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대,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계원예대, 서울예대 등 총장 역임한 교육계 ‘베테랑 총장’
첨단기술 활용, 실용적 교육과정 설계…“인공지능, 바이오, 의료보건 등 특화 대학 입지 굳힐 것”
김미경 MKYU 대표와 지역 대학 교육과정 수행, 신규 일자리 창출 등 미래교육 ‘테스트베드’ 역할
중국 지리적 이점 고려, 10만 명 직업교육 수요 있는 중국 옌청시와 협약해 취업 연계 프로그램 구상
“전문대학과 일반대학, 연구와 직업교육 역할 명확히 구분해야”…RISE, 글로컬대학 등 신중한 추진 필요

이남식 인천재능대 총장은 글로벌 교육을 실현하기 위해 중국, 미국 등 여러 국가와 직업교육부터 문화예술교육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진=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우지수 기자] “학생들이 원하는 새로운 교육, 대학이 발 벗고 찾아다녀야 한다.”

이남식 인천재능대학교 총장이 미래 대학의 먹거리를 논하며 열변을 토했다. 최근 교육계 ‘오피니언 리더’들을 손에 꼽는다면 이남식 총장을 빼놓을 수 없다. 이 총장은 근래 열린 정책 포럼, 대학 컨소시엄, 신기술 업무협약 등 각종 교육 행사마다 참석해 통찰력 있는 의견이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해 새해부터 인천재능대 제18대 총장으로 임기를 시작한 이남식 총장은 부임하자마자 특유의 추진력을 발휘하며 대학 개혁을 위해 열정을 쏟고 있다. 이 총장은 전주대, 계원예대, 서울예대 등 일반대와 전문대 등 여러 대학에서 총장직을 수행한 이른바 ‘베테랑 총장’이다. 그는 이 기간을 통해 학제·분야가 다양한 대학에서 운영 경험 노하우를 쌓으면서 적극성과 노련함을 동시에 갖춘 총장이라고 평가받는다.

지난 21일 본지와 인터뷰를 진행한 이 총장은 그간의 경험을 인천재능대의 글로벌 교육과 인공지능 교육, 코칭 교육에 적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타 대학보다 한발 앞선 ‘테스트베드(실험대)’로서 새로운 교육과정에 적극적으로 도전하고 의미있는 성과까지 이끌겠다는 각오를 내비쳤다. 대학가가 어려운 상황에서 자신감을 심어줄 수 있는 ‘선구자 대학’이 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 취임 후 가장 집중하고 있는 사안은.
“실용적 역량을 키울 수 있는 교육과정을 설계하고, 교육 시스템을 학습 시스템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기술과 사회가 정말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도에 적응하기 위해 교육 체계를 혁신하는 것이 가장 큰 숙제다. 그 중에서도 특히 빠르게 바뀌고 있는 단어가 ‘교육’이다. 지금까지 대학 교육은 교수가 학생을 가르치는 일, 즉 지식을 전달하는 과정이었다. 이제 교수가 전달하던 지식은 인공지능, 유튜브 등 어디서든 쉽게 찾을 수 있게 됐다. 이제는 지속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해졌고, 교육보다는 스스로 학습하는 평생학습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21세기가 요구하는 능력들을 나눠 보자면 학습 역량, 문해 역량, 생활 역량으로 나눌 수 있다. 학습 역량은 앞에서 설명한 지속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역량이다. 문해 역량은 ‘리터러시(literacy)’라고도 하는데 전문 분야에서 사용하는 용어·개념들을 문맥에 맞게 이해하고 이를 검색할 줄 아는 능력이다. 그리고 실제 현장에서 가장 필요한 생활 역량은 실생활에서의 문제해결 능력으로 상대방과 소통하고 팀워크를 만들어내며 일의 방향성을 이해하는 것이다. 상대방과 소통하고, 이해하고, 일의 방향성을 이해하는 것이다. 이는 사회에 진출해 성공하는 데 굉장히 중요한 요소다. 인천재능대는 지금까지 교육해오던 단순한 교육이 아닌 학습 역량과 문해력, 그리고 문제해결 능력을 교육함으로써 이 세가지 역량을 균형적으로 가르치는 학교로 발전할 것이다.”

