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교육 특별회계 1조 7200억 원 추가 편성…이 중 ‘17%’ 전문대 배정
혁신지원사업에서 예산 증액 가장 커…교육부, “혁신 돕고 규제 최소화”
남성희 전문대교협 회장 “등록금 수입 비중 큰 전문대 특성상 더 어려워”
이보형 사무총장 “전문대, 일반대와 재정구조·규모 달라 특성화된 예산 필요”

[한국대학신문 우지수 기자] 올해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에서 추가 편성된 예산이 전문대학의 재정난을 해소해줄 수 있을지에 대해 전문대학가의 기대와 걱정이 뒤섞이고 있다. 재정이 늘어 다행이지만 한편으로 걱정은 해소되지 않은 모양새다.

지난해 고등교육계의 화두 중 하나는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 편성에서 시도교육청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일부 전용해 구성한다는 안건이었다. 이를 두고 갑론을박이 치열하게 벌어진 결과, 올해부터 1조 7200억 원 규모의 예산을 증액하고 이를 3년간 시범 운용하는 안이 채택됐다. 정부는 이 예산을 토대로 대학의 혁신을 발 빠르게 돕고 재정적으로 숨통을 틜 수 있게 하겠다는 복안이다.

(자료=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자료=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 전문대학가 재정지원사업 확대에 특별회계 투자…규제 철폐로 성과 확산 기대 = 교육부는 이번 고등교육 특별회계에서 증액된 예산으로 대학들이 진행하던 각종 정부 재정지원사업의 규모를 키우고 대학의 혁신을 촉진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사업 규모를 키우면서도 사업 집행에 걸림돌이 되는 각종 규제는 파격적으로 완화하겠다고 발표했다. 기본역량진단평가를 폐지하면서 대학의 자율적 혁신을 이끌어내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전문대 상황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우선 전문대 재정지원사업의 변화를 살펴보면 최대 규모로 운영되던 전문대학 혁신지원사업에서 가장 큰 예산 증액이 이뤄졌다. 이 사업에 대한 대학 현장의 만족도가 높게 나타남에 따라 지난해 4020억 원 규모에서 2200억 원이 늘어난 6220억 원으로 편성돼 교육부의 가장 큰 목표가 대학 혁신이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기존 진행하던 104개 전문대학의 혁신지원사업은 학교당 지원금을 38.6억 원에서 54억 원으로 대폭 늘렸다.

또 올해 전문대학 혁신지원을 명목으로 ‘지방전문대학 활성화 사업’을 신규 개설해 비수도권 69개 대학에 총 600억 원을 투입하게 된다. 교육부는 예산 증액과 함께 교직원 인건비, 기타 경상비 등 집행에 있어 규제로 인해 제한되던 사항을 완화해 일부 사용할 수 있도록 논의를 마친 상황이라고 밝혔다.

사업 시작 1년 만에 다양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고등직업교육거점지구(HiVE) 사업도 2배 이상 커질 전망이다. HiVE는 전문대와 지자체, 지역 산업체들이 함께 협력해 지역특화산업·지역인재를 양성하는 사업이다. 이번 정부가 지향하는 ‘지역발전전략과 연계한 특성화를 통해 지역과 동반 성장하는 대학’과 같은 방향성을 가지며 2년 차 사업 진행에 날개를 달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30개 컨소시엄에 409억 원 규모로 지원되던 사업비를 총 45개 컨소시엄에 810억 원 규모로 확대한다. HiVE 사업과 같은 전문대학 미래기반 조성 사업의 일환으로 직업전환교육기관(DX-Academy)를 권역별 1개씩 5개 컨소시엄에 90억 원을 지원한다. 이 사업을 통해 시도별 우수 전문대학을 직업전환교육기관으로 지정하고 고경력 은퇴자 등 인재들을 디지털 전환 전문가로 육성, 다양한 산업의 디지털 역량을 강화하도록 도울 계획이다.

