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백두산 기자]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국제 바칼로레아(International Baccalaureate, 이하 IB)의 도입과 관련해 중요한 것은 도입이 아니라 IB를 통해 채점 체계를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채점 체계의 변화는 절대평가 확대, 2025년부터 시행될 고교학점제 등과도 연관성이 높아 교육계의 이목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이혜정 교육과혁신연구소 소장은 7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IB 공교육 도입 의의와 과제’ 세미나에서 이같이 말하며, IB와 관련해 진짜 핵심은 도입이 아니라 IB를 통해 이를 벤치마킹한 KB를 개발하고 시행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소장은 그간 국내 교육계에 IB를 알리는 데 가장 앞장서 왔던 ‘전도사’로 통한다. 이 소장은 이날 ‘IBDP 도입이 공교육 개혁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이라는 주제로 발표하며, IBDP 도입의 기대 효과는 단순히 교육 방식의 변화뿐만이 아니라 정성평가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 자본을 축적할 수 있는 ‘기회’라고 주장했다.

이 소장은 “현재 우리나라는 정성평가 채점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 자본이 축적돼 있지 않은 사회”라며 “IB의 평가방식은 우리나라 교육의 전체 패러다임을 변화시킬 수 있다. 단순히 도입하는 게 아니라 이를 배워 우리나라만의 KB를 만들어 시행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의 국가 교육과정의 목표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라며 “문제는 국가 교육과정에서 기르고자 하는 인재상이 국가가 주도하는 평가에서 측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소장은 공정성에 대한 잘못된 접근이 이러한 괴리를 강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객관식 시험이 아니라 공정성을 확보한 정성평가가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특히 절대평가 확대와 고교학점제가 곧 시행될 예정인 만큼 제대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정성평가의 공정성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고교학점제는 필연적으로 절대평가를 해야 한다. 그러면 당연히 내신의 표준화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며 “정성평가와 같은 질적인 평가에 대한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롤모델이 필요하다”고 IBDP 도입이 필요한 이유를 밝혔다.

이 소장은 “공정성은 ‘신뢰성’과 ‘타당성’ 두 가지를 다 동의해야 한다”며 “신뢰성은 평가자와 관계 없이 동일한 결과를 받을 수 있어야 하는 것이고, 타당성은 기르고자 하는 역량을 제대로 측정하고 있는가를 보는 것”이라 설명했다.

이어 “2019년부터 IBDP의 한국어판 도입이 시작됐다”며 “이것의 의미는 한국어로 IB 시험을 치르고 한국인으로 채점할 수 있고, 연수가 가능해지는 등 한국인으로 영어 글로벌 스탠다드를 찾아볼 수 있는 눈을 가진 채점관이 한국인으로도 양성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즉, 국제적 기준에 적합한 한국인 채점자를 양성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으니 이를 활용해 정성평가에 대한 공정성을 확보하고, KB 기틀을 만들자는 주장이다.

이와 함께 IB를 넘어 KB로 가기 위한 과제로는 △IB 학생들의 대입 형평성 확보 △IB 채점관 양성 △고교학점제 내신 절대평가 질 관리부터 시작: 중앙평가센터+지역평가센터 △교원 업무 구조 변환: 학생 피드백 비중 파격 강화 △선발과 평가 분리 논의: 영국 대학(정시), 미국 대학(학종) 등을 제시했다.

이 소장은 “당장 고교학점제 도입과 함께 절대평가로 전환될 예정인데, 내신의 신뢰성 확보에 대한 내용을 IB에서 시사점을 찾아 확인할 수 있다”며 “한국형 수능과 내신을 어떻게 패러다임 전환을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하며 발표를 마쳤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는 국회교육위원회 여당 간사인 이태규 의원(국민의힘)을 비롯해 하태경 의원, 위성곤 의원(더불어민주당), 하윤수 부산시교육감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강은희 대구시교육감, 전호환 동명대 총장 등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