이남식 인천재능대 총장
이남식 인천재능대 총장

- 취임 강연에서 ‘티칭’보다는 ‘코칭’이 필요한 시대라고 말했다. 총장이 생각하는 미래 대학에서 교수의 역할은 무엇인가.
“미국의 한 연구기관에 따르면 강의를 들은 다음 날에는 강의 내용의 5% 정도를 기억하고, 읽었다면 10%, 시청각 교육을 받았다면 20%, 누군가 행동하는 것을 직접 관찰했을 때 30%를 기억할 수 있다고 한다. 반면 학생들이 능동적으 토론에 참여하고 그들 손으로 실습해보며 성공과 실패를 맛보고 끝으로 남을 가르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능동학습은 배움의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지식 전달 강의 교육, 즉 전통적인 교육 방식 ‘티칭’의 시대가 지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제 필요로 하는 것은 티칭이 아닌 ‘코칭’이다. 코칭이란 개인이 목표를 성취할 수 있도록 자신감과 의욕을 높이고 실력과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이다. 스승과 제자로서의 상하 관계가 아닌 멘토와 멘티의 동반자 관계가 성립돼야 한다. 바인그룹이라는 기관이 코칭을 전문적으로 교육하고 있다. 이런 전문 기관들과 협력해 코칭에 관련된 프로그램을 들여와 교수들에게 제공하고 역량을 키울 예정이다. 계획 중인 첨단교육을 활용하는 역량도 키울 수 있게 지원할 생각이다. 챗GPT 등을 사용한 인공지능 튜터를 활용할 수도 있다. 교수들이 멘토 나노디그리를 취득하게 하고 학생들에게 최신 교육과정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 글로벌 교육의 중요성을 특히 강조했다. 인천의 지역적 특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생각이라고 들었는데.
“국제교육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다. 호주는 1년에 300억 달러의 국제교육 수입을 올리고 있다고 한다. 작년 7월에는 영국 하원의원들이 한국 교육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서울예대를 방문했다. 지금 영국에서는 빅토리아 알버트 뮤지엄에서 한국 관련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미국 UCLA의 한국어 강의 수강자는 530배 증가했다. 국내 직업교육 수요가 줄어든다고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해외에서 한국으로 오고자 하는 학생들이 많다. 이 같은 세계 교육 시장에 어떻게 접근할까를 고민해야 한다. 우리나라 대학이 국제화에 성공한다면 새로운 전성기가 열릴 것이라고 본다.
지금까지 전문대학은 지역 인구 문제를 일자리 창출을 통한 정주 인력 증가로 해결하려고 했다. 하지만 직업의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치명적인 문제점이 있다. 예를 들어 인천의 많은 리조트에 필요한 서비스직을 청년들이 선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관련 학과 충원율에도 영향을 미친다. 소비자가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 학생들이 관심을 두지 않는다면 해외를 공략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글로벌 대학으로 발전하는 것이다.
또 이제는 해외 인력을 한국에 정주하도록 하는 것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일할 인력을 우리나라 대학에서도 가르칠 수 있어야 한다. 이제는 국내 학생에게만 의존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도 든다. 중국의 장쑤성의 옌청시라는 도시에는 1년에 10만 명 정도의 직업교육 수요가 있다고 한다. 인천이 지형상 중국과 가깝고 인천재능대에서도 그 인력들을 얼마든지 훈련해 보낼 수 있다는 판단이 섰다. 도시 하나가 한국에 관련된 지구로 조성돼 있다. 옌청시에서 일할 중국인 인력 혹은 한국인 인력을 양성하고 취업시키는 연계 프로그램도 계획 중이다.
실용음악과도 미국의 음악 교육기관 ‘1500 사운드 아카데미’와 연계해 믹싱, 편곡 등을 가르칠 생각이다. 기존 대형 기획사에서는 아이돌 중심의 음악시장을 주도했는데 이제는 개별적 아티스트도 시스템을 통해 뻗어나갈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판단된다. 브루노 마스, 비욘세, BTS 등 글로벌 아티스트의 작곡가들을 한국에 들여 국내 인재를 발굴하고 교육 프로그램도 협업하려 한다.”

- 인천재능대는 첨단기술 교육에 강한 대학이라는 이미지가 있다. 첨단교육 실현을 위한 향후 계획은.
“세계적으로 인구 증가가 폭발적이다. 지식의 생산 속도도 빨라졌고 정보도 더 긴밀하게 연결됐다. 100만 명의 사용자를 확보하는 데 넷플릭스가 3.5년이 걸렸고 인스타그램은 5개월, 챗GPT는 5일이 채 걸리지 않았다. 벌써 우리나라 국민의 3분의 1이 챗GPT를 사용해봤다고 한다. 지식의 전파 속도가 어마어마하다는 뜻이다. 이제 대학의 역할은 앞으로 등장할 직업이 요구하는 능력을 예측하고, 변화의 시기가 왔을 때 학생들이 언제든 학습하고 습득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다.
이를 위해 ‘유다시티’ 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유다시티와 세미나도 진행했다. 유다시티는 인공지능 분야에서 선진 교육과정을 잘 구축하고 있다. 일선 최고의 엔지니어들이 만든 프로그램으로 강의뿐만 아니라 프로젝트 설계, 멘토 교육까지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런 부분을 과감하게 수업에도 적용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인천재능대의 30여 개 전공을 분류하면 IT, 의료보건, 건강, 문화예술, 미래창업분야로 나눌 수 있다. 이 분류체계를 적용해 전공마다 인공지능 특화, 바이오산업 특화, 의료보건 특화, 이커머스 특화 등 강점을 살리도록 할 것이다.”

