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와 고려대가 편입학을 통해 적어도 5백명 이상의 정원을 초과했다. +문제가 특히 많은 한국외대는 1천명 이상을 초과했다. 그밖에도 전국적으로 약 50개 대학이 정원을 같은 방법으로 초과했음이 드러나고 있다.

편입학이 쉬워지고 교육부의 감독이 느슨해진 틈을 타서 이번 학기까지 그렇게 나타난 것이다. 그중에서 오랜 전통과 명예를 자랑하는 연세대 +고려대 등이 특히 정원초과가 많은 이유는 대다수의 편입지망생들이서울대가 안되면 연세대, 고려대에 몰리기 때문이다.

이같은 편입학은 물론 휴학이나 사망, 자퇴 등으로 빈 자리를 메우는 형태로 오래전부터 있어온 일이지만 최근 몇해 사이에 편법증원 수단으로 바뀌기까지 한 것이다.

이렇게 빈 자리를 메운다는 것 자체는 전혀 나쁜 것이 없다. 그렇지만 실제로는 빈자리 메우기에 그치지 않고 편법증원의 수단이 되면서 타대학에 심각한 타격을 가하기 때문이다.

빈 자리는 대개 휴학생 자리다. 휴학생은 휴학계를 내기 때문에 그들의 복학년도와 학기를 대충 짐작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문대가 5백명 이상이나 정원을 초과했다는 것은 정원초과 결과를 미리 알면서 저지른 것이다.

이같은 편법증원은 결국 타 대학생들을 빼가는 행위이며 빼앗기는 대학의 +손실은 등록금으로 계산하면 전국적으로 한 학기에 2천억쯤 되는 모양이다.

대학운영을 대부분의 대학들이 주로 등록금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이같은 방법으로 타대생들을 빼가는 것은 그 대학에 치명적인 타격일 수밖에 없다.

사실 이렇게 빼앗기는 학생들 때문에 특히 지방의 군소대학들에서는 +공동화 현상이 날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강의실이 텅텅 비게 되면 그 +학과 그 대학은 문을 닫아야 하지 않을까. 이 경우에 그처럼 문을 닫아야하는 대학들이 이 나라에서 없어져도 되는 대학들이라면 어서 문을 닫아 버리고 학생들은 모두 서울의 대학, 세칭 명문대학으로만 가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당장은 신설된 일부 지방대학들이 서울의 큰 대학들만큼 평가받기 어렵다고 하더라도 그런 이유로 약육강식의 자본주의 시장원리로 대학교육까지 망쳐 버릴 수는 없는 것이다.

전국 대부분의 대입 지망생들이 서울의 큰 대학으로 가고 싶어하는 대로 정원제도가 풀려 버리면 마치 텅텅 비어버린 시골 농가처럼 지방대학 +다수는 빈 집이 되고 만다. 결국 그것은 문화의 도시집중화 특히 서울편중화를 가속시켜 온 국토의 균형적 발전을 더욱 망쳐 놓는 일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대학은 사람들만 바글바글하는 시장이 아니다. 특성을 +살리고 전문성을 살리며 높은 수준의 학문적 성과를 올리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명문대학들까지도 소규모 대학들의 그런 발전 기회를 막아버리고 그렇지 않아도 대표적으로 큰 대학들인데 또 남의 학생들을 빼가는 형태로 정원초과까지 하고 있는 것이다.

국제사회에서 인정받을 만한 명문대가 우리나라에 하나도 생기지 않는 +이유의 하나도 여기에 있다. 대학 상호간에 서로 도와줘가며 지켜야 할 덕목도 없이 등록금 바칠 학생수만 늘리고 서로 쟁탈하는 풍조 속에서는 결코 좋은 대학은 만들어지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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