영하는 것과 별 차이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창업을 결심하고 난 뒤 새로움과 품격있는 경영을 하겠다는 취지로 회사 이름을 새로움(Novelty)과 고결함(Nobility)을 합쳐 ‘노벨티 노빌리티’로 짓게 됐다.”

노벨티 노빌리티의 모습 (사진=박상규 본인 제공)

- 루푸스신염 치료용 항체 개발을 비롯해 수많은 성과를 올렸다. 가장 기억에 남는 창업·연구 성과가 있다면.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알러젠이 체내에 침입하면 이에 대항해 우리 몸은 항체를 만들게 된다. 이 중 극소수가 극심한 쇼크증상 혹은 과민한 항원 항체 반응을 일으키는데 이를 ‘아나플락시스’라고 한다. 알레르기의 원인이 되는 물질이 체내의 IgE(면역글로불린 E) 항체와 결합해 비만세포(Mast cell)을 활성화시켜 염증 유발물질을 한 번에 뿜어내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정도는 다르지만 심각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을 정도로 위험하다.
특히 적잖은 사람이 갖고 있는 ‘알레르기 및 만성 두드러기성 가려움증’의 경우 증상 지속에 따라 급성과 만성으로 나뉜다. 이중 만성의 경우 급성과 다른 접근법이 필요하다. 가려움증은 비만세포의 활성화와 증식에 의해 나타난다. 비만세포의 수를 줄이고 세포 활성도를 억제할 수 있다면 알레르기 질환을 치료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연구에 착수했다. 그 결과 우리 연구실에서 생산한 후보물질이 해당 면역질환에 효과가 있음을 입증했다. 이에 지난 2월 우리 물질에 관심을 보인 미국의 ‘바이오텍 발렌자바이오’에 8800억 원 규모로 기술이전에 성공했다. 현재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임상 시험 계획을 준비 중이라 실제 환자에게 투여되기까지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겪고 있는 질환을 해결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성과라고 말하고 싶다.”

- 창업 과정에서 어려운 점들도 있었을 텐데.
“교수와 회사 대표를 겸직하다보니 업무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연구는 물론 대학원생을 지도하고 세미나 참석, 대학 행정 업무, 학생 강의 등 교수가 기본적으로 해야할 역할에 더해 회사를 운영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맡은 업무를 분담할 수 없고 온전히 도맡아 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시간에 쫓기게 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그러다보면 학교의 지원과는 무관하게 행정 업무와 겹쳐 교수로서 연구과정에서 의미있는 결과를 도출하기 어려울 때도 있다. 실제로 창업 초기에 한 투자자가 대학 교수를 그만두고 회사 일에만 집중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전하기도 했다.”

- 그럼에도 지금까지 꾸준하게 신약개발과 항체 물질 탐구에 몰두하고 있다. 어떤 이유인가.
“신약을 꾸준히 개발하고자 했던 젊은 날의 초심을 지키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래서 지금까지 신약개발에 몰두하면서 얻은 성과에 크게 일희일비하지 않고 있다. 지난 11월 표창을 받은 것도 기쁨보다는 신약개발을 지속적으로 하라는 ‘채찍’의 의미로 받아들였다.
병으로 고통받는 환자들과 그 가족들에게 행복한 삶을 제공하고 싶다는 생각도 저를 움직이는 원동력 중 하나다. 병에 걸리게 되면 환자뿐만 아니라 가족들도 엄청난 고통에 시달린다. 약학과 교수로서, 그리고 바이오텍 창업가로서 이를 해소하는데 도움이 되고 싶었다. 물론 일을 하면서 능력의 한계에 부딪힐 때도 많다. 다만 그 한계에 당황해 주저앉지 않고 신약 후보물질과 좋은 항체를 하나라도 더 찾고 확보하고 싶은 마음이 한계를 깨고자 마음먹게 한다. 힘든 부분도 분명 있지만 앞으로도 힘닿을 때까지 교수로서, 그리고 대표로서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사진=아주대 제공)

-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약학과에 들어온 학생들이 신약개발보다는 약사라는 직업에 관심을 갖는 경우를 많이 봤다. 학생이 가지고 있는 잠재력과는 별개로 도전보다 안정을 택하려 하는 학생들의 마음도 이해하지만 아쉬움도 있었다. 교수 입장에서 학생들이 약사뿐만 아니라 신약개발에도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돕고 싶다. 신약을 만드는 것은 확실히 어려운 일이지만 신약개발을 포함한 다양한 진로를 선택하는 데 교수로서 도움이 되고 싶다. 전공을 약학으로 선택한 학생들이 기반을 탄탄하게 다진다면 신약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섰을 때 질병이나 질환으로 고통받고 있는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대표로서는 앞서 말했듯이 신약개발을 통해 질병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의 얼굴에 웃음을 찾을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하는, 그리고 초심을 지키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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