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제 대학엔 39억, 전문대엔 '0'..."차별 심해"

올해부터 시작하는 ‘전문대학 교육과정개발 연구지원 사업’이 예산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교육과학기술부가 한국학술진흥재단(이하 학진)을 통해 4년제 대학에 39억원을 지원하는 것에 비해, 전문대학은 학진에서 아무런 지원도 받지 못한 채 전문대학교육협의회(이하 전문대교협) 예산으로 지원하고 있어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문대교협이 지난 11일 인문분야 2·공학분야 1·예체능분야 1 등 총 4개를 선정·발표한 이 사업은 교육과정의 ‘롤모델’ 개발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성과가 나오면 전국 전문대학이 벤치마킹하는 등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대교협은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지난해 1억 4000만원의 예산을 잡았다. 이 예산은 전문대교협이 진행하는 2억원 예산의 직업교육교수학습개선사업 중 지난 2008년 종료된 기초학습교재개발사업의 예산을 돌려 만들어 낸 것이다. 전문대학이 학사학위를 받게 되면서 2년제·3년제 학과가 늘어나 커리큘럼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졌지만, 따로 예산을 낼 수 없어 종료된 사업 예산을 가져와 궁여지책으로 막은 셈이다.

특히 4년제 대학과 비교해 보면 ‘전문대학에 대한 불평등’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전문대학의 경우 전문대교협이 예산을 지원하는 것에 비해 4년제 대학은 대교협이 아닌 학진이 60개 과제에 39억원을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대협의회는 이에 대해 “유사한 사업을 하면서 4년제 대학에만 예산이 가고 있다”고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전문대학은 사업 시작 전인 지난해에 학진에 “전문대학에도 예산을 배분해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그렇지만 학진은 이와 같은 전문대학의 요청에 대해 “내년부터는 전문대학에 지원할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만 밝혔으며, 확정된 것은 없는 상황이다.

이승주 전문대교협 학사지원부 부장은 이에 대해 “전문대학과 4년제 대학의 교육과정이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교양과정 개발 외에는 실제적으로 유사한 점이 많다”면서 “전문대학의 발전을 위해 학진에서 적극적인 지원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사업에 선정된 교수들 역시 예산 확대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공학분야 사업에 선정된 ‘산학연계 초정밀기계 인력양성 교육과정’ 연구책임자 김영일 두원공과대학 교수는 “커리큘럼을 개선하려면 적어도 10여 과목 정도를 개선해야 하는데 예산이 적어 우선 시급한 3개 과목에 집중키로 했다”면서 “전문대학 2~3년 과정이 80~140학점 정도인 점과, 4년제 대학과 달리 직업교육 위주이기 때문에 현장전문가들과 함께 작업해야 하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예산을 더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연구에 여러 대학이 함께 참여하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에 선정된 ‘전문대학 유아교육과 교육과정’ 연구의 경우, 이희경 부천대학 교수가 총책임을 맡고 서일대학·영진전문대학 등 6개 대학이 공동연구를 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한 교수는 “단일 대학의 성과로 끝나지 않도록 학회나 대학 연합체 및 대학 간 연합체 지원 시 가산점을 부여해 많은 대학이 참여해야 선정될 수 있다. 이럴 경우 연구비를 더 내야 할 판”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번에 전문대교협이 채택한 사업은 △인문분야-전문대학 유아교육과 교육과정(부천대학) △인문분야-세무회계과 교육과정(장안대학) △공학분야-산학연계 초정밀기계 인력양성 교육과정(두원공과대학) △예체능분야-애니메이션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트랙별 모듈화 교육과정(청강문화산업대학) 등 4개 사업이다.

올해 11월 말까지 연구가 진행되며, 연말에 연구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다. 이후 전국 전문대학이 이를 벤치마킹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지난 3월 공모한 사업에는 4개 사업에 38개교 49개 과제가 몰려 높은 경쟁률을 보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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