전문대가 지역 평생교육 거점기관으로 자리잡기 위해 진행하는 대학 평생교육체제 지원사업(LiFE) 사업은 7개교 54억 원에서 20개교 200억 원으로 증액된다. 새롭게 신설되는 사업으로 창업교육 거점대학 사업에 3개교가 선정되며 총 15억 원을 지원받게 된다. 예산이 증액되는 사업으로는 △마이스터대 지원사업 20억 원 △신산업분야 특화 선도전문대학 지원사업 20억 원 △조기취업형 계약학과 선도대학 육성지원사업 12억 원 확대로 계획안이 발표됐다. 한편 교육부 외에 중소벤처기업부에서는 고등직업교육에 △기술사관육성사업 △중소기엽 계약학과 지원사업 △지역기반 로컬크리에이터 활성화 사업에 올해 총 46억 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 1조 7200억 중 2914억, 17%에 불과한 수치에 전문대학가 ‘아쉬운 목소리’ = 이렇게 고등교육 예산이 확대되고 규제도 완화되면서 2023년도부터는 각종 재정지원사업에서 눈에 띄는 성과가 늘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고등교육 특별회계 신설을 두고 일부 전문대학가에서 볼멘소리가 나온다. 가장 크게 불만사항이 나오는 부분은 총 1조 7200억 원 규모의 특별회계 중 17%에 해당하는 2914억 원만이 전문대 재정에 사용된다는 점이다.

(자료=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전문대학은 꾸준히 재정난에 허덕여왔다. OECD에서 발표한 ‘2022년 교육단계별 학생 1인당 공교육비 현황’을 살펴보면 우리나라 전문대 학생에 지원되는 공교육비는 OECD 평균인 1만 2154달러의 53.2%에 불과한 6468달러이고, 지난해 기재부에서 공시한 교육분야별 재정투자 현황에서는 평생·직업교육 분야에 총예산의 1.4%밖에 지원되지 않았다.

전문대의 재정 규모는 2020년 기준 일반대와 비교해 18.9%에 불과해 이 같은 재정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계속 불거져왔다. 전문대 국가장학금이 2008년부터 2020년까지 13년간 9870억 원 늘었지만, 국고보조금 증액은 1조 495억 원에 그쳐 전문대의 실질적 재정 확충에 어려움도 있었다. 더군다나 대학 재정구조에서 등록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일반대는 60.8%, 전문대는 78.7%로 등록금 동결 기조가 14년째 이어지다보니 전문대가 받는 재정적 부담감은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추가 예산 배정마저 17%에 그친다면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곳곳에서 나온다.

전문대학 산학협력을 담당하는 A 교수는 “예상보다 적은 규모의 예산이 배정됐기도 하고, 사업 확대에 예산을 집중하면 실무를 맡는 교수와 교직원들의 부담만 커지지 않을지 걱정된다”며 “빠른 시일 내에 명확한 재정 사용 범위를 공지해준다면 올해 사업이 시작되기 전에 대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보형 전문대교협 사무총장은 “일반대학과 전문대학의 재정구조와 규모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전문대학에 특성화된 예산 지원이 부족했다”며 정부의 강력한 재정적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사무총장은 최근 ‘전문대학 관련 주요 현안사항 추진방안’ 강연에서 전문대 재정난 해소를 위해 계획 중인 여러 방안을 제시했다.

먼저 올해 직업교육법을 제정해 5년 주기로 발표하는 교육 기본계획을 설정할 수 있도록 한다. 이를 통해 △전문대 재정지원의 목표와 방향 △대학의 재정 여건 전망 △사업의 성과관리 계획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재정 배분 계획 등 구체적인 재정 확충 방향을 수립해 이를 정부에 요구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할 계획이다. 이 사무총장은 이 외에 기본역량진단 폐지·사립대 구조개선 지원 법률안 등 대학의 규제를 해소해 재정 사용 어려움을 줄이고 외국인 유학생 유치를 정책적으로 확대해 대학의 재원 확보를 도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성희 전문대교협 회장(대구보건대 총장)은 이번 특별회계 분배에 대해 아쉬움을 내비쳤다. 남 회장은 “전문대학과 직업교육의 역할을 강조해나가는 시점에서 1조 7000억 원 중 최소 5000억 원은 배정이 될 줄 알았는데, 계획안을 확인한 후 실망했다”며 “현재 전문대학의 재정지원사업은 일반대학에 배정된 여러 사업에 동참해 같은 틀에서 진행하고 있다. 고등직업교육에 특화된 전문대학만의 장점과 전문성을 살려 학생들을 교육하려면 독자적인 재정지원사업을 연구하고 설계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앞으로 전문대 지원 재정이 더 늘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 회장은 이어 “지금 특별회계 분배를 보면 국립대학에 투입되는 비용이 꽤 큰 것으로 보인다. 정부에서 따로 재정적 지원을 받는 국립대보다는 사립대학이 어려운 실정이다. 특히 전문대는 지난 기본역량진단 1, 2주기에서 정원을 27% 가까이 감축했기 때문에 등록금 수입 비중이 큰 특성상 더 어려운 상황이다”면서 “3년 시범계획을 결정한 고특회계이니 내년에는 이런 목소리들을 정부가 잘 반영해서 전문대에 대한 지원을 더 늘려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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