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호 장관, 임기 내 교대·사범대, 전문대학원 체제 개편 언급
‘교원 전문성 함양’ 긍정적 시선에도 “성급한 시스템 변화는 오히려 역효과” 우려
전문가들, “구체적인 개편안 나와야 교대·사범대 혼란 해소할 수 있을 것”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윤석열 정부 임기 내 교육대학과 사범대학을 전문대학원 체제로 개편하겠다는 구상을 전했다. (사진=한국대학신문 DB)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윤석열 정부 임기 내 교육대학과 사범대학을 전문대학원 체제로 개편하겠다는 구상을 전했다. (사진=한국대학신문 DB)

[한국대학신문 김한울 기자]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윤석열 정부 임기 내 교육대학과 사범대학을 전문대학원 체제로 개편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교사들에게 변화의 동력을 주기 위해 교대와 사범대를 전문대학원화하겠다”며 앞서 문재인 정부 때 교대 등의 반발로 미뤄진 교대, 사범대 폐지 의제를 실현하겠다는 입장을 보인 것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교원 전문성 함양에 긍정적인 시선을 보내면서도 성급한 시스템 변화는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와 함께 개편 이유를 명확히 밝히고, 구체적인 개편안을 내놓아야 교대·사범대의 혼란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추진된 적 있던 교육전문대학원 추진, 반발 거세 무산 = 이 장관의 교육전문대학원 개편 추진에는 임용고시를 폐지하고 이전 교대나 사범대에서 진행하던 4년 교육과정을 바꾸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미 전환 사례가 있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처럼 운영하겠다는 ‘큰 틀’도 잡았다. 경인교대, 서울교대, 한국교원대 등 일부 교육대학에 있는 교육전문대학원은 특정 법령에 따라 설치된 곳이 아닌 기존 교원들의 △교육정책 △심화교육 △교육시설환경정책 등 학술연구, 현장 실무경험 재교육에 초점을 맞춘 별도의 기관이라 이번 전문대학원 개편 추진과는 거리가 멀다.

이전에도 교대·사범대를 폐지하고 교육전문대학원 체제로 다시 출발하자는 논의는 있었다. 2003년 노무현 정부 시절, 당시 대통령교육혁신자문위원회는 전국의 모든 교대와 사범대를 전부 통폐합하고 교육전문대학원으로의 체제 개편을 추진한 바 있다. 교원양성체제 개편을 비롯해 교원자격취득과정을 유연화하고, 교육과정을 다원화해 교원을 지식기반사회에 맞는 학습지도 전문가로 육성한다는 이유였다. 이후에도 한두번씩 교육전문대학원으로의 개편 이야기가 나오곤 했다.

하지만 교육계의 반발은 극심했다. 송광용 전 서울교대 총장은 당시 전문대학원 추진에 대해 △전문대학원 운영모델의 결함 △교사의 수업전문성 확보 어려움 △사회적 비용 대비 낮은 기대 소득 △수도권과 지방 간 불균등 해소 부족 △교육계 의견 수렴 부족 등을 들어 교육전문대학원 체제 전환과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외에도 전환 효과에 대한 의문이 끊임없이 쏟아지고 여러 현실적인 어려움이 발견되자 전문대학원으로의 체제 개편은 흐지부지됐다.

문재인 정부 시절에도 전문대학원화를 비롯한 교원양성체제 개편에 대한 언급이 국가교육회의에서 나왔지만 별다른 소득은 없었다. 2020년 내부 논의과정에서 참석 당사자 간 이견이 너무 커 교육전문대학원 설립을 비롯해 운영 방법에 대한 논의가 장기 논의과제로 분류됐기 때문이다. 결국 지난해 12월 교육부가 발표한 ‘초·중등 교원양성체제 발전방안’에 전문대학원화는 없었다. 대신 예비교원이 과잉 배출되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중등교원의 양성 규모를 줄이고 현재 운영하고 있는 교육대학원을 현직 교사 재교육 기관으로 개편하는 선에서 그쳤다.

■ 장관 한 마디에 교육계 기대와 우려 엇갈려 = 교육대학원의 전문대학원 체제 개편 논의는 예전부터 있어왔기에 교육부 관계자도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안은 아니다”며 한 발 물러섰다. 그는 “모든 교대와 사범대를 일괄적으로 (전문대학원 체제로) 개편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개편 희망 여부에 따라 제도를 열어주고 지원하겠다는 것”이라며 추가적인 논의가 아직 필요함을 암시했다.

교대와 사범대도 전문대학원화를 마냥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자율성을 보장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교육부의 입장도 있지만 개정 교육과정과 고교학점제 도입 등의 변화에서 교원들의 교과 전문성이 크게 강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원 운영을 통해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시대를 앞둔 교원들의 전문성이 크게 향상되고 현재 교육대학 내부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임용 적체 현상과 양성 인원 조율 등에 큰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기대감도 적잖다.