- 다른 대학에서는 찾아보기 힘들었던 새로운 교육과정을 물색 중이라고.
“사회 곳곳에서 요구되는 새로운 교육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다. ‘코리아런드리’라는 업체에서 필요로 하는 인력을 양성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유기세제가 아닌 물만으로 세탁할 수 있는 신기술을 다룰 인력이 필요하다고 해 도전해보려 한다. 얼마 전에는 김미경 대표가 운영하는 MKYU와도 의견을 나눴다. 오프라인 캠퍼스를 지역마다 만들고 지역 대학이 교육과정을 수행하도록 만들어보자는 도전도 생각해봤다. 이와 같이 미래 일자리를 창출해낼 교육을 계속 발굴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지금껏 대학에서 눈길을 주지 않았던 다양한 교육과정을 발굴한다면 대학의 살길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가진 모든 역량을 동원해 새로운 길을 찾아낼 것이다. 인천재능대는 미래 교육의 테스트베드가 될 작정이다. 지역민들이 볼 때 돈 내고 배워야겠다는 마음이 들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다른 지역에 있는 학교들과도 교류하면서 이런 모델을 확산시켜볼 심산이다.”

이남식 인천재능대 총장은 RISE 사업 등 지방 통합 대학체계가 신중히 추진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진=한명섭 기자)
이남식 인천재능대 총장은 RISE 사업 등 지방 통합 대학체계가 신중히 추진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진=한명섭 기자)

- 평생직업교육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앞으로 교육계에서 전문대학이 평생직업교육을 담당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는데,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대학마다 사회에서 맡는 역할이 확실하게 구분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연구중심대학은 제대로 세계무대에서 경쟁력 있게 지원돼야 할 것이고, 직업교육대학은 직업교육에 맞는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 현대 직업의 평균 수명이 5.4년이라고 한다. 생애주기 동안 꾸준히 교육을 받지 못하면 생산인구에 포함될 수 없다. 생산인구가 줄면 국가의 미래에 부정적 영향이 간다. 직업교육이 더 발전해야 하는 이유다.
전문대학은 산업체 현장에서 일하는 인력을 양성하기 때문에 연구기관만큼의 깊은 교육까지는 필요하지 않다. 연구보다 훈련이 필요하다. 그래서 인천재능대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현장과 동일한 시스템을 학교에 구축하고 있다.
이제 직업교육기관은 평생직업교육의 역할을 반드시 갖춰야 한다. 특히 전문대는 지역 평생직업교육기관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지방거점대학이나 연구중심대학은 연구개발인력을 배출하는 데 경쟁력을 키우고 직업교육대학은 단기부터 장기과정까지 평생직업교육 체제를 갖춰 현장이 필요로 하는 직업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그런데 지역 대학 관리체제를 RISE 사업을 통해 한 데 묶어버리면 직업인력과 연구개발인력 양성기관을 뚜렷이 나누는 데 혼란이 생길 수 있다. 당장 산업체가 원하는 인력은 그때 상황에 맞춰 민감하게 교육해야 한다.”

- 교육계에선 정부의 지역 중심의 대학관리 체계가 너무 성급한 절차로 진행된다는 지적도 있다.
“RISE, 글로컬대학 등 대학의 역할 차이를 고려하지 않는 정책이 급하게 펼쳐지면 현장에서 앓는 소리가 나올 것이 분명하다. 선거직인 지자체장들이 큰 관심을 가질 지도 미지수다. 당장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에 집중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든다. 평생교육을 실행할 능력은 전문대학과 폴리텍대학이 갖추고 있다. 교육과정 설계 기관과 실행 기관이 동떨어져 있게 된다면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 평생교육진흥원과 직업교육기관 사이의 방향 설정도 신중하게 진행돼야 한다.”

- 임기를 마쳤을 때 인천재능대가 어떤 대학으로 남았으면 좋겠나.
“지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직업교육을 이끄는 대학이 되면 좋겠다. 전문대학을 바라보는 시선, 프레임을 바꾸는 대학이길 바란다. 미래교육이 무엇인가에 대해 깊이 고민하는 구성원이 모인 대학이라는 평가도 받고 싶다. 인천재능대는 할 수 있다.”

■ 이남식 총장은…
서울대에서 농화학을 전공했다. 이후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에서 경영학과 산업공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미국 미시간대,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서 연구원을 거쳐 한국과학기술원, 한성대, 홍익대에서 교수로 재직했다. 전주대,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계원예대, 서울예대 총장을 거쳐 올해 초 인천재능대 제18대 총장으로 선임됐다.

<대담=최용섭 주필 겸 편집인 / 정리=우지수 기자 / 사진=한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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