다만 지난 9월 교육부가 학령인구 감소를 이유로 처음으로 공립 교원 정원 감축을 결정한 것에 이어 교원양성체제를 개혁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이자 교대와 사범대 내부에서 “교대와 사범대 목줄 쥐려는 것 아니냐”는 불만 섞인 목소리도 함께 나오고 있다. 한 교육대학 관계자는 “체제 개편에 대한 언급이 없다가 갑자기 장관이 (개편을) 추진하겠다고 해 당황스럽다”며 “이렇게 급하게 추진됐어야 할 일인지 궁금하다”고 전했다.

■ 논의 이제 시작인데 개편부터 꺼내는 교육부 = 교대 관계자의 발언처럼 아직 교육전문대학원 개편 추진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과 예산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방향만 정해져 있고 이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은 교육부 내부적으로 다듬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로서는 교육전문대학원 운영을 위해 내년부터 시범사업을 운영하고 사업에 참여할 수도권과 지방을 포함해 3개 안팎의 대학을 선정할 예정이라는 교육부 관계자의 발언이 유일하다.

다만 현재 교대와 사범대를 폐지하고 교육전문대학원으로 새롭게 시작하는 일은 교원양성 시스템을 바꾸는 중요한 사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관의 한 마디에 급박하게 추진되고 있다는 교육계의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교육부가 이제야 교대와 사범대 업무 담당자들에게 교육전문대학원 개편 내용을 전달하는 것도 교육부가 속도를 너무 내는 것이 아니냐는 시선과 무관하지 않다.

김진종 서울교대 기획과장은 “지난 14일에 열린 기획처(과)장급 협의회에서 교육부가 처음으로 교육전문대학원 개편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 소식을 다른 매체를 통해 처음 접했을 때와 별다른 내용이 추가되지 않아 알고 있던 개편 진행상황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며 이제야 논의가 구체적으로 이뤄지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국교총이나 교원단체들도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는 모양새다. 조성철 한국교총 대변인은 “아직 교육부의 개편 구상이 구체화 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입장 표명을 하진 않고 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논의가 시작된다면 교육부는 교대나 사범대 등 현장의 목소리를 비롯해 교원단체, 협의회 등 교육계의 여러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며 현 상황을 일단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 “개편 이유 명확히 밝히고, 구체적인 개편안 내놓아야” = 현재까지 교육전문대학원 개편의 경우 기존 4년의 교육과정을 넘어 전문성 함양을 이유로 5~6년 교육과정 변경을 구상하고 있다. 하지만 이 점에서 등록금과 학생 진로 설정에 부담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다른 대학원보다 긴 교육과정에 학생들에게 등록금 보조를 섣불리 지원하기도 쉽지 않다. 자칫 다른 분야 전문대학원에서 형평성을 문제 삼아 반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앞서 한국교총의 입장을 전한 조성철 대변인은 “지금까지 알려진 내용으로 미뤄봤을 때 매년 같은 학생 수를 선발한다고 가정한다면 교원 양성인원을 줄이고 임용률을 높일 수 있어 목적형 양성기관의 위상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선 긍정적이라고 본다”면서도 “교육부가 추진하려 하는 개편안 외에도 교대와 사범대를 존치하지만 양성 인원을 줄이고 그 줄인 수만큼 비용을 대학에 지원하는 다른 방법도 심심찮게 논의되고 있고, 기존과 다른 교육과정을 학생들이 받아들일 지에 대해서는 반발이 심할 수 있는 만큼 하루 빨리 구체적인 개편안을 교육부가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전 변환 사례인 법학전문대학원(이하 법전원)의 경우를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법학대학에서 법전원으로 교육과정을 개편할 때, 반대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법학교육 정상화와 우수한 법조인 양성, 국가 우수 인력의 효율적 배분이라는 올바른 방향성을 설정해 개편 작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 법전원 제도 운영 이후 지금도 법전원 도입에 대한 비판론과 옹호론이 양립하고 있지만 개편 이유에 대한 확실한 목적의식이 있었기에 현재까지 큰 잡음 없이 운영돼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교육부가 갑작스러운 개편 이유에 대한 명확한 설명과 더불어 교대와 사범대 실무자들과 협의를 빠르게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 교육계 전문가는 “현재 논의되고 있는 교대·사범대 폐지, 교육전문대학원 추진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나 방향성이 명확하지 않지만 교육부가 당장 내년부터 시범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하루 빨리 구체적인 ‘플랜’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며 “법전원 도입 당시에도 이전부터 논의돼왔던 전문대학원화 추진과 더불어 당사자 간 충분한 협의가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 교육전문대학원 개편을 추진하고 싶다면 교대와 사범대 관계자 및 실무자들과 이해를 구하고 협의점을 찾아나서야 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